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조금 고리타분할 정도로 누구나 고개 끄덕일 만한 문장. 그리고 건강한 정신이 깃든 이는 그만큼 건강한 생각을 하고, 또 건강한 글을 써내려간다. 글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며본연의 생각을 오롯이 드러내는 통로라는 점을 생각하면 건강한 글을 쓴다는 것은 참 쉬우면서도 어렵다. 동시에 굉장히 용기 있는 일이기도 하고.
그래서 <독서 주방>이 좋은 글,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외식업계에서 굵직한 프로젝트를 담당해온 유명 호텔 주방장 유재덕님이 그간 신문 칼럼에서 연재해온 글을 정리해 탄생한 것이 바로 <독서 주방>.
너무나 다른 분야의 두 단어가 한 제목 안에 나란히 흘려진 모습이 이질적이면서도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궁금즘을 유발한다. 주방의 일들을 독서하듯 글로 풀어낸다는 의미로 와닿기도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이렇게 생각하게 됐다. 독서의 참맛을 깨달은 이가 주방을 바라보는 글이랄까.

서문은 독자가 한 책을 어떤 마음으로 읽어나가야 하는지 설명을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의 서문은 그런 점에서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자신의 삶을 조곤조곤 솔직담백하게 써내려가는 모습에서 긍정적인 자극을 받게 된다.
셰프 유재덕님은 본래 글을 써본 적이 별로 없었으나 출판 업계에 종사하는 친구가 그의 진솔한 일상과 생각에 감명받고 캐스팅(?)해 투고를 시작했다고 한다. 심지어 바쁜 일상 속 책 읽기조차 쉽지 않았는데 친구의 조언으로 독서부터 차근히 발딛게 되었다고. 독서를 시작하고부터 삶을 바라보는 깊이가 달라졌다는 고백에 이어, 이 같은 시선으로 자신의 일터와 음식을 탐구하기 시작했다는 그의 기쁨은 책장을 넘어 글을 읽는 나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왔다.
처음 독서에 재미를 붙이고 글쓰기를 배워갈 때의 순수한 즐거움을 나도 모르게 되새기게 됐다. 그 이후로 책장을 넘기는 손에는 더욱 거침이 없었다. 셰프님의 글은 정말 편안하고, 잘 읽히는 문장으로 이어져 있었다.

글 자체가 주는 긍정적이고 순수한 느낌이 인상적이어서 구체적인 내용보다 이를 먼저 말하게 되었는데. 콘텐츠 자체도 굉장히 흥미로운 구성을 보여준다. 글쓴이는 오랜 기간 한 길을 달려온 셰프로서 음식과 삶을 대하는 남다른 견지를 가지고 있다.
요리를 하는 과정이란 섬세한 감각이 요구되는 일인 만큼 그는 자신의 감각을 일상에 확장해 신선한 통찰력을 보여준다. 아주 작은 식재료 하나에도 인생의 우여곡절이 담겨 있기도 하고, 미식과 탐식의 차이에서 삶이 가져야 할 균형을 설명하기도 한다.
음식과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 그리고 이 음식을 만들어내는 과정 하나하나에 영혼을 담아내는 이가 아니면 깨달을 수 없는 이야기들. 셰프 유재덕님은 글의 시작부터 끝까지 겸손하고 차분한 어조로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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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이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모습에서 삶을 깊이 있게 읽어낼 수 있는 책. 쌀쌀해지는 계절 느즈막한 밤, 포근한 티타임을 즐기고 싶다면 <독서 주방>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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