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작은마음동호회"를 읽고 [도서]

글 입력 2019.10.28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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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들에게 내가 느끼는 동경은 어마어마하다. 내가 직접 살아보지 못한 삶을 그려내는 일은 단순히 상상력만으로 가능한 수준이 아니다. 그건 엄청난 이해와 몰입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렇지 못한 작가는 그저 피상적인 글만 쏟아낼 뿐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렇겠거니’ 하는 얄팍한 상상력에서 그치지 않고, 완전히 누군가가 되어 이야기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강한 애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보통 예술가라고 하면 속세와 단절해 자신만의 세계에 천착하는 사람을 스테레오타입처럼 떠올리고는 한다. 아마 미디어에서 비춘 몇몇 유명인들의 영향이 아닐까 싶지만. 그러나 나는 오히려 참된 예술인이란 열린 마음과 건전한 정신을 가진, 포용력과 통찰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믿는다.

 

<작은마음동호회>를 읽으면서 또 한 명의 건강한 예술인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 여기서 건강하다는 말은 단지 신체의 건강함이 아니라, 사람을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줄 아는 건강함이다. 흔히들 말하듯이 세상은 요지경이고, 마음은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이해할 수 없는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고, 그런 와중에 사람들의 생각과 삶의 방식은 너무나 제각각이다. 예전처럼 굳은 신념만으로 세상을 살아나가는 단순함은 더 이상 멋지거나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가장 필요한 것은 개개인을 볼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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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따뜻하다. 물론 간혹 풍자적이고 날카로운 비판도 보이고, 가슴 아픈 비관이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배어 있는 온기가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정말 ‘사람’으로 보고자 노력하는 작가의 성실한 시선이 엿보이기도 한다.

 

‘작은마음동호회’. 기가 막히게 적절한 제목처럼, 책에 수록된 단편 하나하나에는 지극히 인간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현실을 살아내는 우리와 너무도 닮아 있다. 때로는 확신에 차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무엇도 확신하지 못한 채로 미숙한 자기 자신과 맥없이 직면하는 모습. 분명 어딘가에는 속해 있지만 막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작고 볼품없는 마음들이 조심스럽게, 하지만 솔직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할 만큼 중대하지는 않지만 결코 멋있지도 떳떳하지도 않은 이야기들. 한 편씩 읽을 때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작은 마음에도 뭉클한 위로가 전해지는 것 같다.

 

단편들은 가끔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져가기도 한다. 현실과 허구, 상상이 뒤섞이거나 어느 쪽이 현실인지 명확히 결론내리지 않은 상태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라는 듯한 쿨한 태도가 좋았다. 마치 하줄라프와 팔루자를 경계 없이 오가며 마음의 위로를 받는 부인들이나<하줄라프 1,2>, 아이를 잃은 슬픔을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치유하는 것처럼(<님프들>) 독자들도 그저 표류하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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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도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이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되돌아보고 곱씹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문학작품의 가장 큰 힘이다. 그런 경험을 다시 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게 되는 요즘이다. 몇 년 전까지 나를 강하게 짓누르던 분노 혹은 이질감은 나에게 판단을 강요해 왔다. 하지만 판단만이 답일까? 어쩌면 이 복잡한 세상에 필요한 것은 판단이나 신념이 아닐지도 모른다.

 

요즘은 그저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모두에게 달리 가지고 있는 역사를 내보이고 공유하는 것. 기술의 발달이 이제야 가능하게 만든, 가장 멋진 일이 아닐까. 더 많은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면 좋겠다. 그렇게 나도 ‘작은마음동호회’에 들어갈 수 있기를.

 

 

[한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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