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집밥의 묘미 [사람]

집밥에 관해서
글 입력 2019.10.25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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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간의 트렌드 중에서 ‘음식’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주제에 맞는 맛집들을 소개하는 티비 프로그램과 요리경연대회부터 이제는 전 세계로 뻗어나간 먹방 유튜브까지 그야말로 대세중의 대세였다. 거기에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리메이크로 시골 생활과 집밥에 대한 관심도 커지며 연예인들이 시골에서 직접 요리를 해 먹는 프로그램도 인기를 이어갔다.

 

일명 ‘맛집’으로 불리는 수백, 수천 개의 가게들에 관한 정보는 끊임없이 쏟아져 나와 어디서부터 먹어봐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많은 음식들은 누군가에게 만족스런 포만감을 주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지나치게 많은 음식의 유혹을 자제하느라 힘들어하기도 한다.

 

우리 생활의 의식주 중 식에 해당하기에 삶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여서인지 늘 이야깃거리가 끊기질 않는 소재이다. 늘 소재가 끊이지 않기 때문일까 음식에도 유행이 존재한다. 대만 카스테라, 허니버터칩, 마라탕, 흑당 등등. 한가지 음식이 유행하고 나면 남는 건 사람들의 식어버린 관심과 그 음식을 응용한 다른 음식, 그리고 우후죽순 생겨났던 같은 품목 가게들의 빈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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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바탕 휩쓸고 지나가는 유행음식들, 시키면 몇 분 안에 나오는 패스트푸드와 그것들의 황홀한 감칠맛, 터치 몇 번이면 집 앞까지 배달되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음식들. 이런 것들은 자극적이며 너무나 맛있고 또 간편하다. 심지어 요즘에는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해 약간의 배송료를 더 지불하면 1인분만 배달해주는 곳들도 생겨났다. 또 당장 편의점만 달려가도 혼자 먹기 좋은 도시락과 즉석식품들이 줄 지어 계산을 기다리고 있다.

 

집에 혼자 살거나 혹은 혼자 밥을 먹어야 할 때 이런 것들은 늘 우리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귀찮지도 않고 설거지 할 필요도 없고 심지어 맛도 있다. 한편으론 이런 음식들을 먹을 생각에 식사가 기다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때로는 그 감칠맛과 강렬함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입에서는 행복했던 자극스러운 맛이 소화되기 시작할 때는 위를 자극해 불편해진다. 소화가 잘 안 되는 기분에 눈 앞에 먹은 음식을 바라보면 그제서야 그 음식의 간편함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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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음식들에는 일명 ‘사랑과 정성’이 부족하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사실이다. 물론 요리사가 정성을 들여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종류의 정성과는 조금 다르다. 이 것이 사람들이 왜 그리 집밥에 열광하고 그리워하는지 보여준다. 지역과 집안마다 다른 특성과 그에 얽힌 추억의 맛은 약간 부족할지라도 그리워할만한 이유가 되어준다.

 

그러나 사람들이 늘 추억을 떠올릴 때 집밥을 말하는 것은 그만큼 접하기 힘든 상황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 집의 구성원 수는 점점 줄어들어가고 현대인들은 더욱 더 바빠졌다. 어쨌거나 집밥을 먹기 위해선 직접 요리하는 수밖에 없다. 집에 돌아오면 하루 동안 붙잡고 있던 긴장의 끈을 놓으면서 당장 급한 일도 처리하기가 막막해지는데 거기에 ‘집밥’이라니, 생각만해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하고 차려먹는 것은 때로는 귀찮음 이상의 가치가 있을지 모른다. 나는 밖에서 음식을 사먹을 때는 잘 알지 못했는데, 집에서 바깥 음식을 먹으면 유난히 특유의 맛이 점점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모두의 입맛에 적당히 맛있고 호불호가 갈리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양념의 간은 세져야 하고 조미료도 넣어야 한다. 그 때문인지 어떤 음식이던 유난히 달게 느껴졌고 조미료의 감칠맛이 느끼하게 입안에 맴돌았다.

 

내가 만드는 요리는 그럴 염려가 없다. 조미료를 쓰지 않고 내가 원하는 만큼만 간을 맞춰 먹을 수 있다. 물론 맛은 조금 떨어질 수 있다. 요리에 익숙하지 않다면 더더욱 말이다. 그러나 요리는 그런 변수마저 재미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내가 직접 만들었다는 애정이 더해지면 약간은 부족한 맛도 너그러이 용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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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려오는 뿌듯함은 덤이다. 어떤 음식을 만들까 하는 고민부터 시작해서 레시피를 찾아보고 재료를 사고, 다듬고, 합쳐서 하나의 완성 작으로 재탄생 시킨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 혼자만이 참여한 그야말로 온전한 나만의 것이다. 다양한 촉감과 질감의 재료들을 만지고 다루다 보면 복잡했던 머릿속 고민들은 잠시 내려놓고 요리를 하는 이 순간에만 집중하게 된다. 비우려 애쓸 때는 더욱 가득 차기만 하던 생각들이 어느새 자연스럽게 잊혀져 있다. 건강을 챙기고 있다는 기분도 느낄 수 있다. 귀찮고 번거롭지만 염분과 설탕 함량이 훨씬 적은 음식을 먹다 보면 왠지 조금이라도 더 내 몸을 위한 식단을 하려 노력하는 부지런한 사람이 된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무작정 ‘이제부터는 집에서 직접 해먹어야지’라는 마음을 먹으면 작심삼일이 될 확률이 높다. 그만큼 귀찮고 번거로운 일임은 틀림없다. 가끔이라도 꾸준히 이어가려면 처음부터 거창할 것이 아니라 소소한 나와의 약속을 만들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에는 적어도 한 달에 한번 직접 요리를 해먹기로 결심한다. 매 월 1일 혹은 말일이라고 확실히 정해놓는 것도 좋다. 이렇게 조금씩 익숙해지다가 조금 늘려도 될 것 같은 마음이 들 때 한 달에 두 번 그리고 세 번으로 점점 스스로를 적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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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따라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자신감이 떨어진다면 한번쯤 소박한 요리를 해보길 추천한다. 예쁘게 모양을 내거나 뛰어나게 맛있지 않아도 된다. 도전해보는 것에 의미를 두어 어색하더라도 나의 요리를 하나하나 완성시키며 성취감을 느끼다 보면 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알게 되고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혹시 나의 새로운 취미가 되어 줄지도 모르니 시작해 보자.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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