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음식과 독서 사이의 흥미로운 줄타기 - 독서 주방

글 입력 2019.10.2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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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음식을 굉장히 좋아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그와 관련된 여러 경험들을 기억에 남기는 것도 좋아하지만, 음식의 유래를 알고, 의미를 알고 하는 것은 나에게 또 하나의 정서적 네트워크를 만들어주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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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수능이 끝난 이후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던 허영만 선생님의 ‘식객’이라는 만화 27권 가량을 몰아 읽었다. 막연히 들어봤던 음식 하나하나에 들어있는 역사와 에피소드, 원조집에서 보여주는 장인정신까지..이를 읽을 때면 음식 하나를 먹어도 그냥 ‘생명을 유지하고 열량을 채우는 대상’, ‘미각적 만족감을 주는 대상’으로만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만들었을 사람의 정성과 분위기, 재료에 대해 곱씹으며 음식을 먹곤 했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 주방’은 나에게 오랫동안 주방에서 경험을 닦은 요리사의 음식에 대한 통찰을 엿볼 수 있는 책으로 다가왔다. 저자 유재덕이 요리를 하며 얻은 여러 경험들과 그의 통찰들을 그가 읽은 ‘책’들과 관련시켜 각 장에서 풀어내고 있는 책이다.


많은 이들이 몸소 느끼겠지만 음식만큼이나 문화를 밀접하게 반영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 안에서만 봐도 그렇다. 같은 한반도에서 한국말이라는 언어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을지라도 각 지방의 정체성을 대변하고 있는 음식이나, 각 지방에서만 나는 재료들을 활용한 음식들은 여행을 다니면 다닐수록 다양하고 그 가짓수가 많다고 느껴진다. 비행기를 타고 나가보면 또 음식은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음식은 그런 다른 문화를 통합하고 포괄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목차가 바로 4장 <한국인들은 왜 이렇게 먹을까?>과 5장 <손이 아닌 마음으로 만든다>이다. 저자는 4장에서 한국인 식사 방식의 변화를 되짚으며, 5장에서는 평창올림픽에서 선수들을 대접하는 경험을 풀어내며 3개월 전부터 이를 준비하며 힘들었던 점과 어떤 점에서 보람을 느꼈는지, 국경을 초월한 통합과 행복을 만들어내는 음식의 힘이란 어떤 것인지를 이야기해준다.


이외에도 행복한 기억, 감동적인 기억과 함께 연합하여 사람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기억을 선사하는 음식에 대해서도 조망한다. <밥 이야기>, <위로의 레시피>장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요즘의 일련의 뉴스들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했는데, 많은 생각들이 ‘사람의 감정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있다’로 귀결이 되곤 했다. <위로의 레시피>의 p.129에서 저자는 ‘죽어도 좋을 만큼 맛있었던 달걀말이, 아빠의 사랑이 온전히 전해지던 김치밥국..’등 말만 들어도 음식과 행복한 기억이 떠오르는 음식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음식이 어루만져주는 정서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우리가 맨날 먹는, 바로 그 음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단순히 미각적 만족 뿐만 아니라 다른 행복을 느끼려고 하고, 느끼고 싶은 사람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한다. 음식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그 무엇은 단순히 미각적 만족을 넘어선 것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읽을 책 리스트에 저자의 매력적인 추천 책 리스트가 수북히 추가되는 것은 덤이다!






<책 소개>


27년차 호텔리어 셰프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 책의 맛은 어떨까? 웨스틴조선호텔서울 총주방장 유재덕, 그는 칼을 내려놓을 때마다 책을 펼쳐들었다.

희고 높은 모자와 흰 조리복을 입은 셰프들이 뜨겁고 날카로운 기기들을 이용해 누군가의 식사를 준비하는 호텔 주방은 베일에 싸여진 공간이다. 날마다 다른 상황, 다른 조건이 주어지지만 한결 같은 맛과 서비스를 위해 주방에서는 매일의 전쟁이 치러진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에서 외길을 걸어온 중년의 셰프는 주방일 틈틈이 책을 읽고 칼럼을 썼다. 셰프가 고른 책은 대부분 음식에 관한 책이다.

식탁 혁명을 불러온 고추의 모든 것을 다룬 <페퍼로드>부터 음식인문학의 고전 <음식문화의 수수께끼>까지 41편에는 저자의 경험과 어우러진 흥미로운 음식 이야기가 펼쳐진다. '파타고니아 이빨고기'가 '칠레산 농어'로 이름을 바꾸고 판매량이 10배 늘었다든지, 요리의 맛은 식재료의 질에 달려 있을 뿐 요리사의 역할은 얼마 안 된다는 것 등등 미식의 안목을 키울만한 이야기다.

 

*


독서 주방
- 불과 칼 사이에서 따뜻한 책읽기 -


지은이 : 유재덕

출판사 : 나무발전소

분야
에세이

규격
신국판(148*210)

쪽 수 : 252쪽

발행일
2019년 9월 20일

정가 : 14,000원

ISBN
979-11-86536-65-0 (03810)

 


[황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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