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타인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는 그 곳, "더 테이블" [영화]

글 입력 2019.10.22 22:1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311.jpg


 

카페 = 커피 마시는 곳?


 

현재 한국에서 ‘카페’라는 공간은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곳 이상의 의미를 획득하였고 그 의미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무언가 먹고 마실 수 있는 장소에는 식당도 있고 술집도 있지만, 카페가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특성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 특성으로는 바로 면대면의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심에서 앉은 상태로 대화를 할 수 있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우리나라는 공원이 없기에 더욱 그러할뿐더러 야외는 외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렇기에 조용히 앉아 대화를 할 수 있는 곳으로는 실내가 적절한 것이다. 그런데 실내 장소 중 식당은 밥을 먹는 행위를 위주로 이루어지기에 대화에 적절하지 못하다. 또한 술집은 영업시간대와 법적 나이 등을 비롯하여 고려해야 할 요소가 급격히 많아질 뿐만 아니라, 특정 관계 이외의 인물들 간에는 부담이 큰 선택이다.

 

이러한 장소들에 비해 음료를 주로 파는 카페는 관계의 친밀도나 시간대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고 가기 좋은 공간이다.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이들이 한 장소에서 그들만의 대화를 나누기에 공공장소의 특성과 개인 공간의 특성이 교차하는 곳이 카페이기도 하다. 그래서 카페는 공적 공간이자 사적 공간이다.


하지만 유의해야 할 점은 카페의 사적인 공간은 그들만의 대화로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어서 암묵적으로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는 물리적으로는 어떠한 벽이 없기에 타인이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는, 깨지기 쉬운 공간임을 암시한다. 카페에서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타인의 개입은 직접적인 것이 아닌 간접적인 개입으로, 타인의 사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를 듣는 것이다. 자신이 포함되지 않은 대화를 듣지 않는 것은 보편적인 약속이지만 카페에서는 일정 부분적으로 허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그곳이 본질적으로 공적 공간임이 인식되어있으며, 건축적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모인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사적 공간은 언제든지 깨질 수 있음을 암묵적으로 동의하여있는 사안이다. 

 


141.jpg

 

 

 

카페에만 있는 영화, <더 테이블>


 

영화 <더테이블>은 이런 묘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들의 모음집이다. 한 카페의 오전 11시에는 유진과 창석, 오후 2시 반에는 경진과 민호, 오후 5시에는 은희와 숙자, 저녁 9시에는 혜경과 운철이 다녀간다. 이 네 개의 대화는 같은 테이블에서 이루어지나 각 대화 사이에는 아무 관계가 없는 옴니버스 형태의 영화이다. 러닝타임 동안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지 않고 오직 한 카페의 테이블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로만 서사가 전개되는 이 영화는 카페라는 공간,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대화들의 특성을 극대화한다. 카메라는 인물을 카페 외부까지 따라가지 않으며, 관객이 알 수 있는 실마리는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 외에는 없다. 등장인물들이 대화 이후 밖에 나가서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되었을지는 카페에 남겨진 관객의 몫이다.
 
영화 속 카페는 기둥이나 내벽이 없어 청각적 침범은 물론 시각적으로도 타인의 침범이 이루어지기 쉽다.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테이블은 큰 유리창을 옆에 두고 있어 카페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의 시각적 침입에도 취약한 곳에 위치해 있다. 과거 연인이었던 연예인 유진과 만난 평범한 회사원 창석이 창 너머 도로를 두리번거리면서 “근데 창 쪽에 앉아도 괜찮아? 우리 안으로 들어갈까?”라는 대사가 이를 드러낸다. 유진이 괜찮다고 한 뒤 둘만의 대화를 나눌 때는 카메라가 배경을 아웃포커싱하고 인물의 어깨까지 얼굴을 가까이 프레임에 담아 사적 공간이 형성된다.
 
실제로 대화에 집중하여 카페의 외부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카메라의 클로즈업과 아웃포커싱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연예인 유진을 알아본 이들이 팬서비스를 요구할 때는 내부 공간의 천장부터 인물의 무릎까지 카페의 전반적인 모습을 프레임에 담아 공적 특성을 상기시킨다. 이외에도 다른 테이블 너머로 등장인물들의 모습, 창밖에 지나가는 사람들로 영화 속 인물들의 대화가 공적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영화는 발화하는 인물을 가까이 담아 두 인물을 오가며 둘만의 공간을 형성하였다가 이따금 공적 공간을 교차시켜 영화 속 사적 공간을 파괴하는 것을 반복한다. 이는 이중적 공간인 카페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는 연출 의도이다.
 
영화 <더 테이블>은 인물들이 대화를 나누는 장소로 각자의 집, 거리와 같은 곳이 아닌 카페로 설정하여 관객을 영화 내부로 초대한다. 이는 영화 공간으로 얻는 가장 큰 효과로, 여태까지 수많은 영화 속 인물들의 대화는 그들만의 것이었다면 <더 테이블>은 카페라는 이중적인 공간을 들고 와 그 특성을 이용해 관객을 대화에 간접적으로 개입시킨다. 이는 스크린 밖으로 영화 공간을 확장해 관객을 카페 내부의 인물로 만들었기에 가능하다.

 

 



[안루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33643
 
 
 
 

등록번호 : 경기, 아52475   |   E-Mail : artinsight@naver.com
발행인/기사배열책임자 : 박형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형주
Copyright ⓒ 2013-2020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