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너와 나의 대화가 주는 위로, 네가 서성일때 [공연]

글 입력 2019.10.2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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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장 포스터.jpg

 

 

대학 친구인 지연과 준기는 대학 강사 공채 면접 날 학교 로비에서 우연히 만난다. 서로에 대한 간단한 안부를 묻던 둘은 면접이 연기되고 로비에 계속 서성이게 되면서 서로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둘 사이의 얽히고 설킨 사연은 그들이 고작 마주했을 때 풀어나가지지 못했다. 많은 이야기와 시간이 필요했다. 마주하거나 스쳐지는 것이 아닌 서성임이기에 지연과 준기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상처를 알고 위로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의 원인이고 결과였던 그들이 서성인 곳은 로비뿐만 아니라 서로의 곁이었다. 서로의 주변을 서성이던 그들이 로비라는 공간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서로의 상처를 알고 위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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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본 직후에는 어떤 부분이 위로를 주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

 

‘너와 내가 만나 안부를 묻고 나누는 인사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많은 것이 스쳐 지나칠 수 있는 로비에서 서성이며 서로의 상처를 알고 위로한다는 것.’이라는 극 소개의 문장을 다시 한번 읽으며 서성임을 계기로 사람을 만나고 서로의 안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우리에게 위로가 된다는 것임을 알려주는 연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의 생활이 중요해지고 바빠질수록 우리는 타인과의 대화에 소홀해지곤 한다. 형식적이거나 가벼운 몇 마디의 대화만을 나누거나 때로는 하루 종일 말 할 기회가 없는 날도 생긴다. 오랜만에 약속을 잡고 친구들과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때, 딱히 즐거운 주제가 아니어도 위안과 힐링을 느낄 수 있다.

 

*

 

결국 사람들 간의 대화가 서로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위로 중 하나가 아닐까.

 

서로 단막극장에서 선보인 단막극은 작고 소소함의 ‘특별함’, 우리가 쉽게 지나친 일상 속의 ‘위대함’의 이야기를 블랙박스 형태의 소극장에서 짧고 강렬하게 보여주었다. 소소해서 쉽게 지나친 사람들 간의 깊은 대화.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하고 위대한 위로일 것이다.

 

로비라는 공간에서의 서성임은 일상 속에서 소소하지만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서성이는 한때의 중요함과 무게감이란 서성임 속에서 나누는 사람들 간의 교감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 속에서 만들어지는 위로의 시작은 내가 먼저 건네는 안부 인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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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one act play]

- 형식적으로는 막이 여러 개인 극과 대비되어, 막이 하나인 극으로 하나 이상의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근에는 단막극의 하위 장르로서 10분짜리 짧은 드라마인 "플래시 드라마"가 유행하고 있다.

- 단막극은 일반적으로 짧은 이야기(short story)에 상응하는 것으로, 하나의 에피소드나 상황, 두 세 명 가량의 인물에 집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촌공간 서로는 2019년 단막극 특성화 극장을 목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2018년에 이어 서로단막극장을 새롭게 선보이고자 한다. 단막극은 긴 이야기 만들기에서 스쳐 지나가기 쉬운, 삶의 편린들 중 번뜩이는 순간들에 시선을 집중하여 보여주기 좋다.

'2019 서로단막극장'은 김명화, 정승현, 전인철 연출이 바라보고 생각하는 단막극을 무대화하여 "단막극"에 대한 서로만의 정의를 내려보고자 한다. 작고 소소함의 '특별함', 우리가 쉽게 지나친 일상 속의 '위대함'의 이야기를 상대적으로 짧고 강렬하게 무대에서 만나게 되길 기대한다.

블랙박스 형태의 소극장으로 관객의 집중도가 높은 서촌공간 서로는 섬세한 심리묘사와 아름다운 문장, 다각적인 인문 관계를 표현하기에 좋은 극장으로 2019 서로단막극장을 통해 새로운 단막극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윤혜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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