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현대에 미사곡을 탄생시킨 작곡가, 그 이유는? [음악]

아르헨티나 작곡가 Ariel Ramirez의 미사곡 <Misa criolla>
글 입력 2019.10.1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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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베토벤, 모차르트가 누구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리엘 라미레즈 Ariel Ramírez (1921.09.04.~2010.02.18.)를 알고 있는가? 한국에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지만, 그는 굉장히 유명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음악감독이다. 그는 특히 민속음악에 대한 깊은 연구와 작품들로 유명하다. 심지어 그가 작곡한 현대의 미사곡인 ‘misa criolla'는 바티칸에서도 초청되어 연주될 정도로 높은 평판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왜 현대에 미사곡을 탄생시켰을까? 그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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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레즈가 민속음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유럽에서 생활하던 중, 알고 지내던 아르헨티나 국장 안투나 (Antuna) 신부는 네덜란드인 반 룬 (wentslao van lun) 신부를 그에게 소개했다. 반 룬 신부를 따라 프랑크푸르트에서 100km쯤 떨어진 수녀원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그곳은 작지만 아주 아름다운 곳에 위치해있어 그는 부엌에 딸린 창밖 풍경을 보는 것을 즐겼다. 그곳의 수녀들은 모두 독일어를 사용해 그와 원활한 소통이 어려웠지만, 어린 수녀들 엘리자베스(Elizabeth)와 레지나(Regina)는 스페인어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와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그렇게 그는 서서히 그 아름다운 수녀원과 환경에 적응해나갔다.
 
그 아름다운 창밖에는 웅장한 건물이 한 채 있었다. 그곳엔 봄의 마지막 눈이 쌓여 그 풍경에 아름다움을 더했다. 라미레즈는 그 풍경을 보며 마음의 안정을 찾고 행복감을 느꼈지만, 수녀들은 달랐다. 그녀들이 그에게 해 준 창밖의 그저 아름다워 보이는 풍경에 대한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 건물은 사실 약 1000명의 유대인들이 수용되어 있었던 강제수용소였으며, 수녀들에게 그곳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은 절대 사라질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곳에서 전해졌던 차가운 공기와 배고픔, 그리고 그저 작은 손길만 내밀어도 곧바로 교수형에 처해질 수 있는 엄격한 그들의 규칙은 오랫동안 수녀들의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엘리자베스와 레지나는 그 엄격한 규칙에도 불구하고,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유대인들이 몰래 남은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수녀원 울타리 아래에 음식을 가져다 놓는 자비를 베풀었다. 그렇게 8달 동안은 하루도 빠짐없이 그 음식들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 후 수녀들이 몰래 가져다 놓은 음식들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쌓여만 갔다. 강제수용소의 유대인들이 다른 곳으로 이송되었다는 소문만 무성했고, 그 웅장한 건물은 텅 비고 말았다. 수녀들이 건넸던 유대인들의 간절한 손길마저 사라져버리고, 또다시 그들의 어두운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라미레즈는 깊고 종교적이며 모든 인종과 신념, 명예, 자유, 가치 등 하느님이 창조한 ‘사람’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곡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다짐이 ‘misa criolla'의 시초가 되었으며 그의 뚜렷한 주장이 담겼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아르헨티나로 돌아간 라미레즈는 안토니오(Antonio Osvaldo Catena) 신부의 도움과 함께 그 다짐을 실현화시켰다. 현대였기에 가능했던, 스페인어로 된 미사곡으로 작곡활동을 시작했고 그렇게 ’misa criolla'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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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미사곡에는 아주 깊고 단단한 의미가 담겨있다. 수녀원에서 영향을 받은 종교적인 배경과 그 안에서 얻은 ‘사람’에 대한 심오한 생각이 담긴 ‘misa criolla'는 민속음악의 색을 풍부하게 머금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의 미사곡은 아르헨티나의 민속음악의 풍미를 잔뜩 머금고 있으며 스페인어로 노래되어 민속 음악 작곡가로서 또한 그 의미를 더한다. 그가 탄생시킨 익숙하고도 색다른 미사곡을 그 안에 담긴 진정한 의미와 함께 느껴보길 바란다.
 

 

misa crio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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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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