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박수를 -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보고

영화업계의 근로환경에 대해 생각해보다
글 입력 2019.10.1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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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좀비가 되어버린 남자는 여자를 공격하고, 이내 여자는 남자에게 목을 물리고 만다. 관객들이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이해를 하지 못해 어리둥절할 그 순간, 영화에서는 ‘컷’이라고 누군가가 외친다. 사실은 좀비 영화가 아닌 좀비 영화의 촬영장으로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를 마음에 들지 않아 한다. 이내 촬영은 중단되어버리고, 분장 감독이 배우들을 달래고자 촬영장이 사실은 인간 생체 실험 구역이었다는 괴담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좀비가 되어버린 촬영감독의 등장과 함께 괴담은 거짓말이 아니었음이 밝혀진다. 그렇게 배우와 스태프들은 좀비 영화 촬영장에서 좀비에 맞서 싸우게 된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전개와 조잡하고 엉성한 분장이 난무하는 B급 슬래셔 무비를 언제까지 봐야하나 고민되던 찰나 영화의 1부는 급작스럽게 마무리된다. 그리고 2부의 시작과 함께 영화는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연드라마 연출 감독인 ‘히구라시’는 방송사로부터 좀비 영화를 원테이크로 찍어 생방송으로 방영하자는 제안을 받게 된다. 즉, 막상 수락을 하고 보니, 여주인공은 아이돌 출신이라 제약이 많고, 남주인공은 매사에 까칠하다. 나아가 촬영감독 역의 배우는 알코올 중독에 분장감독 역의 배우는 촬영장에 아기를 데려오고, 영화를 만드는 일이 순탄치 않다. 결국 촬영 당일 끊임없이 발생하는 돌발상황 속에서도 영화는 어찌어찌 마무리되고 영화에 참여했던 모든 이들이 불가능하게 느껴진 프로젝트의 성공에 뿌듯해하는 모습과 함께 2부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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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촬영장에서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익살스럽게 묘사한다. 허둥지둥 뛰어다니며 영화를 완성시키고자 애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웃기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동안 너무 편한 마음으로 극장을 찾던 것은 아닐까 미안하고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머리 한 켠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들의 열정과 노력에 대해 보상받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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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은 황금종려상 수상 이외의 것으로도 한 차례 화제를 모은 바가 있다. 이는 바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제작진과 일일이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사실이다. 표준근로계약서에는 근로/휴게 시간과 임금, 4대보험, 휴가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는데,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영화산업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2011년 5월 권고안으로 처음 제시했다.

 

그렇다면, 평소 영화 업계에서는 표준근로계약서의 체결이 얼마나 이루어지는지 알아볼 필요성이 있다. 한국 영화계에 근로계약서를 체결하는 관행이 정착되는 추세라고 밝힌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실제로 2018년 근로 환경 실태조사에서는 표준근로계약서를 계약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약 75프로로 전년도 대비 20% 이상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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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카드뉴스

 

 

문제는 이러한 관행이 저예산으로 영화를 제작해야 하는 대부분의 독립영화 현장에서는 정착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여유는커녕 부족한 자본의 해결을 위해서 대부분의 제작진들은 이른바 밤샘촬영을 강행하는데도 임금은 제 때 받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다시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영화는 고단한 촬영 환경을 열정으로 이겨내는 제작진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비춘다. 한국 독립영화 업계의 제작진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들 또한 그들이 일한 만큼의 보상 없이 오로지 열정만으로 영화 촬영을 버텨낸다. 지금 당장 그들의 처우가 개선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가 평소에 극장을 자주 찾는다면, 그들의 열정과 노력은 존중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들에게 지금 당장 박수 정도는 쳐줄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은 분명 박수 받을 자격이 있다.

 

한줄평 :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박수를

 

 

[송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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