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고자 떠난 아프리카 여행

아프리카에서 알게 된 것
글 입력 2019.10.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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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 아프리카로 여행을 다녀왔다. 그 곳으로 떠나기 전, 주변 사람들은 말했다.

 

봉사활동으로 가는 거야?”

“유럽 같은 데나 가지, 웬 아프리카?”

“거기 위험한 거 아니야?”

 

어렸을 때부터 나의 꿈은 확실했다. 학창시절 자주 적는 장래희망 그런 거 말고 진짜 말이다. 나는 내가 누군지 알고 싶었다. 날 허세가 충만한 사람이라 생각해도 좋다. 그래도 나는 내가 누군지 알고 싶었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건 뭔지, 잘 하는 건 뭔지, 어떤 사람인지 너무나도 알고 싶었다.

 

어머니는 TV에서 방영해주는 여행 프로그램들을 무척이나 즐겨 보셨다. 옆에서 멀뚱멀뚱 TV를 따라보는 나를 향해 젊은 시절에 여행을 다니지 않았던 것이 참 아쉽다며, 어느 곳이 됐든 기회만 있다면 꼭 여행을 다녀오라고 말씀하셨다. 그 뒤에는 여행은 견문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고 내게 있어 큰 자산이자 추억이 될 것이란 말을 덧붙이셨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를 알기 위해선 세상을 먼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내가 짜장면과 짬뽕, 볶음밥 중에서 무엇을 좋아하는 지 알기 위해선 일단 그 세가지를 모두 먹어봐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겪어보지 않은 세상을 알아가고자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이번 여름 역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여행지를 찾던 도중 아프리카를 떠올리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썩 부러워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분명히 아프리카가 그들에게 있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생각했다. 이를테면 밖에서 식사 메뉴를 정할 때면, 한식과 양식, 일식, 중식, 때로는 인도식 커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단 한 번도 아프리카식을 말해본 적은 없지 않은가. 접점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곳이었기에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떠나버렸다. 아프리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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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기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입가에 피가 뭍은 채 사체를 물어 뜯던 사자를 본 마사이마라 사파리도, 아프리카에는 눈이 없을 것이란 편견을 깬 킬리만자로 산도, 난생 처음 먹어보는 맛으로 나를 놀랍게 한 에티오피아의 인젤라도 아니다.

 

지금부터 여행 기간 동안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을 말해볼까 한다. 여행 마지막 날, 새벽 비행기를 타기 전에 시내 기념품 가게에 들려 여러 상품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다 정말 마음에 드는 그림 한 장을 찾게 되었는데, 가격이 크게 비싸지 않았다. 문제는 일정이 마지막이라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데에 있었다. 흥정을 하자니 직접 그린 예술품인데 작가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 같아 마음이 내키지도 않았다. 결국 공항까지의 택시비를 조금 사용하고 택시는 공항 근처로 10분 정도만 걸어간 뒤 타기로 마음먹었다. 택시비를 맞추기 위해 공항 근처로 걸어가던 도중 마트가 보였다. 배가 너무나도 고팠기에 10분 정도만 더 걷는 대신 빵 하나만 사기로 결심한 뒤, 마트에 들어서니 먹고 싶은 게 너무나도 많이 보였다. 여행 마지막 날인데 지금 아니면 언제 또 먹어볼까 하는 생각은 나를 공항까지 걸어가도 된다는 생각에 미치게 했고, 그렇게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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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구매했던 그림

 

 

공항까지는 걸어서 두 시간 남짓한 정도였지만, 20키로가 족히 넘는 배낭을 메고 걸어가게 되니까 네비게이션의 예측과는 달리 세 시간은 족히 넘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땡전 한 푼 없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걷는 것 밖에 없었기 때문에 체념한 채 걷다 보니 어느새 공항 근처까지 오게 되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트럭 한 대가 지나가다 멈추더니 이 쪽 길로는 공항으로 들어가는 길이 없다고 왔던 길로 돌아간 뒤,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는 말을 건넸다. 하늘은 까맣게 어두워지는 중이었고, 발은 더 이상 못 걷겠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트럭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내가 짐칸에 탈 테니까 여기 타! 우리가 데려다 줄게.”

나는 돈이 없어서 공항까지 걸어가는 중이야. 너에게 줄 수 있는 돈이 없어.”

하하, 알고 있어! 어차피 우리는 조금 돌아가는 것뿐이니까 걱정하지마.”

 

여행에서의 호의를 조심하라는 말을 익히 들어왔는데도, 도저히 걸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 짐칸에 타고 가겠다고 말해버렸다. 그 순간에는 짐칸에 타고 있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껴지면 뛰어내리면 될 터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도 대단히 위험한 결정이었다.

 

(여행 간 안전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히치하이킹은 하지 않을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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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과는 달리 트럭은 너무나도 시원한 바람과 함께 나를 공항으로 데려다 주었다. 처음 보는 아시아인을 위해 본인의 자리를 양보해가면서까지 나를 도우려 했던 그들의 마음을 의심했다는 생각이 너무나도 미안했다. 어떻게라도 성의를 표하고 싶어 그들에게 혹시 담배를 평소에 피우냐 물어보며 가지고 있던 담배를 건네니 자신들은 담배를 안 피운다며 정중하게 받지 않았다. 뭐가 좋을까 싶어 한국 천원 지폐를 건네니 다행히 웃으며 받아주더니 손인사를 하며 제 갈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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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무나도 만족했던 아프리카 땅과는 별개로 아프리카 사람들에게는 호감이 그다지 들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그저 악의 없는 행위일지 모르겠지만, ‘칭챙총이나치나(차이나)’라는 인종차별을 하루에 수십 번씩 듣다 보면 불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한, 길거리에서 끊임 없이 달라붙는 호객꾼들과 사기꾼들에게는 진저리가 날 정도였으니까. 생활환경부터 너무 다른 사람들이었기에 나는 그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트럭으로 나를 공항까지 데려다 준 청년들의 호의에서 느껴진 진심은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도 그간 내가 한국에서 느껴온 것들과 동일했기 때문이리라. 절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내가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그 순간,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던 그들이 같은 사람으로 느껴진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들도 부디 내 마음을 이해했던 것이기를 바란다.

 

나를 알려면 세상을 알아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세상을 이해하고자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세상을 이해하고 싶어 떠난 여행이 타인을 이해하게 된 여행이 된 걸 보니, 어쩌면 나를 안다는 것, 세상을 이해해간다는 것은 타인을 이해해가는 과정이 아닐까?

 

 

[송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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