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페라 사랑의 묘약 - 서울오페라페스티벌

글 입력 2019.10.15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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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한 오페라

사랑의 묘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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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강동아트센터를 찾았습니다. 물리적 거리가 먼것에 비해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이유는 가족과 함께라서 일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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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가족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보면서 문화를 리드해가는 일선의 분들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게 되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쉽지않은 오페라라는 장르와 세대의 눈높이를 고려한 맛깔스런 표현들로 가족이 함께 긴 오페라를 즐겁게 누리는 추억을 갖게 한 지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품의 완성도는 물론이고 감동의 전달이 여느 무대 못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손을 잡고 따라 나선 자녀들도 웃음과 안타까움을 공감할 수 있었던 건 노블오페라단이 추구해 온 가치들 중 하나와 맞닿아 있다고 할 것입니다.

 

작품으로 들어가 보자면,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도니제티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스피디한 이야기의 전개와 아름다운 선율, 순수한 사랑이라는 소재로 넓은 관객층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 오페라인데요,  재치 넘치는 코믹한 스토리와 마음을 움직이는 서정적 음악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제목 ‘사랑의 묘약’은 그리스 신화에서 따온 것인데요, 이 묘약만 먹으면 마음속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에도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사랑의 묘약’이 등장하고, 이 트리스탄과 이졸데라는 작품도 오페라 안에서 언급이 되는 구성도 재미났습니다.

 

그리고 에피소드도 많은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스피드 작곡가 도니체티는 대체로 한 번 완성한 작품을 다시 검토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사랑의 묘약>은 고치고 또 고쳐, 도니체티답지 않게 2주일이나 걸렸다합니다. 또한 오페라 주인공이 받은 커튼콜의 세계적인 기록은 1988년 8월 24일 베를린의 도이치오퍼(Deutsche Oper)에서 공연된 <사랑의 묘약>이 세웠다는데요, 네모리노 역으로 출연했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167회의 기록적인 커튼콜을 받았고 기네스북에는 커튼콜이 무려 1시간 7분이나 계속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간단한 시놉시스와 함께 Maria Callas의 Tristan und Isolde -Liebestod을 들어보시겠습니다.

 


 

 

배경은 1880년대 이탈리아의 어느 시골 마을입니다.

 

[제1막] 아디나(Adina)는 우리가 오페라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소프라노의 전형입니다. 그녀는 마을의 아름다운 지주 아가씨로 명랑하고 쾌활하며 로맨틱해 자석처럼 남성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가난한 농부 네모리노(Nemorino)입니다. 아디나를 짝사랑한 것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모릅니다. 그저 아디나가 예뻐 어쩔 줄 모릅니다. 네모리노의 아리아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는 이렇게 감미로운 세레나데가 또 어디 있을까 할 정도로 아름다운 곡입니다. 하지만 아디나는 한마디로 관심이 없습니다.

 

어느 여름날 마을 사람들은 포도밭에서 일하고, 아디나는 나무 그늘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읽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사랑의 묘약’에 관한 얘기가 몹시 재미있어 혼자만 알고 있기는 아깝다고 생각해 마을 사람들에게 읽어주기 시작합니다. 이졸데(이소타)라는 아가씨가 있었는데 사랑의 묘약을 잘못 마시는 바람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네모리노는 자기야말로 그 얘기에 나오는 ‘사랑의 묘약’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떠돌이 약장수이자 돌팔이 의사 둘카마라(Dulcamara) 박사가 ‘사랑의 묘약’도 판다고 하자 순진한 네모리노는 주머니를 털어 한 병을 삽니다. 실은 싸구려 와인입니다. 둘카마라의 아리아 「마을 사람들이여, 들으시오」는 기막히게 재미난 곡입니다. 어쨌든 네모리노는 이 ‘사랑의 묘약’ 한 병을 꿀꺽 다 마십니다. 효과가 즉시 나타납니다. 그가 술에 취한 것입니다. 술 취한 사람이 하는 기본적인 행동은 다 똑같습니다. 제멋에 겨워 춤추고 노래하고 아무에게나 막말을 해 기분을 상하게 합니다. 술 취한 네모리노도 마찬가지 입니다. 특히 타고난 멋쟁이 군인 벨코레(Belcore) 하사와 얼마 뒤 결혼하기로 한 아디나에게 무안을 주는 행동을 합니다.

 

[제2막] 아디나의 결혼식 날입니다. 아디나는 어쩐 일인지 결혼 시간을 늦춥니다. 평소에 그렇게도 자신을 따라다니며 애걸복걸하던 네모리노 아니던가요? 그가 나타나지 않자 어떻게 된 일인지 이상해 못 견딜 지경입니다. 네모리노는 비싼 약을 한 병이나 마셨는데도 아디나가 자신을 사랑하기는커녕 벨코레와 결혼을 한다니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해 불평을 터뜨립니다. 둘카마라는 한 병 더 사서 마셔야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네모리노에게는 노랑 동전이 한 푼도 없습니다. 지방순회 모병 담당관인 벨코레 하사는 네모리노가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고 하자, 신병이 되면 나라에서 주는 격려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 입대를 권합니다. 종이에 서명만 하면 20크라운을 준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네모리노는 입대를 조건으로 받은 돈을 둘카마라의 호주머니에 바치고 약을 사서 마십니다.

 

결과는 전보다 더 과감한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그날 저녁 네모리노가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이 마을에 돕니다. 도시에 사는 네모리노의 삼촌이 세상을 떠나면서 유일한 조카 네모리노에게 막대한 유산을 남겨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네모리노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마을 아가씨들은 부자가 된 네모리노에게 관심을 쏟으며 그를 둘러싸고 노래하고 춤춥니다. 이 모습을 본 아디나는 네모리노가 마을 아가씨들에게 저토록 인기가 높은 것을 보면 분명히 뭔가 훌륭한 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네모리노에게 관심을 기울입니다. 네모리노는 약효 때문에 아디나가 드디어 자신에게 끌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모리노의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아디나가 자기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자 감격하여 부르는 대단히 아름다운 곡입니다. 두 사람은 이제 서로의 마음속에 있는 진짜 사랑을 확인합니다. 두 사람의 사랑을 확인한 벨코레 하사는 네모리노의 자원입대서를 기분 좋게 되돌려줍니다. 둘카마라는 자기가 판 약 때문에 두 사람이 사랑에 성공했다고 자랑합니다. 아디나는 네모리노의 팔에 안기며 모든 것이 준비된 결혼식장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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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19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지휘자 장윤성의 유려하고 섬세한 지휘로 이끄는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연출가 이범로의 탁월한 무대진행으로 국내외 정상급 성악가들의 기량이 돋보이는 무대였습니다.

 

더욱이 놀라웠던건 관객의 매너였는데요, 가족이 함께한 자리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세련된 관람매너와 호응을 보여주었음에 한 줄 적어봅니다. 노블아트오페라단이 추구하는 예술의 대중화의 결과들이 여기저기에서 감사히 자라고 있음을 관객의 한사람으로서의 시선으로 전해 드립니다.


차기의 작품을 기대하며!

 


[김은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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