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계기나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 -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

글 입력 2019.10.07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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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에 따라 정해진 계급이 있음이 천명인 것처럼 규정됐다. 신이 언급한 절대적 진리다. 이미 확정된 질서라서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기 지위에서 이탈하기가 불가능하다. 인간은 연약하다.


시민혁명은 이에 대한 반발이었다. 인간에게 위계를 매기는 시스템 자체가 잘못됐다. 신이 언급했다는데 대체 그걸 보고 들어서 기록한 사람이라도 있는가. 태어나면서부터 자기 자리가 정해져 있음은 온당하지 못하다. 당신들이 규정한 위계란, 결국 당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함이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그리고 페미니즘이 태동한 것도 이 때다. 시민혁명은 봉건 질서를 붕괴했다. 평등을 구호로 내걸었지만 남성만이 점유할 수 있는 ‘평등’이었다. 여성, 노예 등은 배제됐다. 분노하고 분노를 실천한 여성들이 있었다. 모든 인간이 평등함을 발언하면서 왜 여성은 배격하는가. 어떤 여성은 목소리 높였다. 불평등하다고 외쳤다. 행동했다, 그렇게 말하던 최초의 페미니스트는 마녀라며 교수형 당했다.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를 여성우월주의라며 왜곡하는 시선이 있다. 페미니즘의 역사에 무지한 시선이다. 오랫동안 사회는 백인 남성 중심으로 구조화됐다. 페미니즘은 그 중심 테두리에 여성을 포함하고 나아가 차별받는 소수자 까지 포괄해야 함을 발화하는 운동이다. 그래서 페미니즘은 남성과 여성의 평등을 거론하는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소수자의 평등과 차별을 논의할 때도 필요하다. 모든 차별 받는 이들의 비차별을 주장하는 이론이 페미니즘이다. 페미니즘은 필요한 사상이다. 투쟁이다.

 

대중문화에서 페미니즘적 시선이 필요하다. 미디어가 양산하는 창작물의 영향력은 거대하고 대중은 그 자장 아래서 살아간다. 대중문화는 대중의 의식 형성에 기여한다. 대중문화가 그 동안 여성을 다루는 방식은 전형적이었다. 욕망과 활기가 거세된 주변인물에 머무르거나 여성이라면 당위적으로 모성을 갖고 있다는 시대착오적 이데올로기가 내포돼 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여성이 주체가 돼 이야기를 이끄는 서사는 몇 없었다.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지금 이제야 여성 서사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미스티>나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여성이 등장하는 보통의 서사에서 여성은 일과 가정의 균형을 어떻게 양립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남성중심 사회에서 어떻게 조롱받고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조명하는 식이다. 그걸 보여주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동시에 여성을 연약한 대상으로 취급한다. 여성은 약하고 그래서 도움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처럼 들린다.

 
<미스티>와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다르다. 거기서 주인공들은 상승의지의 화신이다. 위세,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혈안이고 그들이 그런 욕망을 갖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공들이지 않는다. 사랑에 상처받았다거나 남성에 배반당했거나 그런 이유가 아니다. 그들은 그냥 그런 인물이다. 어디까지 올라가야 당신이 원하는 성공이냐는 물음에 <미스티>의 고혜란은 “모르지. 나도 아직까지 올라가보지 못했으니까”라고 답한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배타미는 “내 욕망엔 계기가 없어. 내 욕망은 내가 만드는 거야”라고 일갈한다. 주체성을 가진 욕망의 화신. 여성을 그렇게 그리는 대중문화는 드물었다. 그래서 특별했다.

내가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에서 기대하는 것도 그런 부류다. 스테레오타입에 갇히지 않고, 여성을 구제가 필요한 연약한 대상으로 묘사하지 않고, 여성의 욕망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 서사. 여성‘도’ 운동할 수 있다,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들이 운동하는 모습에 구태여 부연을 붙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은 그냥 운동하고 싶어 하는 것뿐이다.

 





<시놉시스>


"같이 농구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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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사진 / c 김희지



작업 중인 게임 시나리오의 클라이막스를 앞두고 한 문장도 쓸 수 없게 된 연정. 공원 자판기에서 제일 인기 없는 음료 레몬 사이다를 한 캔 뽑아 마시는데, 농구공을 든 재영이 나타난다.


농구 시민리그 참가라는 말도 안 되는 제안으로 연미, 환희, 혜준을 만나는 연정은 잠시 모든 걸 잊고 농구에 푹 빠진다. 살아온 환경도, 대회 참가 이유도 제각각인 다섯 명은 과연 팀이 될 수 있을까? 연정은 시나리오를 완성할 수 있을까?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
- 보통의 농구 연극 -


일자 : 2019.10.15 ~ 2019.10.20

시간
평일 8시
주말 4시

장소 : 서강대학교 메리홀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제작
플레이어F, 페미씨어터

후원
서울문화재단

관람연령
만 10세 이상

공연시간
80분



 

 

[박성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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