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샹송과 오페라의 낯선, 친숙함. 샹송 드 오페라 "카르멘" - 서울오페라페스티벌

부모님도 오페라의 매력에 빠지다.
글 입력 2019.10.07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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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샹송 드 오페라 카르멘.jpg

 

 

음악적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무대. 샹송 드 오페라 <카르멘>은 그런 무대였다. 사실 오페라 무대를 부모님께 보여드리면서 걱정을 많이 했었다. 혹시라도 너무 어렵거나 낯설어서 보시면서 조시는 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들 말이다.

 

나도 그렇지만 우리 부모님은 더군다나 오페라 장르를 접해본 적이 없다. 거기다가 프랑스의 샹송이라니. 가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몇 가닥을 들어나 보셨을까? 음악을 감상하는 일 따위는 우리 부모님에겐 굉장히 어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다행히 나의 염려와는 다르게 모두에게 런닝타임 80분은 아쉬울 정도로 순식간에 지나갔다. 음악적 상식이나 경험이 전혀 없이도 너무 멋스러운 무대였고 황홀한 시간이었다.

  

<카르멘>은 19세기 프랑스의 소설가 프로스페르 메리에(Prosper Merimee)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자유로운 집시여인의 사랑 이야기이다. 오늘날로 따지면 카르멘은 팜프파탈의 나쁜 여인이다. 순수한 돈 호세는 카르멘의 사랑의 유혹으로 홀딱 넘어가 그녀를 대신에 감옥 까지 다녀올 정도로 헌신적이었지만 그사이 카르멘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배신을 하고 만다. 그녀의 마음을 돌려보려 애쓰지만 결국 돌아오지 않는 그녀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에 못이긴 돈 호세는 그녀를 죽임으로서 극은 비극적으로 마무리가 된다.

 

자극적인 내용이라 그런지 무대의 몰입도가 상당하다. 사실 극을 관람할 때만해도 줄거리도 전혀 모르고 한국어도 아닌지라 처음에 다소 멍 했지만 도입부 비제의 오페라 하바네라를 들으면서 ‘아 이거 뭔지 알거 같다.’는 익숙함을 받았다. 오페라라는 장르가 굉장히 멀게만 느껴졌었는데 사실 그게 아니었던 셈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고전 중의 고전이 바로 오페라였다. 어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거기에 이번 무대는 다른데서는 쉽게 듣기 어려운 샹송을 더했다. 카르멘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화려한 삶을 살다간 프랑스 샹송가수 에디뜨 삐아프(Edith Piaf)의 노래가 어울러 진 것인데 이 또한 새로우면서도 익숙하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 깊게 본 영화 중 하나인 ‘라비앙 로즈’를 통해 에디뜨 삐아프의 삶과 노래에 한때 푹 빠졌던 적이 있다. 그 때 한참 이 노래들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와 사랑의 찬가(Hymne A L’amour)을 들으며 괜히 센치한 기분에 혼자 심취해있었는데 명곡은 명곡이다.

 

부모님은 처음 듣는데도 매우 귀가 즐겁다고 말씀하셨다. 개인적으로 에디뜨 삐아프의 샹송 가사들과 카르멘의 내용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었다. 카르멘이 아니라 돈 호세의 입장에서 말이다. 사랑만을 갈구하고 사랑에 배신당해도 다시 사랑을 선택한 그녀의 기구하고 다소 불행했던 삶처럼 카르멘 역시 비극으로 그 끝을 맺었지만 한 시간 동안 채워진 노래들은 가슴에 박히는 아름다운 선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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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을 보고 난 후 가장 큰 혜택은 나의 부모님이 새로운 예술적 장르에 매력을 느낀 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점이다. 역시 예술이라는 것은 간접경험이 아닌 직접 경험으로 이어져야지 나의 취향인지 아닌지를 분명하게 알게 되는 것 같다.

 

장르적인 낯섦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오페라 공연이라고 하면 굉장히 비쌀지 않나 하는 선입견과는 다르게 이번 공연은 강동아트센터, 서귀포시예술단, 노블아트오페라단 주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서울시, 강동아트센터의 후원으로 부담 없는 가격으로 제공을 하였다. 이런 가격과 높은 수준의 공연이라면 몇 번이라도 보여들일 텐데 매번 있는 기회는 아니라 아쉽다.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이라는 좋은 문화축제 덕택에 부모님과 같이 새롭게 오페라에 눈을 뜨게 된 분들이 또 계시지 않을까 생각된다. 벌써 4년째 맞이한다는 이 축제가 내년에도 다시 찾아오길 기대한다. 아무래도 인기가 많아질수록 티켓 구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만 좀 더 많은 대중들에게 이 축제가 알려져서 새로운 자신의 예술적 취향을 찾기 위한 보다 넓은 경험을 누렸으면 한다. 이번 공연기회 덕택에 알게 된 부모님의 새로운 취향을 반영해 내년 부모님 생신엔 고민 없이 오페라 공연 티켓을 선물로 드려야겠다.

 

 

[최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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