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곳에서 -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

글 입력 2019.10.0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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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에서는 여성의 남성 스포츠 관전이 금지되었고 치한 및 폭력 방지를 그 이유로 내세웠다. 치한 및 폭력 방지를 위해 여성의 남성 스포츠 경기장 입장을 제한한다는 것은 명백한 성차별이었지만 최근까지 이러한 규칙은 계속 지켜져 왔다. 국제축구연맹은 이를 비판했고 여성이 남장 차림으로 경기장에 들어가는 사례가 속출했던 가운데 지난달, 남장 차림의 여성이 경기장에 들어가려다 체포된 후 분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9년 10월 2일, 이란의 마수메 에브데카르 부통령은 월드컵 축구 예선 경기장에 여성 관객이 직접 경기를 관전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의 “여성은 어디든 갈 수 있어야 하며 스포츠 경기장도 예외가 아니다”라는 입장 이후에도, 보수 이슬람 강경파는 여전히 “경기장 내 분위기가 여성과 어울리지 않는다”라든가 “반라의 축구 선수를 여성이 보는 것은 죄악”이라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적어도 이란의 여성 관객들이 경기장을 마음에 아무 거리낌 없이 자유로이 입장하고 경기를 관람하는 데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이런 일에 눈살을 찌푸리고 혀를 차며 안타까워할 것이다. 그런데 그중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저렇게 경기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는 저 나라 여성들은 참 안됐다, 우리나라 여자들은 그에 비하면 얼마나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지 않느냐고. 과연, 남성 출전 스포츠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만이 성차별이고 지금 이곳의 여성들은 자유로운 스포츠 활동에 아무 제약이 없을까?

 


포스터_레몬사이다썸머클린샷01.jpg

 

 

“보통의 농구 연극“ 그렇다. ”여성 선수들의 도전“, ”여성의 농구“도 아닌 보통의 농구 연극이다. 그저 여성들이 농구를 즐기는 보통의 경기를 보여주는 연극. 여성 캐릭터들이 마음껏 농구를 즐기고 승리를 향해 달려가는 연극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은 서울문화재단 청년예술지원사업 선정작으로 플레이어F와 페미씨어터가 공동으로 제작한다.

 

장충체육관에서 14년 만에 여자프로농구(WKBL) 올스타전이 열렸던 날, 제작팀은 한껏 농구에 취한 상태로 농구 연극을 만드는 데 합의했다. 그저 농구를 하고 싶었을 뿐인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맞닥뜨렸던 어려움을 서로 공유했고 각자의 씁쓸한 경험은 연극의 바탕이 되었다.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은 지금까지 이어진 기울어진 운동장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며 성별에 상관없이 농구, 운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임을 보여주려 한다.

 

 

레몬사이다썸머클린샷_c김희지_연습사진4.jpg

 

 

[줄거리]

 

"같이 농구 할래요?"

 

작업 중인 게임 시나리오의 클라이막스를 앞두고 한 문장도 쓸 수 없게 된 연정. 공원 자판기에서 제일 인기 없는 음료 레몬 사이다를 한 캔 뽑아 마시는데, 농구공을 든 재영이 나타난다.


농구 시민리그 참가라는 말도 안 되는 제안으로 연미, 환희, 혜준을 만나는 연정은 잠시 모든 걸 잊고 농구에 푹 빠진다. 살아온 환경도, 대회 참가 이유도 제각각인 다섯 명은 과연 팀이 될 수 있을까? 연정은 시나리오를 완성할 수 있을까?

 

 

농구는 총 4쿼터로 진행된다. 1쿼터는 10분,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겠지만 대부분 스포츠 경기가 그렇듯이 영화보다 더 짜릿한 득점의, 역전의 순간은 찰나에 찾아온다. 그래서 때론 스포츠 선수들의 10분은 1시간 분량의 영화보다 더 극적인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기도 한다.

 

승패를 가르는 10분, 그 안에 쟁취해야 할 승리를 누리기 위해 코트를 누비는 여성 선수들의 이야기가 무대 위에 연극으로 펼쳐진다. 경기에 열중하는 선수들의 열정은 관객들에게 전달되며 동시에 선수들의 노력하는 과정도 제목만큼이나 청량함을 안겨줄 것이다.

 

 

레몬사이다썸머클린샷_출연진.jpg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 한국을 방문했던 때, 그와 동행했던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는 평창올림픽 관련 행사에 참여했다. 당시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한국 여학생들과 함께 자리한 그는 여학생들도 남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스포츠를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이는 지극히 당연시되어야 한다고 말했고, ”Let’s remind us, girls play too“라고 마무리했다.

 

여자아이들도 남자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이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세계 정계 인사들이 꾸준히 언급한다는 것은 많은 곳에서 이가 당연시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성의 경기장 입장을 금지하지 않더라도, 특정 종목의 운동선수로 뛰는 것을 금하지 않는 것만이 여성의 스포츠 참여에 완전한 평등을 이루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아직도 세계에 자리한 여성 불평등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을 향한 일침이며 우리가 기울어진 운동장에 있음을 나타낸다.

 

극단적인 성차별 사례를 가리키며 우리 정도면 괜찮은 것 아니냐는 이들에게, 상대적으로 여성 스포츠 종목이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하는, 당장 여성이라는 이유로 스포츠 활동에 제약을 누리는 사례가 빈번한 이곳에서 이 연극이 관객들이 다시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지극히 당연한 것이 당연히 이루어지지 않는 이 기울어진 운동장에 우리가 서 있음을.



++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어들이 선사하는 감동

농구는 1쿼터에 십 분이다. 기상 시간에 맞춰둔 알람 소리에 깼다가 잠깐 정신을 차리기 위해 눈을 감았다 뜨는 시간이 십 분 정도다. 그런데 그 십 분은, 모든 드라마가 다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직접 경기를 뛰어보며 깨달았다. 나는 이 드라마를 언젠가 무대 위에 옮겨놓으면 좋겠다는 꿈을 품게 되었다.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어들이 선사하는 감동은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마법과 닮은 점이 많다. 나는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이 나와서 코트를 누비며, 그러니까 무대를 누비며 농구 하는 공연을 만들 수 있다면, 정말 근사한 마법을 부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 작가 심정민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
- 보통의 농구 연극 -


일자 : 2019.10.15 ~ 2019.10.20

시간
평일 8시
주말 4시

장소 : 서강대학교 메리홀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제작
플레이어F, 페미씨어터

후원
서울문화재단

관람연령
만 10세 이상

공연시간
80분





플레이어F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극을, 다양한 여성 창작자들이 무대를 중심으로 모여 그들이 가진 얼굴과 재능을 펼쳐보일 수 있는 서사를 꾸준히 선보이고 싶다. 말로 하는 설득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 하나가 더 많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다.


페미씨어터

페미씨어터는 '페미니즘 연극제 운영'과 '페미니즘 연극 제작'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페미니즘 이슈가 사회를 휩쓸면서 페미니즘이 '여성우월주의'라거나 '남혐'이라는 등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도 늘고 있다. 그러나 페미씨어터가 바라보는 페미니즘의 목표는 궁극적인 성평등이다. 젠더 위계의 하위에 여성이 위치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회분위기를 바꾸고, 존재조차 지워졌던 성소수자와 함께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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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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