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보통의 '여자' 농구 연극 -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 [공연]

코트 위를 누비는 여성들의 이야기
글 입력 2019.10.0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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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체육을 끔찍하게 싫어하던 학생이었다. 뛰는 것도 싫었고 몸을 움직이는 것도 싫었다. 차라리 앉아서 수학문제를 푸는 편이 나아서 시험기간을 선호했을 만큼 체육을 혐오했다.


나는 지금도 운동을 못한다. 운동신경이 처음부터 없었던 탓인지 필라테스든 수영이든 무슨 운동을 시작하려고 하면 언제나 “한 달만 하면 이것보다는 나아질 거예요. 걱정 마세요.”와 같은 위로를 받곤 했다. 학창시절에는 달리기 꼴등이 언제나 내 몫이었기 때문에 더 체육시간을 싫어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얼마 전, 여학생들의 체육 활동 실태에 관한 연구를 접하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여학생들의 체육에 대한 자기인식이나 외부 환경 모두 남학생들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여학생들이 체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가 힘들다는 연구였다. 남학생들은 자신들의 남성성을 ‘발산’하기 위해 더욱 체육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지만 여학생들은 자신들의 여성성을 ‘보존’하기 위해 위축된 신체 활동량을 보인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여자니까 넌 체육 못해도 돼.”, “사내놈이 이런 것도 못하면 어떻게 해.” 부류의 전근대적 교사 발화 역시 한몫을 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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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체육 교과서 모습.

다행히 현재는 많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여성들의 스포츠 활동 역시 오랜 기간 금지되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 와서야 28개 종목 모두 여성들의 참가가 가능해졌고, 여성의 스포츠 활동 자체 역시 19세기 무렵에나 허용되기 시작했다. 여성의 주체적인 몸 인식과 결부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여성들의 스포츠 활동은 주목해야 할 이슈가 아닐까 싶다.


얼마 전,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라는 카피의 나이키 광고가 화제가 되었다. 전통적인 여성상을 뒤엎고 주체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여성들의 모습이 담긴 광고였다. 예쁘게 몸매를 가꾸기 위해, 탄력 있는 신체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꿈과 건강을 위해 달린다는 점에서 여성을 향한 시각이 얼마나 변화했는가를 느낄 수 있었다.

 

 

 

 

‘보이는 객체’에서 ‘보는 주체’로 변화할 때 비로소 여성들은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듯이, 거울 속에 비친 내가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이는가에서 탈피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그 가운데에 스포츠가 존재한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적고 있는 나도 운동을 미루고 또 미루기는 하지만, 운동의 이유가 (미용 목적의) 다이어트나 몸매 관리가 아닌 건강과 체력 증진으로 초점화된다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지 않나 싶다. 그동안 여성들의 스포츠는 지나치게 전자에 집중해왔기 때문에.

 


포스터_레몬사이다썸머클린샷01.jpg

 

 

보통의 농구 연극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 역시 이러한 지점에서 창작된 작품이다. 여성 캐릭터들이 마음껏 농구를 즐기고 승리를 향해 달리는 작품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은 서울문화재단 청년예술지원사업 선정작으로 플레이어F와 페미시어터가 공동으로 제작한 연극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아래에 있던 사람들에게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평평한 운동장을 제공하는 것, 이 작품이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목표 지점이다.


여성이 운동을, 특히 농구를 하는 걸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 250보다 작은 사이즈의 농구화를 찾기 힘들었던 일, 같이 농구할 사람이 없어 팀플레이 경험이 없는 것, 혼자 야외코트에서 연습할 때 느껴지는 견제와 위협들, 겨우 찾은 여성 아마추어 팀에서 농구를 하면서 그 안에서 경험하고 발견한 이야기들까지.

 

창작팀은 여자프로농구(WKBL) 올스타전이 열리던 날 각자의 농구 경험을 이야기하며 농구 연극을 만들기로 다짐했다. 1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코트 위에서 펼쳐지는 드라마, 이는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이 코트를 누비며 농구를 하는 공연이 바로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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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소재의 연극이나 뮤지컬은 많지만 여성 스포츠를 다루는 작품은 흔치 않았던 것 같다. 여성들이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해 움직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성의 몸과 움직임이 조금 더 자신에게 초점이 맞추어지기를, 조금 더 이기적으로 운동하기를. 여성의 목소리를 개성적으로 그려냈던 페미씨어터의 이번 연극이 기대되는 이유다.


 

 

시놉시스

 

"같이 농구 할래요?"

 

작업 중인 게임 시나리오의 클라이막스를 앞두고 한 문장도 쓸 수 없게 된 연정. 공원 자판기에서 제일 인기 없는 음료 레몬 사이다를 한 캔 뽑아 마시는데, 농구공을 든 재영이 나타난다. 농구 시민리그 참가라는 말도 안 되는 제안으로 연미, 환희, 혜준을 만나는 연정은 잠시 모든 걸 잊고 농구에 푹 빠진다. 살아온 환경도, 대회 참가 이유도 제각각인 다섯 명은 과연 팀이 될 수 있을까? 연정은 시나리오를 완성할 수 있을까?

 

 

공연개요

 

보통의 농구 연극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

 

장소 : 서강대학교 메리홀 소극장

일시 : 2019. 10. 15(화) - 10. 20(일) / 평일 8시, 주말 4시 

기획 : 나희경

극작 : 심정민

연출 : 설유진

출연 : 강다현, 기푸름, 라소영, 박마리솔, 정수미

스태프 : 드라마터그 성효선, 조명디자인 신동선, 의상디자인 강기정

제작 : 플레이어F, 페미씨어터

후원 : 서울문화재단

 

 

단체소개

 

플레이어F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극을, 다양한 여성 창작자들이 무대를 중심으로 모여 그들이 가진 얼굴과 재능을 펼쳐보일 수 있는 서사를 꾸준히 선보이고 싶다. 말로 하는 설득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 하나가 더 많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다.


페미씨어터

페미씨어터는 ‘페미니즘 연극제 운영’과 ‘페미니즘 연극 제작’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페미니즘 이슈가 사회를 휩쓸면서 페미니즘이 ‘여성우월주의’라거나 ‘남혐’이라는 등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도 늘고 있다. 그러나 페미씨어터가 바라보는 페미니즘의 목표는 궁극적인 성평등이다. 젠더 위계의 하위에 여성이 위치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회분위기를 바꾸고, 존재조차 지워졌던 성소수자와 함께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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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이은영 외(2016), 젠더형평성과 사회정의 실현 측면에서 바라본 여성의 신체활동, 한국여성체육학회지

오정수(2017), 페미니즘 관점에서 분석한 여성체육지도자의 젠더 불평등 경험, 한국여성체육학회지

 

 

[정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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