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직캠의 역기능 (feat. 2019 뮤콘) [공연예술]

글 입력 2019.10.07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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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콘서트에 가면, "대포캠"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늘 맨 앞줄에 앉아 선명한 화질로 가수를 담는 그들이 부러웠고, 대단해 보였다. 팬페이지에 사진을 올려주면 나는 받아서 보는 입장이니까 그들이 있어서 고맙기도 했다. 그 당시 휴대폰으로는 좋은 영상이나 사진을 도저히 건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물론 대포캠만큼은 아니지만, 스마트폰의 카메라 성능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고, "1인 1직캠"이 가능한 세상이 왔다. 모두가 공연을 보러 가면 영상과 사진을 찍어서 SNS, 유튜브에 업로드 한다. 스마트폰을 세로로 들고 찍은 영상을 의미하는 "세로캠"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공연 중 촬영 금지 조항이 무색하게 스마트폰 직캠은 하나의 공연 문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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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코엑스 광장'과 'SMTOWN THEATER'에서 <2019 서울 뮤콘(MU:CON)> 행사가 있었고, 무료로 쇼케이스가 진행되었다. 쇼케이스는 인디 뮤지션부터 신인 아이돌까지 다양했고, 무료 공연이었던 점과 교통이 편리한 코엑스에서 했다는 점 때문인지 많은 사람이 모였다. 나는 3일 '코엑스 광장'에서 16시 30분부터 22시 30분까지의 공연을 보았다.

다양한 뮤지션들 덕에 관객층도 다양했다. 나는 뮤콘이라는 행사에 대한 관심과 밴드 공연에 대한 기대로 그 곳을 찾았지만, 특정 뮤지션 혹은 아이돌을 보기 위해 온 사람들도 많았다. 라인업 탓이었을까? 나는 뮤콘 쇼케이스를 즐기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정 팬덤의 문화 때문이라기 보다는, "직캠"의 기능에 대한 회의감을 많이 느꼈던 현장이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직캠 영상을 즐겨 보는 사람이었지만, 과연 "직캠" 문화가 공연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뮤지션과 관객: 경직된 첫 만남


 

관객들은 뮤지션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휴대폰을 정비한다. 동영상 화면을 켜놓고 그들을 기다리고, 환호에 앞서 촬영 시작 버튼을 누른다. 혹여 화면이 흔들릴까 미동도 없이 "오~"하는 함성과 어울리지 않는 경직된 자세로 뮤지션을 맞이한다.

공연은 뮤지션과 팬이 함께 즐기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그 순간의 만남은 상당히 설레고, 그 상황과 현실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벅찬 일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뮤지션이 일방적으로 팬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즐기고 공감하는 것이 공연의, 특히 페스티벌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뮤콘의 현장은 그렇지 않았다. 적어도 분위기가 풀리고, 관객층의 변화가 있기 전까지는 뮤지션과 팬은 그곳에 함께 존재하지 않았다. 관객은 뮤지션과의 만남에 대한 설렘보다 "그를 찍어가겠다"라는 의지를 더 굳게 보였다. 함께 박수를 치고 손을 흔들 수 있는 공연에서도 스마트폰 속에 뮤지션의 모습을 담는 일이 관객에게는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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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뮤콘 오왠
 


공연의 시작에 앞서 관객이 경계하고 긴장을 하는 일은 흔하다. 따라서 뮤지션이 셋리스트를 구성할 때에도 초반에는 긴장을 풀어줄 수 있는 리스트로, 후반에는 함께 즐길 수 있는 곡들로 구성하곤 한다. 뮤지션 역시 초반에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힘을 더 쏟는다. 페스티벌의 경우, 뮤지션별 공연이 길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라인업 구성을 통해 관객과의 호흡을 맞추려 한다.

하지만 공연은 일방적인 문화 콘텐츠가 아니다. 뮤지션이 다가오는 만큼 관객이 마음을 열어야 더 많이, 더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관객이 얼마나 마음을 열어줬는지에 따라 뮤지션이 전달하는 에너지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에 대한 환호와 집중이 중요하다. 나는 공연이 펼쳐지는 순간만큼은 무대에 집중하고, 그들의 음악을 느끼고 따라가는 것이 공연 예절이라고 생각한다.

뮤콘 쇼케이스 관객이 뮤지션을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스탠딩석은 무대와 객석이 가깝기 때문에 뮤지션은 관객의 행동을 하나하나 볼 수 있다. 그들이 무대 위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은, 수많은 카메라 렌즈들과 소심하게 움직이는 관객들이었을 것이다. 뮤지션이 먼저 호응을 유도하지 않으면 관객은 휴대폰을 보는 데에 집중했고, 영상에 그들을 담는 일에 열중했다.


*
 

나는 콘서트에서 영상을 찍어도 나중에 잡음 때문에 잘 보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순간을 즐기고 눈에 가득 담자는 생각으로 휴대폰을 넣고 최대한 집중을 한다. 보여주기 위해 가는 콘서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공연들은 어디를 가든 관객의 손에 야광봉 대신 스마트폰이 들려 있고, 슬로건을 흔드는 대신 팔을 높게 올려 가림 없이 사진을 찍는 데 열중한다.

많은 뮤지션이 관객의 직캠, 직찍 영상에 '좋아요'를 눌러주고, 스마트폰을 가져가 사진을 찍어주는 등의 팬서비스를 하기도 하지만, 나는 공연의 주목적은 절대 촬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뮤지션은 관객의 카메라에 담기기 위해 무대에 오르지 않는다. 한두 개의 영상을 찍을 수는 있지만, 적어도 그들이 등장하고, 퇴장하고, 즐기길 바라는 무대들은 잠시 휴대폰을 놓고 함께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관객과 뮤지션: 우리 사이의 거리


 

뮤지션의 공연을 눈앞에서 보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적절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아무 때나 원하는 뮤지션의 공연이 있지도 않다. 공연을 하지 않으면 우리의 만남은 스크린을 통해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스크린의 장벽 없이 그들을 마주할 기회는 공연이 거의 유일하다.

그들을 가까이서 보는지, 이목구비가 보이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사이에 장벽이 없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어떤 자리에서 공연을 보든 뮤지션과 나 사이의 빈 공간이 주는 떨림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공연에 가면 자꾸만 그 간격이 벌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관객은 본인의 액정 속 뮤지션을 바라보고, 뮤지션은 관객의 렌즈를 바라본다. 굳이 공연장을 찾아야 했을까?

스마트폰은 뮤지션과 관객 사이를 막는 또 하나의 장애물이 된다. 거리는 더욱 벌어지고, 소통은 줄어든다. 영상을 직접 찍어주는 뮤지션들의 팬서비스도 좋지만, 나는 그들과 눈 맞추고 손을 흔들 때가 더 좋았던 기억이 난다. 직접적인 소통이 주는 특별한 느낌과 감동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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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뮤콘 데이브레이크
 
 

기록으로 남느냐, 기억으로 남느냐의 차이일까? 인터넷과 사진 기술의 발달로 더욱 더 많은 것을 담고,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정말 보이는 것뿐일까? 카메라를 내려놓고 뮤지션과 나 사이에 있는 장벽을 완전히 허물게 되면 느껴지는 떨림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길 바란다.

사람마다 공연에 거는 기대로, 느끼고자 하는 것도 다르겠지만, 나는 "공연"이라는 문화생활이 주는 공간적 감동을 모두가 느꼈으면 싶다. 그 공간에 카메라가 들어오게 되었을 때 생길 수 있는 이차적 거리감이 "반쪽짜리 만남"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업로드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공연 현장을 간접 체험할 수 있겠지만, 그 전에, 현장에서의 감동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것도 관객의 특권이기 때문이다.

 

  
 

관객과 관객: 화면 밖의 나


 

나는 앞서 말했듯이 공연을 볼 때 영상을 찍지 않는다. 나에게 중요한 건 현장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속사나 공연 기획사에서 올려주는 공식 영상이 나의 스마트폰으로 찍을 수 있는 영상보다 퀄리티가 좋다. 따라서 내 눈 속에 담고, 리듬을 느끼고, 환호하는 일에 집중한다. 다른 관객이 영상은 찍는 것까지 막고 싶지는 않다(공연 주최 측에서 허용한 거라면). 나는 나의 공연을 즐기기 위해 간 거니까.

하지만, 요즘은 자꾸 다른 관객의 영상 촬영으로 인해 화가 난다. 나는 공연을 즐기기 위해 온 거지, 그들의 액정을 보러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의 시야를 가로막는 수십 대의 카메라들로 인해 나는 도저히 뮤지션을 볼 수가 없었다. 야광봉을 흔들기 위해 들어 올린 팔이었다면 함께 즐길 수 있었겠지만, 그들의 목적은 즐기기 위함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불편했다.

때때로 내가 그들의 촬영 영역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눈초리를 받아야 했고, 그들의 촬영이 방해되는 곳에 서 있을 때면 잦은 몸싸움을 경험해야 했다. 이런 불만을 가진 것은 뮤콘 쇼케이스가 처음은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공연장에 가면 (특히 스탠딩석 앞쪽에서) 번쩍 들어 올린 스마트폰들의 사이에서 까치발을 들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영상에 집중하고 있는 관객들과 렌즈를 바라보고 있는 뮤지션 사이에서, 화면 밖에 존재하는 나는 어느 순간 배제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나도 같은 공연을 즐기러 온 건데, 나는 나의 공연을 즐기는 일을 해내기 어려웠다. 혹시나 화면에 내 팔이 등장할까 소심하게 흔들어야 했고, 더는 모르는 다른 관객들과 웃으며 소리를 지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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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뮤콘 솔루션스
 
 

같은 공연을 보러 왔다는 것은 같은 목적을 가지고, 같은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온 것이라 다른 관객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더는 그런 정을 나누는 일이 전처럼 쉽지가 않다. 최대한으로 나눌 수 있는 정은, 그들이 올린 영상을 SNS에서 발견했을 때, '좋아요'를 누르는 정도가 돼버렸다.

그들이 영상을 촬영하는 것은 상관이 없다. 그로 인해 공연에 피해가 가지 않는다면 열심히 찍어서 많이 올려주면 좋겠다. 하지만, 적어도 다른 관객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영상을 찍는 액정이 나의 시야를 막지 않으면 좋겠고, 그들의 화면이 흔들리는 일로 인해 즐겁게 공연을 관람하는 내게 화를 내지 않으면 좋겠다.

공연의 목적은 촬영이 아니고, 뮤지션만이 주인공이지도 않으며, 촬영 중이라는 이유가 공연 예절을 어기는 것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다. 모두가 이 사실을 알면 좋겠다. "공연장"이란 공간은 작은 화면 속만을 포함하지 않는다. 화면 속에 없다고 절대로 공연 현장으로부터 배제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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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발달로 뮤지션의 팬들끼리 소통이 쉬워졌다. 커뮤니티도 그만큼 강화되었고, 영상과 사진 등의 공유도 빠르게 이뤄진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커뮤니티의 강화와 함께 개인주의가 확대된 모습을 보인다. 공연장 내부에서도, 다 함께 같은 공연을 보고 같은 반응을 하지만, 응집되지 못하고 서로 각자의 것에 집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직캠과 업로드의 좋은 점들은 매우 많다.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도 뮤지션의 공연을 생동감 있게 볼 수 있고, 홍보 효과도 있을 수 있다. 또한, 많은 뮤지션들 역시 직캠 영상을 공유하고 '좋아요'를 누르기도 하며 함께 참여하려 한다. 공연이 줄 수 있는 새로운 매력과 공감대라고 생각한다.

다만, 직캠을 찍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공연의 분위기를 망치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 공연을 공연 자체로 즐기는 일이 영상을 촬영하는 일보다 우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공연은 촬영 금지 규정이 있다. 안 지켜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 규정은 저작권 문제만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공연장에서 뮤지션이 팬에게 전달하는 에너지는 그 순간이기에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영상에 담는 순간 사라지는, 그런 에너지를 관객들이 모두 느끼고 맘껏 순간을 즐기면 좋겠다. 그리고 뮤지션 역시 그들의 공연에 진심과 열정으로 참여하는 관객을 보고 더욱 빛나는 무대를 펼치길 희망한다. 모두의 에너지가 화합할 때, 최고의 공연은 만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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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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