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독자가 필요한 당신에게 [문화 전반]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 활동한 지난 3개월을 되돌아보며
글 입력 2019.10.08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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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는 독자가 필요하다. 물론 작가마다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내 글에는 독자가 필요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글을 타인에게 공개하기 시작한 이래로 계속 이어지던 바람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더 많은 독자를 얻을 수 있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을만한 주제에 대해 쓰는 것이다. 요즘 화두가 되는 사회적 사건, 방송 이슈, 논란 등은 이 측면에서 적합한 주제이다. 두 번째는 글의 노출 정도를 늘리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검색하는 해시태그를 달거나 유명 포털 사이트의 검색 결과 상단에 뜨는 것은 이쪽에 해당할 것이다.
 
10년 가까이 특정 포털 사이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이 공간은 내 사적 영역에 가깝기 때문에 밀도 있는 글을 쓰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문화행사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가 커지면서, 나의 경험을 흘려보내지 않고 글로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그리고 이왕이면 다른 사람들과 내 글을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브런치를 시작했다.
 
브런치 서비스는 최소 두 개 정도의 글을 올려 작가 신청을 받고 이후 심사를 통해 선정 여부를 결정한다. 몇 년 전 개인 에세이를 올리고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했을 때는 탈락했지만, 문화예술 영역으로 방향을 정하고 가다듬은 글을 올린 이번에는 다행히 첫 번째에 승인되었다. 이후 브런치에 최소 일주일에 하나의 글을 올리기로 나 자신과 약속했다. 브런치에는 여행, 일상 에세이부터 문화 예술, 인문, 철학, 직업 등 다양한 영역의 글이 올라오지만 그중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 글은 대체적으로 에세이 분야다. 그래서 더욱더 많은 독자를 만나고 싶은 내 바람은 커져만 갔다.
 
그 와중에 발견한 것이 바로 아트인사이트 17기 에디터 모집 공고였다. 포털 사이트와 검색 제휴를 맺고 문화 초대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었다.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아트인사이트 17기 에디터 지원서에는 문화예술에 대해 갖고 있는 내 생각을 진솔하게 담았다. 지원서를 작성한 6월은 개인적으로 바쁜 시기였지만 '지금 나는 이걸 해야 한다.'는 마음이 분명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7월, 합격 연락을 받고 본격적으로 아트인사이트 17기 에디터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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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에디터 활동을 시작하고 처음 올린 글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1번> 연주회를 본 후기였다. 러시아 음악에 관한 글은 브런치에 지속적으로 써오고 있었지만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에게 공개된다는 걸 의식하자 더욱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연주회 다음 날,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1번>을 듣고 또 들으며 글을 썼다. 이 곡이 갖고 있는 역사적 배경이 곡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최대한 생생하게 담고 싶었다. 퇴고를 마치고 출력한 직후 글을 다시 읽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지쳤지만 지금 그 글을 읽어보면 좋은 시작이었다고 생각한다.

 

이후 아트인사이트 오피니언란에는 주로 보았던 음악 공연 위주로 글을 올렸지만, 음악에 관해서만 쓴 것은 아니다. 연극, 영화, 프리랜서라는 사회적 이슈에 관해 썼고, 문화 초대로 받은 책에 관한 리뷰를 쓰기도 했다. 특히 8월 방문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이후에 기고한 두 편의 글은 나에게 하나의 분기점과 같다.

 

영화제에 가기 전부터 여기서 본 영화에 대해 아트인사이트에 글을 올릴 것을 계획했다. 그래서 영화를 본 이후에도 천천히 인상 깊었던 부분을 생각했고, 영화제의 특성상 접할 수 있던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 나누었던 이야기도 메모했다. 하루에 세 편의 영화를 내리 달리며 틈틈이 남는 시간 동안 아트인사이트에 올릴 글을 정리했고, 영화제에서 본 10편의 영화 중 6편을 선정해 이후 아트인사이트에 두 편의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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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8월 진행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포스터

 

 

사실 이 글을 쓰기 이전에 나는 영화에 대해서 약간의 거리감을 갖고 있었다. 수많은 문화예술 영역 중에서 내게 가장 가까운 것은 음악과 문학이다. 또한 최근에는 영화관에 가는 것을 그리 즐기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제에 방문해서 글을 쓰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다녀온 이후 깨달았다. 내가 그동안 영화와 거리감을 느낀 이유는 기존 대형 영화관의 수많은 상영관을 채우고 있던 영화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음악과 영화의 만남은 이전부터 내가 관심을 갖고 있던 분야였고, 영화제라는 공간에서 수많은 양질의 영화를 접하며 자연스럽게 '이 영화에 대해 쓰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겼다. 그 이후 8월에 진행된 EBS국제다큐영화제와 9월에 열린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도 관심있는 이슈에 관한 영화를 보고 글을 썼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을 통해 이렇게 보다 다양한 분야에 관한 글을 쓸 수 있었다는 점 이외에도 한 가지 더 얻은 것이 있다. 바로 다른 사람의 글을 읽게 되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같은 공연이나 책에 관해 많은 에디터들이 리뷰를 올리는 문화 초대의 경우에는 글을 쓰기 전에 다른 에디터들의 글을 보며 방향을 잡기도 했다. 또한 글을 쓰기 위해 마감일을 앞두고 매일같이 아트인사이트 홈페이지에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에디터가 쓴 글을 읽게 되었다. 특히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퀸덤>의 AOA '너나 해' 무대에 관한 글이나 한국 힙합씬에 대해 지적한 글 등을 보며 많은 시사점을 얻었다.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아트인사이트 17기 에디터들이 매주 올리는 글은 에디터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자극을 준 동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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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글 쓰기 힘들죠? 저도 그렇습니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을 한 지난 3개월 동안 매주 '이번 주에는 어떤 글을 써야 하나?'라는 질문을 마주했다. 글로 쓸 만한 공연이나 문화예술행사에 참가했다면 소재 면에서는 해결이 되지만 그래도 역시 '어떻게 써야 하나?'라는 문제가 남아있었다. 공연이나 영화를 보고 온 이후에도 글을 쓰기 위해서는 적게는 프로그램북부터 책, 기사, 논문까지 찾아가며 방향성을 잡았다. 매주 화요일 퇴고를 마친 이후 후련함이 남았지만 며칠 뒤 다시 다음 주에 쓸 글을 생각해야 했다. 이 과정은 지금도 힘들고, 앞으로도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지난 3개월 동안 쓴 글을 돌이켜 보면 그래도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

 

아트인사이트가 나에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책임감이다. 매주 정해진 날짜를 지켜 글을 올리고, 포털 사이트 뉴스란에도 올라오는 내 글을 보며 그 책임감은 더해갔다. 이것은 글의 내용 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태도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만족한 글도, 그렇지 않은 글도 쌓여가며 더욱더 이 점을 깨닫게 되었다. 더 많은 독자를 만나기 전에 이 책임감에 대해 먼저 깨닫게 된 것은 지난 3개월이 내게 남긴 가장 큰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아트인사이트 17기 에디터로 활동한 나의 3개월을 적어보았다. 문화예술에 관해 보다 밀도 있는 글을 쓰고, 더 많은 독자를 만나고 싶은 이들에게 이어지는 아트인사이트 18기 에디터 활동을 추천하고 싶다. 4개월 동안 이어지는 에디터 활동에는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무언가를 얻게 된다. 그 여정의 앞에서 고민하고 있는 이들은 일단 한 걸음 내딛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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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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