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독서라는 행위와 텍스트에 대한 장인의 단상 -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

글 입력 2019.10.0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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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과 비슷한 느낌을 받은 책이 있다. 국내에서 발간된 <책은 도끼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물론 두 책은 매우 다르다. 하지만 똑같이 멋진 작품에 영감을 받고, 그걸 더 재밌게 독자들에게 설명한다. 비유하자면 유능한 요리책 저술가다.

 

그들은 요리를 매우 잘하는 사람이어서, 재료의 맛과 질을 잘 이해하고 그걸 이용해서 더 멋진 요리를 만든다. 그리고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방법을 너무 잘안다. 넘치는 재능은 주체할 수 없어서 레시피 북이라는 결과물까지 만들고 만다. 세세한 특징보다 중요한 것은 레시피라는 것은 서사보다 그 책을 읽고 직접 행동할 주체적 행위자를 전제한다는 것이다. 이 책도 그렇다. 주체적인 행위자를 전제하고, 텍스트에 대한 고찰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글을 쓰는 그 본인도 같은 모범사례로서 그 길을 써내려갈 뿐이다.

이 글의 전반부는 다양한 개념을 서로 비교하고 대조하기 때문에 읽기에 퍽 재밌다. 사실 위화의 광활한 독서량에 비빌 수는 없지만 몇몇 익숙한 작품을 그만의 시선으로 발견했을 때마다 내가 얼마나 위대한 작품을 애정없이 읽었는가를 느끼게한다. 카프카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이름이 나란히 섰을 때는 놀랐다. 두 작가의 이미지는 완전히 대조적이었다. 내가 읽었지만 읽어내지 못한 카프카 뿐이랴, 도스도옙스키, 사뮤엘 베게트, 보르헤스, 안톤 체홉, 프루스트가 등장한다.

내가 각 이야기의 커다란 줄기에 전율하는 동안, 작가는 서술방식에 관심을 기울인다. 재밌었던 묘사 부분을 긁어오자면 아래와 같다. 헤밍웨이는 내면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을 표현하기 때문에 느낌과 추측,혹은 상상을 통해서만 그것을 확인할 수 있게 장치했다. 도스도옙스키는 일종의 광란 상태에 빠진 라스콜리니코프를 표현하기 위해 20페이지를 넘게 할애해 살인을 저지른 상태를 묘사했다. 두 예시를 가지고 왔지만, 이 책의 전반부에는 수많은 작품의 예가 있다.

작가는 그 자신을 독자 중 하나라고 이야기 했지만, 이 집요한 서술에서 나는 단순한 문화예술 애호가를 넘어선 어떤 장인 정신마저 느꼈다. 사실 이 책의 처음과 끝의 문장에 계속해서 맴돌고 있는 '장인정신'이야말로, 이 책에서 찾아낼 수 있는 위화의 작가적 자아가 아닐까 싶다. 사실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이미 위화의 서문에서부터 뚜렷하게 나타낸다. 수많은 고전과 음악에 탐닉한 것은 문자예술이 이룰 수 있는 하모니, 아마 이 책은 그가 추구했던 무언가로 가기위한 하나의 과정이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책의 구조를 설명했는데,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읽기 어려운 책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은지 꽤 되었지만, 아직도 정확히 무엇을 읽었는지 딱 잘라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무지를 부끄럽게 고백하자면, 얕은 지식으로 다른 전공의 심화 수업을 들어온 기분이었다. 텍스트 문화에 대한 치밀한 서술 방식과 아름다움, 그것을 담아내는 장인이 깎아낸 뛰어난 문장은 큰 감동을 주긴 했다. 하지만 교수님의 지식에 입을 떡벌리고 멋진 표현을 입으로 암기하는 수준 이상이 되기가 어려웠다.

나의 지식이 부족한 것도 한 몫했지만, 이 책 자체가 하나의 연결된 산문이 아니라 각각 다른 시기에 쓰여진 예술가의 스케치같은 것도 있을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 이 글을 보게 되었다면, 내가 글을 시작하면서 레시피 이야기를 한 것을 먼저 받아들이길 권한다. 우리는 저자가 상상했던 어떤 맛을 구현하기 위해서 그 과정을 비슷하게 재현하려 한다. 만약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가 나처럼 글에 대한 애정과 부족한 지식이 있다면 하나의 문화지도, 그리고 그 끝에 도달한 새로운 대륙, 장인이 도달한 또다른 차원에 대한 서술을 즐기길 바란다.

저자가 이 책을 무엇을 향해 겨냥했것을 떠나, 그는 서문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읽힘을 긍정하고 있다. 읽기 쉬운 책은 아니지만, 글에 대한 애정을 가진 주체로서는 분명 큰 가치가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쓰는 위화는 견해가 불안정하며,비평가가 아니라 독자나 청중 중 하나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텍스트와 독서행위를 전설의 새의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로 표현했다.

나는 이 부분을 주체적 행위로서의 독서를 이끌어나가는 독자의 존재 없이는 이 책은 결코 날아갈 수 없다고 이해했다. 내가 읽어낸 이 책은 텍스트 안이 아니라, 그 밖에 있다. 음악의 화성처럼 문장 간의 하모니를 추구했던 위화는 텍스트의 서술방식 자체에 관심을 기울이고 텍스트와 선율의 조화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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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렇다면 이제 책의 후반부에서 다룬 글쓰기의 또다른 경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위화는 갑작스럽게 음악에 사로잡혔다. 음악이라는 하나의 '무형의 연속적 과정'으로서의 예술과 '유형의 정적 결과물' 악보의 갭이 어린 위화를 사로잡았다. 그는 다양한 것을 음악으로 바꾸어보았다. 이미 그는 그때부터 텍스트 안에 존재하는 음악의 선율에 대해서 고민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특별한 챕터가 있었다. 바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7번이다. 이 교향곡 안에 들어있는 사회문화적 메시지와 예술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작년에 출판된 책인 <죽은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으로 PRESS로도 다룬 적이 있었다. 여린 감성의 쇼스타코비치가 전쟁의 참혹함을 선율로 옮긴 방법은 지식으로서 받아들였을 때와 또다른 감동이 있었다.

질식할 것 같은 침략자를 묘사하기 위해 북소리를 끊어질 것 같은 팽팽함의 반복과 간격의 전환을 통해 이어갔다는 부분이나, 기적이 일어나면서 가벼움이 무거움보다 더 강력하다는 사실을 발견해 현악이 날카롭게 부상한다거나 하는 묘사는 또다른 충격이었다. 텍스트의 언어가 음악이 될 수는 있어도 음악의 언어가 텍스트가 될 수 있을 것 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텍스트를 넘어선 경지는 분명 장인이 이를 수 있는 경지일 것이다.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칸딘스키가 떠올랐는데, 색채 챕터에서 그를 언급하고 있다. 색채가 예술작품에 적용될 때는 음악이든 미술이든 색채 자체의 환원이 아니라 내적 표현이 되어야 한다. 색채를 드러내는 것은 강물의 색이 아니라 강바닥의 색이지만 강바닥의 색은 강물의 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와 맞물려 칸딘스키의 말이 서술되어 있다. 칸딘스키는 빨강을 "자신을 태워 장엄한 성숙을 이룰 뿐 에너지를 바깥으로 많이 내보내지 않는다"라고 서술했다. 색채 자체가 아니라, 색이 가진 에너지와 강도나 속성으로 표현한 것이다. 예술가는 색채 자체의 환원으로서 표현하지 않고, 내적 표현으로 그것을 사용한다. 이 오묘하지만 예술가와 예술 작품에 대한 깊은 통찰이 나에게는 정말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그래서 단순히 '문학'과 '음악'간의 연결을 묘사한 것이라고 표현되지 않길 바란다. 저자는 텍스트 바깥, 서문에서 말했듯이 밥이 아니라 밥 솥에 대한 것을 관심을 가지고 있다. 결국 위화가 겨냥하고 있는 것은 예술이라는 본질자체다. 서술 방식은 여러가지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화성을 이룬다. 그리고 예술의 얼굴은 인간이다. 위화는 이 작품에서 설득력있는 구조로 다양한 작품을 짚어간다. 하지만 그 손가락 끝이 향하는 것은 항상 같았다. 인간성의 극치로서의 예술이다. 그것을 발견한 독자는 그야말로 뜨거운 감동을 느끼게 된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더 많은 문화예술 애호가들에게 권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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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
- 생生을 헐어 쓴 글의 힘 -


지은이 : 위화余華

옮긴이 : 문현선

출판사 : 푸른숲

분야
작가에세이 / 중국 문학

규격
137*194

쪽 수 : 404쪽

발행일
2019년 09월 02일

정가 : 16,800원

ISBN
979-11-5675-793-1 (0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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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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