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언더그라운드,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해 내려가다

예술과 과학, 역사와 인류학을 넘나드는 매혹적인 땅속 안내서
글 입력 2019.10.03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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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

볼 수 없는 것을 보기 위해 내려간다.

오직 어둠 속에서만 찾을 수 있는

빛을 찾아 그곳으로 간다.”



언더그라운드

_윌 헌트



 

언더그라운드_평면 표지.jpg
 


[PRESS]

언더그라운드,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해 내려가다



잠시 숲을 거닐다 깊은 지하를 품고 시커먼 입을 벌리고 있는 땅굴을 마주친 상상을 해보자. 그 깊이, 온도, 길이를 짐작할 수 없이 어둠이라는 하나의 덩어리만 덩그러니 보여주는 미지의 지하세계로 안내하는 입구에선 묘한 위압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는 세계. 안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에도 저 깊은 곳에서 무엇을 만날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세계가 바로 우리가 서 있는 발아래에 있다.


지하세계는 너무나 낯설다. 땅 아래로 내려가는 상상을 하는 순간 묘한 감정과 감각들이 뒤엉켜 나와 지하 사이에 놓이는 것 같다. 그 덩어리 때문에 지하에 어떤 감정 없이 아무렇지 않게 들어간다는 건 불가능한 일인 것 같다. 내 머리 위에 몇 톤의 흙과 바위가 있다는 상상을 하고 끝을 감히 기대할 수 없는 채로 땅속 좁은 길을 넘나드는 상상을 해본다. 상상할수록 더 알 수 없고 “무엇이 보일 것이다”가 아니라 그저 까맣기만 한 ‘어둠’이 주는 텁텁한 감각과 벅찬 숨이 주는 미미한 떨림, 무엇보다 "알 수 없음”이 주는 두려움과 같은 느낌들이 더 복잡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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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당연할 것이 사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땅 아래의 세계에 대해 굳이 생각해볼 필요가 없었다. 땅 위에서 살아왔고 사실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빛에 의지해서 시간과 공간을 이해하며 살아가는 지상의 존재가 아닌가. 한편으론 그래서 지표면 아래로 조금만 들어가도 익숙하지 않은 세계가 펼쳐진다는 것이 정말 묘하다. 만약 정말로 땅 아래에 들어간다면 무엇을 만나고 느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까만 흙과 어둠뿐일까. 지하가 그렇게만 짐작할 수 있는 모습뿐이라기엔, 지하세계는 지상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며 알려지지 않은 것이 너무나도 많다. 머릿속에 끌어올 수 있는 지하세계에 대한 편린들은 모두 '거기서 거기'의 궤도만을맴돈다. 실제로, 정말 무엇을 만날 수 있을까.


우리는 쉽사리 지하세계에 갈 수 없지만, 지하와 각별한 인연을 두고 직접 발걸음을 옮겨 지하세계에 들어간 사람이 남긴 책이 있다. 바로 오로지 ‘지하’만을, 더 나아가 지하와 인류 사이에 얽혀있는 이야기를 추적하며 깊이 파고드는 책, <언더그라운드>다. 우리 발밑의 세상을 망설임 없이 배회한 저자 윌 헌트가 전하는 생생한 지하세계 이야기와 함께 사람이 지하를 마주하고 또 들어갈 때 경험하는 기이한 순간에 담겨있는 사연들을 긴밀하게 파고드는 도서 <언더그라운드>를 소개한다.






*


“지하세계


 


이 책은 지하세계에 대한 저자의 집착을 보여주는 개인적 탐험사인 동시에, 인간과 지하의 역사와 관계를 통해 동굴과 그 밖의 어두운 공동(空洞)이 갖는 두려움과 매혹이 우리를 어떻게 지하에서 내쫓고 또 다시금 끌어들이는지를 다룬 광각적 연구다.


- 보도자료 


 


이 책의 주인공은 지금 바로 아래로 고개를 숙이면 있는 곳이다. 지하는 어디 먼 곳을 따로 찾아갈 필요 없이 생각보다 가까이, 지금 모두가 서 있는 곳 바로 아래에 있다. “지하”이니 발아래에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 사실을 굳이 다시 상기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우리에게 너무나 낯선 세상이 바로 지하다.


살면서 땅 아래 세상을 전혀 궁금해 본 적 없던 필자는 <언더그라운드>가 다른 의미의 용어도 아니고 정말 말 그대로 땅 아래에 대한 책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서, “예술과 과학, 역사와 인류학을 넘나드는 매혹적인 땅속 안내서”라는 책 소개에 마음이 넘어가 책을 잡았다. 지하세계를 주인공으로 두고 펼쳐지는 인문학이라니, 호기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땅 위에서는 예술, 과학, 역사와 인류의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다. 그것을 땅 아래에서 살펴보면 과연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기대를 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


“지하세계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 탐험사”


<언더그라운드>는 지하에 대한 상상이나 단순히 기록된 내용을 증거로 끌어온 집합물이 아닌, 직접 땅속에 들어가 지하세계를 경험한 저자의 고유한 경험을 중심으로 두고 펼쳐지는 논픽션 도서다. 지하세계와 남다른 인연을 가진 저자가 발로 찾아가 바라본 지하세계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지하세계 탐험기”인 것이다. 현대 도시와 지하를 연결해주는 통로인 맨홀과 버려진 지하철을 통해 넘나드는 지하세계부터 수천 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당시 인류가 남긴 고대 지하도시까지 탐험한 저자는 그곳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부분의 우리에게 그 낯선 세계를 누구보다 가까이 포착해서 전해준다.


잘 모르는 만큼이나 <언더그라운드>에서 밝혀지는 지하 세계의 모습은 정말 흥미롭다. 기대 이상으로 지하세계를 흥미로운 시선으로 따라가는 필자를 발견할 정도였다. 한번 시작된 지하 탐험 이야기를 중간에 끊어 읽는 것은 너무 아쉬워 하나의 여행이 시작되면 끝까지 붙잡고 읽어야 했다. 책 속 챕터마다 이어지는 지하세계 여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이 매번 궁금하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저자는 저 지하세계까지 어떤 이유로 어떻게 간 것인지, 그곳에서 무슨 사건이 일어났는지, 무엇을 보고 발견했는지, 어느 하나 스스로 예상할 수 없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더 호기심을 자극했고, 그래서 더 매혹적인 지하 여행기는 필자를 <언더그라운드>에 빠져버리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지하올림픽 체조 종목을 연기하는 선수라도 된 기분으로 몸을 구부리고, 비틀고, 꿈틀거리며 기어갔다. 그리고 비좁고 긴 통로를 지나 지류가 복잡하게 엉킨 지점에서, 어미 뱃속을 벗어나려는 새끼 나귀라도 된 양 몸을 엉키며 빠져나왔다. 곧 이어 무도장만 한 공간으로 기어 내려갔고, 우리의 목소리는 천장에 부딪혀 되돌아왔다. 벽에는 응결된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혔고 김이 모락거렸다. 마치 복잡하게 패인 뇌 조직의 주름 속을 움직이는 기분이었다. 맨홀 수직 통로를 올려다보았지만 너무 어두워 꼭대기가 보이지 않았다. 20미터는 족히 될 듯싶었다. 작고 오돌토돌한 갈색 뿌리들이 샹들리에처럼 천장에서 기어 내려왔다.


- 67p


 


그리고 지하 세계를 묘사하는 저자의 필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읽으며 지하세계에 빠져버리는 데에 흡입력 있는 문장들이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 글을 따라 머릿속에 지하세계라는 공간과 느낌을 그려보고, 지하와 인간 사이 관계를 살펴보려는 사색을 읽고 있노라면, 내가 주체가 되어 지하에 들어가 그 공간을 살피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수 수거시설로 향하는 내내 우리는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까치걸음을 하고 있었다. 작업자 전용 통로는 미끄러웠고 내 신발은 마찰력이 거의 없었다. 공기의 밀도는 밀림처럼 두터웠고,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와 부글거리는 소리, 분출하는 소리가 온통 주변을 채우고 있었다. 파리는 열심히 신진대사 중이었다.


- 81~82p



그중 저자가 도시 아래를 탐험하며 남긴 글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짧은 부분만을 데려왔지만 읽는 순간 지하세계에 있는 공간에 대한 이미지가 새로운 인상으로 강하게 각인되는 경험을 준 부분이었다. 천천히 문장을 하나씩 따라가면서 머릿속에 도시의 지하 세계를 떠올려보자. 아마 맨홀 같은 구멍을 통해 빛이 아주 이따금 들어오는 어두운 곳이었을 테다. 그곳을 걸어 다닐 수 있는 길은 습기 가득 머금어 미끄럽고, 공기는 미지근하고 습기가 가득 찼었을 것이다. 와중에 미지근하고 축축한 공기와 맞닿는 나의 호흡을 상상하고 넘어간다. 옆에선 하수가 졸졸 흘러가는 소리가 조용히 울리고 있었을 테고 땅 위에서 일어나는 일과 땅 위와 연결된 통로를 통해 일어나는 부글거리는 소리와 분출하는 소리가 함께 도사리고 있었을 것이다. 텁텁한 공기와 땅에 부딪혀 울리는 액체의 움직임이 서로 습기 사이에서 부딪히며 울리는 지하세계. 그리고 저자는 이를 이렇게 표현한다. “파리는 열심히 ‘신진대사’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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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머릿속에서 지하세계를 불러오다 “신진대사”라는 비유를 읽은 순간 갑자기 도시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느껴졌다. 도시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라니. 스스로가 이런 표현에 공감했다는 것 자체가 처음에는 낯설었다가도,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려 도시 지하세계를 살피다 보면 정말 그렇다는 걸 다시 부정할 수도 없게 되었다. 단지 책을 통해 지하세계라는 도시의 이면을 보았을 뿐인데 완전히 새로운 감각이 생긴 것이었다.


마치 도시의 속사정을 지하가 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땅 위에 그저 열심히 인공의 산물로 포장하고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건물 몇 개 놓은 것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닐 테니 말이다. 분명 땅 위의 것들이 제 기능을 하고 순환할 수 있는 데에 필요한 것들이 땅 아래에 자리잡고 있을 것이었다. 우리가 보려 하지 않았을 뿐, 어딘가에는 하나의 세계를 위해 잦은 우글거림으로 움직이는 세계가 있던 것이다.


이미 <언더그라운드>를 다 읽은 지금, 내가 있는 도시의 표면 아래에서 숨 쉬고 있을 지하 세계를 떠올리면 아무렇지 않게 발 디디고 있는 이 지상 위에 있다는 것이 미묘하게 신비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곤 한다. 평온한 도시와 그 아래에 우글거리는 지하 세계, 전혀 다른 세계가 뺨 맞대듯이 위아래로 마주하고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하고 또 신기했다. 리뷰 글 속에 데려온 내용뿐만 아니라 그 이후로도 <언더그라운드>를 읽으며 새롭게 느껴지는 세계가 계속해서 확장됐다. 땅 위를 보며 땅 위를 이해하던 기존의 방식이 그 아래의 세상을 바라보며 새롭게 전개되고 있었다.



*


“인간과 지하의 역사와 관계”


 


우리가 발밑에 있는 공간을 의식한다는 것은 저 아래 펼쳐진 세상을 몸으로 느낀다는 뜻이다. 물리적인 지하세계에 있는 터널과 동굴 쪽으로 시선을 돌릴 때, 우리는 현실을 이루고 있는 모든 보이지 않는 힘에 우리의 파장을 맞추게 된다. 지하세계와 맺는 관계는 인간의 상상력으로는 측량할 수 없는 방으로 통하는 문을 밀어젖힌다.


- 50p~51p



지하세계는 지상 세계의 이면일 뿐만 아니라 사람의 이면을 들춰낼 수 있는 공간이자 차원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어둠뿐인 땅속은 인간이 의지하고 있는 빛을 모두 없애버린다는 것이었다. 인간은 보이는 세상을 이해하고 느끼는 것에 너무나 익숙한 존재다. 많은(어쩌면 대부분의) 판단과 사고를 눈에 보이는 상황에 의지해서 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우리의 눈이 볼 수 있게 도와주는 빛이 모두 사라진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세상으로 진입할 때 인간은 어떻게 존재하려 할까. 그리고 무엇에 의지해서 지금의 나와 서 있는 이곳을 의식하고 판단할 수 있을까.


 


방향감각을 잃었을 때의 두려움은 너무 뿌리가 깊은 것이어서, 일종의 정신착란을 일으키고 나아가 자아에 대한 의식까지 흐릿해진다. (...) 그 어느 곳보다 길을 잃기 쉬운 곳을 꼽자면 지하세계를 따를 곳이 없다. 미로 같은 지하 동굴에서 길을 한 번 잃으면 방향감각을 되찾을 방법이 없다. (...) 지하의 어둠 속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지상에서 우리를 이끌어주었던 그 믿음직스러운 해마는 수신 지역을 벗어난 무전기처럼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한다.


- 206p~207p


 


지상과 지하에서 시간과 공간을 인식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상태에선 그 어떤 방향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그나마 중력이 있음에 위와 아래 정도는 구분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빛이 전혀 없는 지하에서 사람은 불가피하게 완전히 “길을 잃은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지하에서 “길을 잃은 상태”는 단순히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 아닌, 다른 “세계”라 불릴 수 있는 단위의 시공간으로 이동하면서 일어나는, 생각보다 더 거대한 의미의 “길 잃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단순히 이해할 수 없는 막연한 상황이라기보다는 피부에 와닿는 모든 감각이 작동하는 방식이 다른 세계에 놓였을 때 일어나는 당황스러움과 두려움에 더 가까운 감각의 덩어리를 품는다.


이처럼 보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시점부터 우리의 모든 사고를 지배하는 건 바로 “느낌”이었다. 나는 이 부분을 “24시간 동안 지하 속에 혼자 지내보기”를 도전한 저자의 기록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직접 24시간 동안 땅속 암흑에 몸을 맡기는 도전을 한 저자는, 처음엔 암흑에 존재하는 것이 그리 낯설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상태가 지속되고 어느 순간 눈을 뜬 상태와 눈을 감은 상태를 구분할 수 있는 경계가 사라지기 시작할 때,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빛이 있는 지상에서는 짐작조차 못 했던 몸속 근육의 작고 잦은 움직임(심장이 수축하고 팽창하는 진동과 같은)이 선명해지고, 물방울이 이마에 떨어지는 극히 사소한 외부 자극에도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리고 익숙한 모든 감각으로부터 차단된 시간이 더 오래 지속되자 어둠 속에서 떠다니는 환영을 분명히 현재하는 느낌으로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소설 같은 이 이야기 같기도 한 기록은 모두 사람이 지상에서 벗어나 지하에 머물 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었고 불과 24시간 이내에 일어난 이야기였다. 지상에 있는 우리의 입장으로선 감히 상상되지 않고 쉽게 믿어지지 않지만 이는 책 속에 담겨 있듯이 이미 여러 실험으로 증명된 인간의 다른 모습, 즉 분명히 존재하는 인간의 이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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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는 다른 뚜렷한 감각들에 밀려 거의 잊힌 감각들이 지하에서 선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생각의 범위 내에서 보이는 것을 이성적으로 파악하려는 동안 우리의 감각은 조용히, 그러나 치밀하게 더 많은 것을 인지하고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 땅속, 어둠에서 증명되고 있었다.


땅 아래에서 지하와 인간 사이에 놓인 복잡한 인연을 살펴보는 과정 중 하나는 이처럼 땅을 두고 지상과 지하를 넘나들면서 인간의 익숙한 감각부터 낯선 감각까지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이었다. 저자의 말대로 이런 과정은 지하세계와 맺는 관계를 통해 인간의 숨겨진, 그리고 드러나지 않았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곳으로 문을 열어젖히는 순간이었다. 리뷰 속에서는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지닌 문 하나를 열어 보았지만 <언더그라운드> 안에선 길고 긴 인류사 위에서 시대와 세계를 넘나들며 더 많은 문을 열 수 있다. <언더그라운드>를 읽으면 낯선 감각에서 익숙한 감각으로, 익숙한 감각에서 낯선 감각으로 뻗어가며 인간의 인식과 상상력 너머로 시야가 넓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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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는 사실 한국에 오기 전 이미 많은 사람에게 찬사를 받은 책이다. 책을 처음 알게 된 당시만 해도 “지하”라는 것이 와닿지 않아서 더욱이나 이토록 많은 사람이 이 책에 감탄과 찬사를 남겼다는 것이 놀라웠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라는 질문과 함께 도서에 대한 호기심에 부피를 더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직접 책을 읽고, 이미 책 속 지하세계 이야기에 빠져버린 스스로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찬사들이 과장뿐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땅속 세계를 발걸음으로, 그리고 사색으로 탐험하는 <언더그라운드>는 여러 이유로 한번 잡은 독자를 쉽게 놓치지 않는 매력적인 책이다. “지하”라는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주제도, 더 나아가 지하와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인문학적, 과학적 시선이 이 책에서 놓칠 수 없는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그중에서도 <언더그라운드>를 <언더그라운드>답게 만들어주는 그만의 정체성은 바로 저자인 윌 헌트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강한 인상을 남긴 버려진 땅굴과의 만남을 다시 떠올리며 시작된 윌 헌트의 지하세계 탐험사는 다른 책에서 만나볼 수 없는 특별한 것이다. 무엇보다 그에게 지하세계는 단순한 탐구와 호기심의 대상이 아닌 각별한 인연으로 연결되어 마주한 “상대”였다. 그렇게 그가 발견한 지하세계는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과 사람이라는 존재로서 경험할 수 있는 범위의 감각이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열쇠를 품은 곳이었다. 그리고, 인류사를 거처 소멸하고 있는 감각을 다시 데려오고 잊힌 것을 다시 기억할 수 있는 흔적이 남겨진 세계였다. 지하세계 자체만이 아닌 그 속에서 세상과 사람을 이해하는 새로운 문을 찾는 윌 헌트의 발걸음은 <언더그라운드>를 더 매력적이고 가치 있게 만들고 있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

볼 수 없는 것을 보기 위해 내려간다.

오직 어둠 속에서만 찾을 수 있는

빛을 찾아 그곳으로 간다.”


같은 곳과 시점에서 맴도는 이야기보다 조금 더 새로운 차원과 방식의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면 <언더그라운드>를 살며시 추천해드리고 싶다.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더욱이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되어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잡는 순간 <언더그라운드>는 당신에게 세상과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지도를 그릴 수 있는 시간을, 무엇보다 빛으로 보이는 것에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것, 볼 수 없는 것까지 그려진 지도를 선물해줄 것이다.






[도서 정보]


『언더그라운드』
-Underground-


"예술과 과학,
역사와 인류학을 넘나드는
매혹적인
땅속 안내서"


언더그라운드_입체 표지.jpg
 

지은이
윌 헌트

옮긴이
이경남

출판사
생각의힘

분야
인문학

가격
17,000원

쪽 수
352쪽

발행일
2019년 8월 20일



[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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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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