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난민과 이민자, 그들은 누구인가 [TV]

글 입력 2019.09.3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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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교수가 토론 진행을 한 EBS 특집편인 ‘정의란 무엇인가2 - 난민과 이민자: 국경은 중요한가?’편이 2019년 09월 30일 EBS 채널에서 방송되었다. 이 후기는 해당 방송을 보고 작성된 지극히 주관적인 후기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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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의 토론은 마치 소크라테스의 문답형식처럼 진행되었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저서로 유명한, 하버드에서 정치철학 강의를 하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질문 아래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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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는 몇 년 전부터 가장 큰 이슈가 되어 왔던 ‘난민과 이민자’ 문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미국은 거대한 ‘국경장벽’을 세울 것이라고 말한 이후로, 국경을 장벽화하는 것의 당위성 및 정당성을 논하는 기사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토론에서는 20명 정도의 다양한 국가 및 나이,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 및 나라의 상황을 주제에 맞게 개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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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토론에서 내가 느낀 아쉬웠던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 주제를 토론함에 있어서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가진 사람들(주로 국적이 예시가 될 수 있다)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 둘째, 너무나 동시다발적으로 토론이 진행되다보니 브레인 스토밍이 가능하다는 장점은 있으나 논리와 근거가 준비되지 않은 발언들이 꽤나 많이 오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살짝 접어두고,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던 질문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1. ‘잘 사는 서구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그 풍요를 계속 누릴 권리가 있는가?’


난민 및 이민자 이슈를 지금도 겪어가고 있는 유럽의 입장을 보여줄 다양한 유럽 국가의 사람들의 발언이 이 질문에 대해 오갔다. 그 중 네덜란드 여자는 인상적인 주장을 개진하였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이러한 부는, 과거 네덜란드의 타 국가에 대한 식민지배의 결과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풍요를 우리만 계속 누릴 권리가 있는가?”하고 말이다. 역사 문제는 아무리 시간이 오래 지났어도 피해자 및 여러 형태로 그 피해의 형태가 잔존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지나간 일이라도 상춰를 들춰내어 아물게는 못하더라도, 사과 및 보상할 필요는 당연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한 관점은 난민과 이민자 문제에도 적용됨을 이 질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서구 식민지배의 결과로, 특히 주로 유럽 국가들의 식민지배의 결과로 현재 아프리카는 여러 열악한 상황에 이르렀다. 열악한 상황 중 하나로 여러 내전 및 전쟁을 예시로 들 수 있으며, 그 결과는 수많은 난민 및 이민자의 탄생이었다. 기존까지는 아프리카 내부의 사정과 크게 관련이 없는 유럽이 난민 문제를 다 떠안고 있구나, 라고 사실 인식을 하였다면, 이것을 계기로 유럽의 난민 수용의 윤리적 당위성은 과거의 업보라고 바라볼 수도 있는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보다 근본적으로 질문을 환원해 보면 ‘우연성’이라는 개념까지 닿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서구의 부유한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순전히 ‘출생지의 우연성’으로 인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비교적 좋은 삶의 조건을 보장받게 되었다. 그럼 그 ‘좋은 우연’을 타고났다는 사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배제할 당위성이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관련하여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자유주의학자 롤스는 분배정의에 관해 이야기할 때 ‘무지의 베일’이라는 가상 상황을 상정한다. 자신이 출생 이후 조건이 어떻게 될지를 모르는 가상의 ‘무지의 베일’을 뒤집어 쓰고 있는 상황 속에서 참여자들은 철저하게 이기적인 자세로 논의를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우 방안에 대해 합의를 한다. 참여자들은 자신이 거지일 때, 억만장자일 때를 모두 고려하여 사회적 약자에게도 최소한의 삶의 질이 보장 될 수 있는 방안을 합의한다. 이 상황이, ‘출생지의 우연성’에 적용되어도 동일한 맥락으로 적용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미 부유한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끝이 아니라, 넓은 시각으로 국제적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삶의 질 보장에 대한 논의가 현재보다 더, 보편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 (국경이 중요하기 때문에 난민 및 이민자에 대한 통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국경의 중요성의 정도가, 난민 및 이민자에 대한 엄격한 통제로 환원될 수 있다면, 그럼 기존의 국가에 소속된 사람들이 국가 밖으로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이 문제를 토론할 때 1번 질문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난민 및 이민자들에 대한 여러 전제를 들을 수 있었다. 요약하자면, 기존의 국가에 소속된 사람들, 특히 국가에 도움되는 사람들이 해외로 낙는 현상, 일명 ‘두뇌 유출’을 막기 위해 헝가리 정부는 헝가리에서 무상 교육을 받았다면 일정 시간 국내에서 일한 다음 해외로 갈 수 있는 법령을 만들었다고 한다. 곧, 국경은 실리를 위한 명목적 경계일 뿐, 사실 그 경계는 굉장히 유동적이어서 이익이 되는 사람들은 안으로, 이익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오히려 나라의 재정을 축낼 것 같은 사람들은 밖으로 하는 특징이 있는 것이었다.



3. 특정 문화권에 대한 가치판단으로 그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 전체를 판단해도 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는 무슬림 여성이 인상적인 말 한마디를 남겼다. “이슬람 극우 단체들이 국제적으로 테러등의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해서, 저 같은 평범한 무슬림 여성이 다른 나라의 문을 두드릴 때마다 거절 당하는 것이 정당합니까?”하고 말이다. 사실 우리는 우리와 조금만 다른 사람만 봐도 마음 아주 깊은 곳에서는 거부감이 일기 시작하는데, 하물며 집단을 대표하는 것이 테러, 근본주의, 학살 등의 끔찍한 용어가 오가는 이슬람의 경우 사람들이 아무 편견 없이 공동체의 문을 열어주는 것은 사실상 힘들 수 있다. 이 부분은 세계 시민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재교육이 시급해 보였다.


난민과 이민자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또는 잘 모르지만 뉴스가 여러 차례 나오는 것을 보며 자신만의 관점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한 적이 있다면 강력히 추천하는 45분 남짓의 토론 영상이다. 토론 참여자들도 자영업자, 정치철학자, 과학 연구원, 교사 등으로 다양하여 다양한 관점을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다.



[황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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