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소한 일상 탈출, 콜라 [사람]

글 입력 2019.09.29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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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탈코르셋이다 뭐다 하며 많은 여성이 외적인 미(美)에 대한 의식을 많이 하지 않으려 한다. 이보다 내적 가꿈을 더 열심히 한다.

 

난 이게 잘 안 된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가끔가다 예쁘다 소리 듣는 정도일 뿐, 내 주변엔 마르고, 예쁜 아이들이 참 많았다. 몸무게도 통통 체중인 채 중학생 때부터 최근 1년 전까지 쭉 비슷한 몸무게였다. 그래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 “넌 살만 빼면 참 예쁠 텐데”.

 

그래도 난 굳이 탈코르셋에 동참하고 싶진 않았다. 어차피 나는 화장할 줄을 몰라서 립스틱과 선크림, 파운데이션만 바르고 다닌다. 아이라인 같은 건 생각도 못 한다. 몇 번 영상을 보며 시도해 봤지만 곰손인 내겐 헛수고였다. 그럼에도, 난 나만의 ‘치장하기’를 좋아했다. 립스틱에 관심이 많고, 귀걸이와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엔 관심이 없다. 하지만 머리 스타일과 옷 스타일엔 광적으로 빠져있다. 아마 내 옷장을 본다면 다들 놀랄 것이다. “아직 돈을 벌지 못하는 대학생 신분의 학생이 이렇게 옷이 많을 수가 있나?”란 말이 나올 거다. 이것도 매해 많이 버린 건데….

 

어쨌든 난 최대한 내가 슬림해 보이도록 옷을 입고, 머리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타고나길 마르고, 예쁜 애들은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돈을 쓰지 않아도 되니까 돈을 꽤 모을 수 있겠구나’. 당시의 난 피부와 살빼기에 돈을 많이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부는 정말 안 해본 시술이 없다. 피부과와 한의원 둘 다. 결국엔 돈이 이겨서 지금은 피부가 좋은 편이지만, 주변 아이 중 여드름이 없는 친구를 보면 내가 쓴 돈들이 너무 아까우면서 그 친구가 부러워진다. 살 빼기는 지방흡입까지 했다고 하면 말 다 했지 싶다. 지방흡입을 결정했을 때, ‘그동안 살 빼려고 쓴 돈으로 진작 수술을 할걸’이란 생각이 들었다(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성형했거나 화장을 잘하는 게 아니라서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지만, 이제 피부 관리를 받으러 가지 않아도 됨에 감사하다. 그리고 지방흡입을 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최소한 입고 싶은 옷을 마음껏 입을 수 있음에 기쁘다.

 

그렇지만, 여전히 마르고 피부가 좋은 아이들이 부럽다. 내가 살과 피부, 머리에 쓴 돈을 합하면 몇천은 될 테니까. 이 돈이면 졸업하고 전세금에 보탤 수 있을 정도니. 살은, 의지가 정말 강하면 뺄 수 있다지만, 난 그 정도로 의지가 강하지 않았나 보다. 그래도 막상 지방흡입을 하고 나니 유지라도 하고 싶어서 진짜 제대로 다이어트를 했다. 지방흡입 후 1년을 대충 살았더니 다시 살이 찌려고 해서 최근 4개월 동안 다이어트에 도전했다. 지금은 지방흡입 직후 인바디와 큰 차이는 없다. 운동하고, 식단 조절을 하면서 남들을 많이도 부러워했지. 힘들수록 더더욱. 지금도 그렇고.

 

물론, 유명인이나 연예인들은 꾸준하고 철저한 자기관리가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과 비교친 않는다.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지. 참 이상하리만큼 타고나길 몸매도 좋고 예쁘장한 아이들이 많다. 왜 이리도 많은지. 그렇게 자기관리를 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폭식을 해서 갑자기 찐 살이면 내 탓이라도 하겠는데, 그냥 난 꾸준히 이랬다. 그래서 스스로 조금씩 자존감을 깎고 있었다.


*


아, 서론이 너무 길었다. 내가 이번에 하고픈 말은 ‘나의 사소한 일상 탈출’, 일명 사일탈인데. 다이어트 식단에 익숙해져서 지금도 다이어트 식단과 비슷하게 먹으며 일상을 지낸다. 가끔 피자나 치킨을 시키면 콜라 작은 캔이 서비스로 오기도 한다. 그렇게 콜라가 쌓이고 쌓여, 내 냉장고에 거의 가득 찼다.

 

콜라를 끊은 지는 좀 됐다. 며칠 전, 밥을 먹으면서 많은 고민 끝에 콜라 하나를 집어 들고 식사와 함께 콜라를 마셨다. 소확행과는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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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일탈을 하는 느낌이었다. 너무나 사소하고도 작은 이 콜라 한 캔으로, 나는 평소와 같은 일상에서 살짝 일탈했다. 이 짜릿함이 주는 쾌락은 꽤 컸고 날 흥분시켰다. 원래 일탈이란 그런 것이니까.

 


내가 콜라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콜라는 나에게로 와서 일탈이 되었다.



서론을 보면서 짐작했겠지만, 맞다. 난 자존감이 매우 낮다. 그리고 내 외적인 모습에 관해 관심을 넘어 집착한다. 고치긴 어렵다. 10년이 훨씬 넘도록 이렇게 살아서. 솔직히 고치고 싶지도 않다. 외적인 모습으로 얻는 칭찬과 이득이 꽤 많기도 하고, 그것들이 자존감 낮은 나를 조금은 기쁘게 해주니까.

 

근데 이 사소한 일상에서의 일탈이 잠깐이지만 날 안심시킨다. 뭐랄까, 나도 예쁘고 몸매 좋은, 그런 사람들처럼 먹고 싶은 걸 아무렇지 않게 먹는다는 점에서 그 순간만큼은 그들이 부럽지 않달까? 겨우 콜라 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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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를 다 마시고 나서 든 생각인데, 음식에 한정하지 말고 다방면에서 사일탈을 즐기면 어떨까 싶다. 내가 허락지 않았던, 나쁜 짓일 수도 있는, 그런 일탈을 하는 거다! 일탈은 중독성이 있어서 또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지만, 이 마음을 잘 이용만 한다면 일상에서 짜릿함을 경험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때와 시간에. 아주 사소한 거로. 그렇지만 후회는 되지 않는.

 

나도 콜라가 내게 이런 기분을 줄 줄은 몰랐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탈을 찾을 수 있다. 만약 찾았다면 그걸 잘 이용해보기를. 내 경우엔 자존감이었지만, 다른 사람은 스트레스 해소가 될 수도 있고 혹은 지루함에서 벗어나는 찰나일 수도 있다. 이렇게라도 숨구멍이 좀 있어야 살맛도 나지.


우린 너무 ‘안 돼! 하지 마.’란 말을 듣고 살았다. 우리도 모르게 어느 순간부터 억압받고 참는 걸 강요받았다. 아마 학교에서부터겠지. 선생님의 말씀은 항상 옳고, 정해진 시간과 규칙에 따라 매일을 살고. 당연히 대학에 가야 하며, 꿈은 어디론가 날아가고 졸업 전부터 회사들을 알아본다. 취직한다고 끝이랴? NO, NO. 취직부터가 시작이지.

 

일탈이 필요하다!!! 절실히!!

하지만 시간이 없으니까 사소하게!

 

 

[홍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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