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거장의 문악(文樂) 여행기 -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 [도서]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 리뷰
글 입력 2019.09.2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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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세계적인 중국 작가 위화余華,

거장이 된 그가 젊은 날 책과 음악 속으로 떠났던

따스하고 다채多彩한 여정

 


‘가장 세계적인 중국 작가’ 위화(余華). 그가 젊은 날 책과 음악 속으로 떠났던 다채한 여정을 담은 에세이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로 한국 독자를 만난다. 젊은 시절 책과 음악의 세계로 떠난 여정에서 즐겨 읽은 고전문학과 좋아한 고전음악에서 얻은 위화 문학의 자양분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여행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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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마리 만만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한없이 넓은 하늘에 무수히 많은 만만이 의기투합해 날아다니고 있다. p.11


 

⟪산해경⟫에 나오는 전설의 새, ‘만만’을 언급하며 저자는 글의 첫 시작인 서문을 써내려간다. 요청에 의해 서문을 쓰기는 쓰지만 저자는 서문을 쓰는 것을 썩 내켜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텍스트와 독서 행위를 혼자는 날 수 없는 새 만만에 비유하며 독자의 첫 흥미를 돋우는 데 성공하고, 적당한 지면을 할애해 깔끔하게 끊는다. 앞으로의 글이 더욱 궁금해지는 시작점이다.

 

문학의 ‘선율’, 그리고 음악의 ‘서술’. 제목이 무언가 뒤바뀐 것 같다. 대개는 문학이 ‘서술’된다고 하고, 음악에 ‘선율’이 있다고 말하지 않을까. 하지만 저자는 문학에도 ‘선율’이 있으며, 음악도 ‘서술’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다양한 고전문학과 고전음악을 재료로 자신의 글을 다채롭게 펼쳐나간다. 자신이 즐겼던, 자신에게 다가왔던 문학의 선율과 음악의 서술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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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중국 작가의 거장 위화는 단연코 문학 작가이지, 음악 작곡가는 아니다. 그렇기에 (인터뷰 포함) 총 21편의 글에서 음악보다는 문학에 관련한 글의 비중이 더 높은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다만 제목처럼 이 책은 작가 위화가 문학뿐만 아닌 음악을 항해 떠났던 여정을 함께 그렸고, 그것에 더 집중했으므로 문학과 음악을 한데 아울러 서술했던 글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였다.

 

문학과 음악의 공통점이 있을까? 물론 두 가지 모두 예술의 한 영역으로 저자/작곡가의 목소리를 대신해준다. 하나의 ‘이야기’로써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너무 뻔한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서술’이라는 본질이 동등하니, 결코 등한시할 수 없는 점이다.

 

그렇다면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조금 더 어려운데, 저자는 음악의 화성(和聲)을 말한다. 그는 화성이 존재하는 음악을 꽤 흠모하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글은 아무리 구조를 이용해 정성들여 빚어낸다 해도 한 글자 한 글자 차례대로 읽을 수밖에 없으니(시는 예외로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여러 글자를 한꺼번에 읽는 행위는 존재할 수 없을 수밖에 없다.

 

다만 독서의 ‘화성’은 존재한다. 같은 음악이지만 어떤 상황, 어떤 상태에서 듣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천차만별인 것처럼, 독서 또한 마찬가지다. 글은 고요히 배열되어 있지만 ‘읽는다’는 행위는 역동적이다. 독자에 따라, 상황에 따라, 기분에 따라 같은 글을 접해도 받아들이는 것은 모두 제각각이다. 저자는 이것을 늘 염두에 두고 있었던 듯하다. 스스로 이 책을 나만의 독서에 관한 책, 즉 나만의 화성에 관한 책이라고 소개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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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무언가를 논함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역사에 관해서도 일부 언급한다.

 


문학사가 원하는 바는 문학의 진정한 역사가 아니라 작가의 역사이기 때문에 상당수의 우수한 작가는 악어 거리에 사는 수밖에 없다. p.219


 

문학사가 ‘문학’사가 아닌 ‘작가’사가 되어버린 현실에 불만을 토로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작품수가 적다는 이유로, 혹은 누군가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문학사에 중요 위치를 차지하지 못한 작가/작품이 수두룩하니, 저자는 중국 작가의 거장이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문학의 역사가 흘러가는 흐름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을 것이 틀림없다.

 


음악에는 서술의 존재만 있을 뿐 다른 존재는 없다. p.268


 

<음악의 서술> 편에서는 오랜 논쟁이었던 음악의 보수와 급진에 관해 언급한다. 문학에 시대적 상황이 개입될 수밖에 없듯이 음악도 사람들이 향유하는 예술인 이상 그 분쟁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다만 저자는 그것은 시대의 견해일 뿐, 음악에는 서술 그 이상의 것이 존재할 수 없다고 못 박는다. 사실 음악에 분쟁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음악을 순수한 ‘음악’이 아닌 ‘작곡가’의 전유물로 바라본다는 의미가 아닐까. 문학사를 ‘작가사’로 간주하듯이 음악사도 ‘작곡가사’가 중심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

 

한 명의 작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소설뿐만 아닌 산문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설의 인물 또한 작가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자신이 직접 본인의 글을 펼쳐나가는 산문에 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솔직히 저자의 모든 글과 의견에 공감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저자의 글이 쓰여진 시기와 문화적 차이 등 각종 배경을 고려해보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물론 또 다른 독자에게는 ‘완벽한’ 글이 될 수도 있다. 문학과 음악 모두 ‘예술’의 한 부분인 이상, 그리고 문학뿐만 아닌 음악도 끊임없는 논쟁에 시달렸던 것처럼 견해의 차이는 언제나 존재하는 법일지도 모른다.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

 

위화 지음 / 문현선 옮김

137*194 / 404쪽 / 16,800원

2019년 9월 2일 출간

ISBN 979-11-5675-793-1 (03820)

에세이> 해외에세이> 작가에세이

문학> 외국 문학> 중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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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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