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울부짖었던 그 큰 눈의 소, 오페라 이중섭 - 2019 서울오페라페스티벌

글 입력 2019.09.2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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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게 화가 이중섭은 둘이다. 우선 그는 한국이 낳은 아티스트의 신화다. 수많은 평론에서 그의 삶은 늘 언급되고, 또 아름다운 것으로 묘사되었다. 과연 그는 '불행한 천재 화가'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의 신화를 개인사적으로 간단히 풀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이중섭은 이미 뛰어난 화가로 인정받았고, 힘든 상황에서도 은지화 같은 독창적인 표현 방식으로 자신의 창조성을 표현했다. 그는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지고 병을 앓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그림을 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의 주제는 찬란하기 짝이 없었다. 작품 속 아이들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그가 무엇을 상상했을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그가 그림에서 꿈꾸었던 것이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이런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그를 신화로 만들기 충분했다. 오페라 <이중섭>이 나올 수 있는 것도 다분히 그의 신화가 아직까지도 우리 안에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다른 이중섭은 그저 안타까운 인물이다. 그는 금빛 신화로 몸을 두른 사람이 아니라, 당장 무너질 것 같은 사람이다. "나는 지금 완전히 지쳐 있습니다. 살아갈 아무런 힘도 재주도 없어요...그림이라든가 시 같은 것 이전에 우선 살고파요. 그래서 무엇보다 일본가서 아내를 만나보고 자식들을 한번 만나봤으면 하는 겁니다.""그림을 그리면 누가 밥 먹여 줍니까. 병 고쳐 준답니까. 그림을 그리고 산다는 일이 부질없는 일 같기도 하지만 남의 등에 업혀 사는 것도 한도가 있다" 이 모든 것은 이중섭 본인의 말이다.

필자는 저런 말을 했을 때의 이중섭을 떠올린다. 그때 그는 강렬한 인상을 가진 천재가 아니라, 그저 가족을 그리고 삶의 무게에 짓눌려버린 작은 사람일 뿐이다. 이중섭이 그린 울부짖는 소는 그래서 더 삶을 깎아만든 냄새가 난다.천재의 광기는 마음의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을 때 아름다운 법이다. 이중섭은 계속해서 가족들을 만나는데 실패하고 끝내 무너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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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1955년 멕타가트 미국 문화원 외교관은 이중섭의 소그림에 대해서 스페인의 투우같이 무섭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이중섭은 "자기가 그린 소는 싸우는 소가 아니고 착하고 고생하는 소, 소중에서도 한국의 소라"면서 이야기하면서 화를 냈고, 여관에서 "내 그림이 그렇게 보이면 나는 다 틀렸다"라고 울부짖으면서 밤새도록 울었다고 한다.

전쟁으로 얼룩진 사회에서 이중섭이 표현하고 싶었던 소는 다른 존재를 공격하고 전쟁을 일으키는 잔인한 소가 아니라, 착하고 어질고 묵묵히 일하는 선한 소였던 것이다. 소는 이중섭의 자아로서, 그 개인에게는 강인한 남성에 대한 상징이지만 순수하고 외부의 공격을 버티는 우직한 소다.


소는 외롭고 슬퍼도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본다. 하지만 삶이 어려워지면서 소는 울부짖고 괴롭힘 당한다. 그래서 통영에서 울부짖는 소를 그릴 때 그 마음 속에 분노가 있었을지언정, 다른 사람이 '잔인한 소'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의 사망 이유는 정신분열증도, 가난도 아닌 신체의 쇠약함이었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하나하나 짚어보면 눈시울이 붉어져온다. 예술은 이중섭의 순수한 부분을 도려낸 일부분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이중섭의 삶이 신화가 아닌 인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오페라가 갖는 의미는 크다. 이번 오페라에서 그려지는 <이중섭>이 신화의 이중섭이건, 인간 이중섭이건, 비극적인 시대에서 맑은 눈의 소를 그리려고 했던 그의 피나는 노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 이름만으로도 마음 한편이 아려오는 작가, 이중섭을 보러갈 기회다.



<공연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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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화가 이중섭, 그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존경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중섭의 일대기가 10월 11-12일(금, 토) 양일간 7시 30분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에서 공연된다.

오페라 <이중섭>은 2016년부터 서귀포 예술의전당에서 해마다 서귀포시관악단과 예술단이 공연해온 오페라로 서귀포 대표 창작 콘텐츠이기도 하다. 2019년 서울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회는 작곡가 현석주의 오페라 <이중섭>의 작품성과 예술성, 대중성을 높이 평가하여 한국 창작오페라로서는 처음으로 초청하였다.

지휘자 이동호가 이끄는 서귀포시관악단과 예술단,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이 열연이 기대된다. 대본과 연출을 맡은 김숙영은 "격동기를 살아간 예술가 이중섭을 단지 기인의 삶, 전설의 화백이 아닌 순수한 예술가의 이야기로 초점을 맞춰 음악과 그림으로 풀어냈다"고 강조한다.

10월 11일(금)-12일(토) 오후 7시 30분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

티켓가격 | R석 7만원 / S석 5만원 / A석 3만원

관람연령 | 초등학생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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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미술관 초청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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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오페라페스티벌 2019'에서는 서귀포 이중섭 미술관을 초청하여 <대한민국의 정직한 화공, 이중섭>전을 열어 국민화가 이중섭의 작품세계를 감상할 시간을 마련한다. 전 관객에게 무료로 개방되어 인간 이중섭은 물론 오페라 <이중섭>의 이해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며 이중섭의 진품을 만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될 것이다.

10월 10일(목)-12일(토)

강동아트센터 아트갤러리 그림

관람연령 | 초등학생 이상





2019 서울오페라페스티벌
- 2019 SEOUL OPERA FESTIVAL -


일자 : 2019.10.01(화) ~ 10.12(토)

시간
오후 7시 반
오후 5시

장소
강동아트센터
천호공원 야외특설무대

티켓가격
R석 7만원 / S석 5만원 / A석 3만원
S석 2만원 / A석 1만원
무료

주최
서울오페라페스티벌조직위원회
노블아트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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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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