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킬롤로지

글 입력 2019.09.24 00:2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연극열전] 킬롤로지 티저 포스터.jpg
 

연극은 알란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그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고 한 집에 숨어드는 일에 성공한다.

시놉시스를 알고 간 덕분에 독백으로 연극이 진행되는 것도 당황스럽지 않았고 그저 그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같이 갔던 친구는 시놉시스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에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낯선 연극의 진행 방식이라는 점은 고려하여 시놉시스를 미리 읽고 가기를 추천한다.


<시놉시스>



[데이비]

"절대 돌아갈 수 없어요.
그래서 이게 꿈이란 걸 알아요."

늘 혼자다. 소풍도, 댄스파티에도 갈 수 없고, 집으로 친구를 데려오지도 못한다. 9살 생일 이후 한번도 아빠를 본적이 없다. 그리고 매일 밤, 나는 지친 엄마의 작은 등을 바라본다. 엄마는 거리에 사이코패스 갱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날도 그랬다. 같은 반 에디 랜달이 집 앞 공원에서 날 불러 세웠다. 그게 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폴]

"생일 선물 고마워요.
사랑해요. 당신의 아들이."

아빠는 끊임없이 기대하고 늘 실망하셨죠. 그 기대는 부담과 두려움이 됐고, 결국 분노가 됐습니다. 스무 살 생일, 나의 노력으로 처음 갖게 된 자랑스러운 아파트에 가족들을 초대했습니다. 그날도 아빠는 실망하셨죠. 나는 게임 속에서 아빠를 두드려 팼습니다. 그게 이 성공의 시작입니다.


[알란]

"한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내가 하지 못한 걸 해 줄 사람.
제대로 복수해 줄 사람."

아들의 아홉 번째 생일날, 강아지 한 마리를 선물하고 처음으로 '아빠'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아들을 만난 곳은 아들의 장례식장이었습니다. 법정에서 내 아들을 그렇게 만든 놈들을 만났는데,  아직도 히죽거리며 웃고 있더라구요. 다시는 내 아들과 같은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이 복수의 시작입니다.



[7] 알란(김수현)_결국 폴에게 복수하지 못한 알란. 누군가는 폴의 전부를 사랑했을 테니까. 어떤 사람이든.jpg
알란(김수현)
결국 폴에게 복수하지 못한 알란.
누군가는 폴의 전부를 사랑했을 테니까. 어떤 사람이든.


[알란의 이야기]

알란은 자신의 소중한 아들이 죽었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된 원인을 찾아 복수하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 복수하기 위해 느끼는 증오의 감정을 때론 담담하게, 때론 격하게 드러낸다.

사실 처음에는 연극을 보면서 왜 아들을 죽인 가해자들이 아닌 그 게임을 개발한 개발자를 찾아가는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폭력이 만연한 시대, 그런 폭력 속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의 뿌리를 뽑게 하려는 그의 태도는 사회 전반적인 변화를 이야기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아들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비디오로 보면서 울부짖는 장면, 아들의 환상을 만들어 아들과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고 아들과의 일상을 보내려는 장면을 보면서 몇몇 관객들은 눈물을 흘렸고 나 역시 눈물이 고였다. 과거에 학교 폭력 사건의 심각성으로 인해 보도되었던 뉴스 및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피해자의 부모님을 인터뷰했었다.

그때 부모님의 한마디, 한마디는 힘겹고 속상하고 마음이 깊게 잘 드러나 있었다. 그래서 알란의 모습과 그때 봤던 TV 속 피해자 부모님이 생각나서 마음이 안 좋았다.


[9] 데이비(이주승)_겁에 질린 여덟살짜리 딸에게 웃어주던 아저씨의 미소, 단 한번도 본적없던 미소에 충격받은 데이비는 그렇게 아이의 자전거를 빠앗아 고속도로를 질주한다..jpg
데이비(이주승)
겁에 질린 여덟살짜리 딸에게 웃어주던 아저씨의 미소,
단 한번도 본적없던 미소에 충격받은 데이비는
그렇게 아이의 자전거를 빠앗아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데이비의 이야기]

아버지의 부재, 어머니의 무관심 속에서 자란 소년이다. 그에게 안정감을 준 건 친구도 가족도 아닌 그의 개 메이시다.  그리고 그는 사람에 의해 그의 소중한 개를 잃는다. 또한 그는 잔인한 폭력으로 무차별하게 살해당한다.

폭력을 직접적으로 당한 피해자지만 데이비는 친구를 먼저 때리기도 했고, 학교 선생님에게 의자를 던지기도 했다. 또한 그는 8살 여자애의 자전거를 빼앗았다. 이것은 또 가해자의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 속에서 그는 죽음을 맞이한다.

그가 만약 죽지 않고 성장했더라면 어떤 인물이 됐을까? 그는 끝까지 가해자가 될 수 있었겠지만, 상상 속에서의 데이비는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물로 성장한다. 이 인물의 성장이 환상이었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애석하기까지 했다.


[4] 폴(오종혁)_집에 잠입한 알란에게 스패너로 가격당한 후 정신을 잃은 사이에 포박당한 폴, 폴은 단지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jpg
폴(오종혁)
집에 잠입한 알란에게 스패너로 가격당한 후
정신을 잃은 사이에 포박당한 폴,
폴은 단지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


[폴의 이야기]

물질적인 풍요가 곧 정신적인 풍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이 자란 폴이지만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아버지에게 결핍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결핍은 분노로 뒤덮이고 가장 잔인한 게임을 만들게 된다. 그가 만든 게임으로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그는 동요하지 않는다. 또한 그는 아들을 입양하지만, 자신의 계획, 예상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국 아이를 파양한다.

그를 인정해주지 않는 아버지로 인해 그는 결핍이 생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만든 게임, 입양한 아이를 파양한 선택을 옹호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의 아버지를 보면서 '좋은 부모'는 정말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 폴이 아버지에게 바란 것은 대단한 칭찬이 아닌 그저 사소하고 따뜻한 한마디의 말이었을 텐데.


킬롤로지 공연사진4.jpg


1부, 2부 모두 엄청나게 몰입해서 연극을 봤다. 각각의 독백에서 흐름을 깨지 않았고 다양한 조명, 다양한 소리가 이 연극을 더욱더 생생하게 느끼게 했다. 그러다 보니 괜히 내가 긴장하고 놀라면서 연극을 봤다.

이 연극을 보면서 결국 매체 속에서 보이는 폭력은 굉장히 위험한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더욱더 자극적이고 잔인한 영화가 개봉되고 있고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자연스럽게 노출된 폭력이 위험한 사회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볼 수 있는 연극이었다.

이 연극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사람들은 초연, 재연 그리고 다른 배우들이 나오는 연극까지 전부 다 보고 리뷰를 남기곤 했다. 조금씩 달라진 초연, 재연을 구분하고 각기 다른 연극을 통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나간 배우들의 변화를 보는 것이 쏠쏠한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는 킬롤로지를 관람할 예정이다.





Killology


일자 : 2019.08.31 ~ 2019.11.17

시간
평일 8시
주말 및 공휴일 3시, 6시 30분
월 공연 없음

*
8/31(토), 9/1(일) 6시 30분 공연만 있음
9/12(목) 3시, 6시 30분
9/13(금) 4시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티켓가격
R석 55,000원
S석 40,000원

제작
(주)연극열전

관람연령
만 16세 이상

공연시간
125분 (인터미션 : 15분)



[김지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