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느린 템포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 "네가 서성일 때" - 2019 서로단막극장 [공연]

글 입력 2019.09.25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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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장 포스터.jpg
 

서촌공간 서로는 2019년 단막극 특성화 극장을 목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따. 그 일환으로, 2018년에 이어 서로단막극장을 새롭게 선보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단막극장르에 대해 다양한 제시를 하고, 단막극의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주력함으로써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을 개발, 공연화함으로써, 연극계의 단막극 활성화에 이바지 하고자  9월 19일(목)부터 10월 27일(일)까지 3개의 창작 단막극이 서촌공간 서로에서 무대에 오른다.


단막극[one act play]


① 형식적으로는 막이 여러 개인 극과 대비되어, 막이 하나인 극으로 하나 이상의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근에는 단막극의 하위 장르로서 10분짜리 짧은 드라마인 “플래시 드라마”가 유행하고 있다.


② 단막극은 일반적으로 짧은 이야기(short story)에 상응하는 것으로, 하나의 에피소드나 상황, 두 세 명 가량의 인물에 집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스쳐 가다.


빠르게 지나치면 주변 환경은 보이지 않는다. 길을 걸으며 모든 사람과 일일이 눈을 맞추지도 않는다. 나는 내 갈 길을 가고, 타인은 그저 배경일 뿐이다. 길을 걷는 순간뿐 아니라, 인생 역시 마찬가지다. 빠르게 앞을 향해 가다 보면, 주위를 보는 것을 잊게 된다.


자꾸만 스쳐 지나가기만 하는 것들 사이에 중요한 것들을 놓치게 된다. 내가 바빠질수록, 내가 달려갈수록 주위는 흐릿해진다. 카메라의 초점을 한곳에 두면 주위가 희미해진 것 같이 풍경은 사라지게 된다.

눈을 마주치면 인사를 하지만, 순간이다. 오늘 내가 쟤를 봤던가? 나는 나의 목적지를 향해 걸어갈 뿐이었다. 아는 이가 지나가도 과정이다. 스쳐 가는 많은 풍경과 함께 시간이 흐르고, 하루가 지나간다.




마주한다.



목적지에 다다르면 마주한다. 마주함은 하루의 사건이 된다. 오늘 했던 일, 오늘의 일과. 목적이 어떤 것이든 만남은 목적을 실현하고, 그 자체로 특별하다.

우리의 삶은 스쳐 지나감과 마주함으로 구성된다. 알게 모르게 지나가는 것들과 내가 향하는 것들. 스쳐 가거나 마주하거나. 늘 반복되는 틀 속에서 언제 우리는 여유를 갖고 주위를 둘러볼 수 있을까?




서성이다.



나에게 자꾸 스쳐 감의 순간이 늘고 있다. 더 바쁘게, 더 빠르게 하루를 보내다 보니, 전처럼 혼자 사색할 시간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도 줄고 있다. 나에게 스쳐 감과 마주함 사이의 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나의 속도가 너무 빨라져 마주함과 스쳐 감만이 남았다고 느꼈을 때, "2019 서로단막극장"의 두번째 단막극인 <네가 서성일 때>를 알게 되었다. “서성인다” 서성이는 순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스쳐 감과 마주함 사이에 있는 그 어떠한 여유 혹은 공백을 “서성임”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는 점에 놀랐다.


<네가 서성일 때>는 로비라는 특정 공간의 특성을 살려 이야기가 진행된다. 매력적인 설정이다.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어딘가로 향하거나, 잠시 “서성이는” 공간인 로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어떨까, 나는 로비가 주는 이미지를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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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글로벌캠퍼스 기숙사 로비


기숙사에 사는 나는, 기숙사 로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친구를 기다리거나, 수업 공백을 보내거나, 잠시 눈을 붙일 때도 있다. 그곳에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난다. 같이 친구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기도 한다.

나에게는 특별할 게 없는 공간이었다. 때로는 로비에서 애정행각을 하는 커플을 보며 짜증도 내고, 음식을 먹는 학생들을 보며 배고픔을 느껴보기도 했지만, 순간이었다. 로비를 지나야 내 방에 갈 수 있으니까, 그것뿐이었다.


사실 조금 지루한 공간이기도 했다. 나의 뜬 시간을 보내는 곳이었던 만큼, 공간 자체도 떠 있는 것 같았다. 그곳에서 무언가 목적이 달성되기보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 혹은 그 과정 어디에 있는 공간. 로비를 위로의 공간으로 해석한 <네가 서성일 때>가 신선했다.

*


이 연극을 보고 난 후 나는 우리 기숙사 로비를 다르게 마주할까?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을까? 연극을 보고 내가 마주하는 로비가 새로운 공간이 된다면 좋겠다. 내 인생에 특별한 순간이 추가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스쳐 감과 마주함의 반복으로 지친 내 삶에, 이 연극을 통해 알게 될 나의 “서성이는” 시간을 더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내가 로비라는 공간을 새로운 공간으로 인식하고, 나에게 기다림이 버리는 혹은 남는 시간이 아니라, 나의 삶의 “서성이는”이라 일컫는 시간이 될 수 있다면, 나에게 충분한 위로가 될 것 같다.

로비뿐 아니라, 스쳐 가느라, 내가 바라보고 싶은 것만 보느라 놓쳐온 많은 것들을 다시 둘러보고, 생각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어쩌면 너무 당연해서, 어느 순간이라서 보지 못했던 것들이 나의 주변에는 분명히 많다. 그것들을 마주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멈춰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말처럼, 로비도 그런 공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달라진다. 바쁘게만 살지 않고 한 번쯤 멈춰서, 나에게 배경이 되던 것들을 둘러보고, 그들 사이에 서성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분명 나는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살아가면서 머무르고 지나치는
공간과 순간은 얼마나 될까

너와 내가 만나 안부를 묻고 나누는
인사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로비의 이야기. <네가 서성일 때>는 일상적이며, 특별히 생각해볼 일이 없는 상황을 연극으로 구성해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정승현 연출가는 이 극을 “단순한 이야기 구조 안에서 삶의, 살아감의, 사람의 매력을 담뿍 느낄 수 있는 극”이라 표현했다.

<네가 서성일 때>가 전해줄 따뜻하고 특별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일상을 돌아보고, 삶의 영역을 다시 구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단막극으로 구성된 만큼 하나의 에피소드를 진솔하게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극 속의 인물들이 만들어 낼 순간은, 특별하지 않지만 특별할 것 같다. 마치 우리가 특별하지 않다고 지나친 순간이 훗날 가장 특별한 순간으로 남을 때가 있는 것처럼.

<네가 서성일 때>에서 만나게 될 우리의 서성임 속에서, 나를 찾고, 나의 삶을 찾고, 내가 놓쳐오던 것을 찾아오고 싶다. 자꾸 빨라지려고만 하는 내게, 느린 템포로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과 인사하는 법을 알려주는 연극이길 바란다. 그리고 아주 사소한 순간 속에서도 나는 "삶" 속에 있다고, 나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서촌공간 서로


서촌공간 서로.jpg
 

서촌공간 서로는 종로구 옥인동에 위치해 있으며, 2015년 4월에 개관했다. ‘서촌공간 서로’는 70석 정도의 객석 규모로, 아담한 공간에서 아티스트와 관객이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블랙박스 형태의 무대는 다양한 형태와 규모로 변형이 가능하여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아티스트들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서촌공간 서로’는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고, 실력 있는 아티스트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통해 예술가들의 재능이 빛을 발할 수 있는 표현의 공간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

2019 서로단막극장
- One Act Play -


일자
2019.09.19 ~ 09.29
2019.10.03 ~ 10.13
2019.10.17 ~ 10.27

시간
월,화,수,목 오후 8시
금 오후 3시, 8시
토 공연 없음
일 오후 3시

*
공휴일(10.03 / 10.09) 3시

장소 : 서촌공간 서로

티켓가격
전석 20,000원

주최/기획
서촌공간서로

관람연령
만 7세 이상

공연시간
6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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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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