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어렵지 않은 예술로의 한 걸음 - '2019 서울오페라페스티벌'

오페라, 현대인을 위한 예술로 탈바꿈하다.
글 입력 2019.09.22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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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의 '오페라 가르니에.'




1. 문화의 축이 위치한 장소


 


“문화 쇠락에 대한 T.S.엘리엇의 반자유주의적 견해는 요점을 벗어났다. 산업화는 되돌릴 수 없다. 산업화는 노동과 여가를 분리시키며 여가를 평가절하 했지만 그러한 경향은 사회주의로 간다고 해도 극복할 수 없다. 이제는 모두가 효율적인 노동의 과업을 지게 된 이상, 문화의 무게중심을 노동의 한 가운데로 가져와야 한다.”


- 클레멘트 그린버그, <예술과 문화> 중에서.



그린버그가 지적하듯 오늘날 문화예술이 ‘노동이 주가 되는’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개별의 컨텐츠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이나 해당 컨텐츠를 주최하는 이유는 제각기 다르더라도, 향유의 대상은 언제나 보통의 대중들이다. 일상의 대부분을 각자의 과업으로 채워나가는 사람들 말이다. 섣부르게 일반화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이러한 사람들에게 문화예술은 여가의 일종이다.


전문적으로 이 분야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많은 사람들은 즐거움과 휴식의 순간을 얻기 위해 예술을 접한다. 이골 나는 일은, 다시 말해 머리 실컷 쓰고 아픈 일은 평상시의 직장이나 학업 생활로 충분하다고 여긴다. 굳이 이걸 보면서까지 (이때의 ‘이것’은 전시회, 영화, 뮤지컬, 창작극 등 다양하다) 내가 머리를 써야 하나 싶은 거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높은’ 차원의 지식을 요구하는 컨텐츠에는 사람이 잘 모이지 않는다. 해당 분야를 연구하거나, 유독 사랑하는 사람들이 시장을 점령한다. 클래식 연주회와 오페라 공연이 대표적이다. 당장 주변만 봐도 머리 좀 식히자고 클래식 피아노 독주회에 가는 사람은 드물다. 클래식이나 오페라, 국악, 여타 전통 공연과 같은 분야들은 다른 컨텐츠에 비해 장벽이 높다고들 생각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상대적으로 깊은 해석이 요구되지 않는, 공연이나 전시 등을 접하는 즉시 시각적으로든 청각적으로든 단번에 무언가가 와 닿는 컨텐츠에 비해 앞서 언급한 것들은 보다 ‘고차원적인’ 해석을 필요로 한다. 고차원적이라는 표현에 따옴표 표시를 해 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오페라 공연을 관람하면서 체험하는 지루함을 ‘고차원적’ 교양이나 고상함으로 환원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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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진행되었던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의 한 장면.


  

물론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관점에서 그러하기에, 앞서 언급했듯이 반은 틀린 이야기다. 과연 클래식은, 오페라는, 이외에 민속적인 공연들은, 오늘날의 사회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처럼 보통의 사람들이 즐기기에 대단히 수준이 높고 고상한 것인가? 평범한 지식으로 즐기기에 너무나도 어렵고 진입 장벽이 까다로운 분야인가? 이러한 질문은 도대체 쉬운 예술과 그렇지 않은 예술 사이의 경계는 어디에서 비롯되는지에 대한 물음으로도 이어진다. 답을 내리기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답을 내릴 수 있는지조차 회의적인 물음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위의 그린버그가 한 말과 이어서 생각하면, 그 기준은 문화의 축이 새겨진 위치, 즉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해볼 수 있다. 해당 사회를 점유하는 구성원들이 대체로 어떤 활동에 몰두하는지. 무엇을 궁극의 목표로 설정하는지. 그들의 삶이 주로 어떤 요소들로 구성되는지. 이런 것들이 총체적으로 집결된 공간에 문화예술의 깃발이 꽂힌다면. 클래식의 이름이 붙는 예술들은 태초에 노동이 주를 이루는 사람들을 목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기에 그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것이다. 장황하게 이어 온 논의에 비해 비교적 썰렁한 결론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한 사회에서 ‘가볍게’ 향유할 수 있는 예술과, ‘그럴 수 없는’ 예술이 나뉘는 분기점은 그것이 그 사회의 주류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삼았는지, 혹은 이전 시대의 구성원들을 겨냥했던 산물이었는지의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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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탈바꿈, 지금의 구성원들을 위한 것으로.



앞서 언급했듯 오페라는 현대인을 겨냥하여 만들어진 예술이 아니다. 최초의 오페라 공연은 고대 그리스의 비극을 무대 위에서 재현하고자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다프네가 쓰였던 것에서 비롯된다. 이렇듯 오페라가 탄생한 시기만 보더라도 16세기 말의 이탈리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만큼 이 분야의 역사는 유서가 깊다. 오페라의 탄생 배경이나 오페라 공연을 진행하는 방식을 보나 현대인의 삶과 오페라 사이에서는 이렇다 할 접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9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은 과거의 산물에서 비롯되었던 문화예술을 오늘날의 구성원을 위한 것으로 만들고자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본 행사는 노블아트오페라단과 서울오페라페스티벌조직위원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데, 사람들이 평소 자주 접할 수 없거나 접하기를 망설이는 오페라 공연의 대중화를 목표로 한다. ‘오페라’라는 장르를 다양한 프로그램에 접목시켜 교육 컨텐츠, 갈라 콘서트, 협업 무대와 공연으로 융합하여 다채로운 구성을 기획했다는 점이 이 행사의 파격적인 특징이다. 오페라를 현재의 것으로 끌어오기 위해, 현대인들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문화예술 컨텐츠들을 동원하여 결합을 시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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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샹송 드 오페라, 카르멘>은 프랑스의 샹송가수였던 에디뜨 삐아프(Edith Piaf)의 이야기를 가극의 형태로 그려낸다. 샹송은 프랑스의 대중가요를 의미하는데, 이 작품은 프랑스 대중음악과 정통 가극을 한 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서사를 구성했다는 특징을 지닌다.


에디뜨 삐아프의 대표적인 노래로는 ‘사랑의 찬가(Hymne A L’amour)’와 ‘사랑은 누가 소유할 수 있나요?(A quoi ca sert l’amour)’ 등이 있는데, 이런 노래들을 오페라 카르멘 공연으로 담아냄으로써 관람자로 하여금 프랑스의 대중음악과 오페라 양자를 모두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오페라 카르멘 역시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가극인 만큼, 샹송과 카르멘의 만남은 평소 프랑스의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독특한 조합이다.

 

이 공연 뿐 아니라 저명한 평론가와 작곡가들이 주최하는 오페라 강연 <오페라 100% 즐기기 – 사랑의 묘약, 이중섭> 현대의 멜로와 코믹 드라마 형식을 빌린 오페라 공연 <사랑의 묘약>, 영화에 등장했던 오페라 장면들을 한 데 모아 해설하는 콘서트 <영화 속의 오페라>, 어린이들의 교육을 목표로 원작 동화를 차용한 어린이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등 창의적인 발상들이 엿보인다. 이러한 탈바꿈의 시도, 어렵지 않은 예술에서 접근하기 쉬운 예술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다양한 노력들이 또 다른 문화예술을 창조한다고 느낀다.


오페라를 포함해 나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왔던 예술을, 나의 것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 출발점으로 ‘2019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을 선택해보길 바란다. 나 역시도 평소 오페라에 친숙함을 느끼지 못했기에, 이번 공연을 기회로 가극 예술을 나의 삶 속으로 들여올 수 있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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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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