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취미 길라잡이(2) - 음악에 대해서 [사람]

음악 감상의 여러갈래
글 입력 2019.09.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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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취미를 묻고 통계를 낸다면 어떤 취미가 가장 많을까. 확실치는 않아도 아마 ‘음악 감상’이라는 취미가 1등, 아니 최소한 3등안에는 들어올 것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취미로 즐기고 또 그렇지 않다 해도 일상 속에서 늘 접하고 있다.

음악은 우리가 즐기는 많은 것들에 이미 들어있다. 티비 속 예능, 드라마, 영화, 유튜브, 게임, 심지어 지하철 안내방송까지 우리의 삶에서 뗄래야 뗄 수 없다. 이렇게 우리와 친숙하고 많은 이들이 이미 즐기고 있는 취미이지만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 곧 바로 ‘음악 감상’이라고 답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듯 하다. 다른 것들을 나열하다가 그제서야 말을 하거나, 스스로 특별한 취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장 만만해 보이는 음악감상을 취미로 꼽기도 한다.

아마 그 이유로는 이미 너무 흔한 취미로 생각하거나, 취미가 없어서 음악 감상이라고 얼버무리는 거 같아 보일까 걱정하거나 등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또 ‘그냥 음악만 듣고 앉아있는 게 어떻게 취미지?’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그냥 ‘음악만’ 듣는 것도 당연히 취미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와는 별개로 음악감상이라는 취미가 정직하게 음악만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음악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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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으기


많은 취미생활에서 무언가를 모으고 수집하는 일이 기본이 되곤 한다. 내가 이제까지 즐겨왔던 것들을 한눈에 볼 수 있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물건으로 직접 가질 수 있음에 의미를 두기도 한다. 음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특정한 뮤지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뮤지션에 관련된 굿즈들을 모을 수 있다. 이러한 덕질의 재미를 위해서 많은 아이돌들이 굿즈를 내놓고 팬들은 이를 구매한다. 그러나 꼭 이벤트 상품이나 굿즈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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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좋아하는 뮤지션이 특별히 없거나 있어도 따로 굿즈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냥 좋아하는 곡이 들어있는 앨범을 구매한다. 요즘의 유행은 레트로다. 그렇기에 하나의 앨범을 이렇게 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소장할 수 있던 시기는 없었을 것이다. 스트리밍이나 온라인에서 음원을 구매하는 건 물론이고 CD, 카세트, LP까지 정말 다양한 음반의 형태가 쏟아져 나온다. ‘레트로’라는 하나의 흐름을 따라 수요가 거의 전무할 만큼 줄었던 카세트나 LP들이 다시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더 재미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나만의 음악을 소장할 수 있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 굳이 음반을 사서 소장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돈을 들여 사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이 담겨있는 앨범을 직접 만질 수 있고 또 그것들 중 골라 직접 재생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앨범 자켓이 아름다운 음반은 하나의 예술작품을 산 것 같은 기분도 느껴진다. 이렇게 하나 둘 모으다 보면 음반으로 가득 찬 선반을 볼 때마다 나의 음악 감상의 역사가 한눈에 들어오며 뿌듯함은 덤으로 느낄 수 있다.



2. 발굴하고 비교하기


음악 감상을 취미로 가졌을 때 좋은 점 중 하나는 어느 한 곡이 질린다고 해서 그 취미자체가 질릴 일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만 해도 하루에 정말 많은 신보가 쏟아진다. 그 범위를 전세계로 넓힌다면 하루에 발매되는 곡들을 다 들을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 만큼 새로운 음악들은 늘 준비되어있고 우리는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걸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

마음에 드는 음악을 위한 여정은 늘 즐겁다. 그런 운명적인 음악을 위한 여정에는 다양한 길이 존재한다. 원하는 장르를 검색어로 검색하거나 좋아하는 뮤지션이 영감을 받았다는 다른 뮤지션을 찾아볼 수도 있고, 유튜브 관련 동영상을 뒤적이거나 인공지능 음악추천을 받을 수도 있다. 이 외에도 다 적지 못할 만큼 무궁무진하다. 이렇게 이곳 저곳 탐험하다가 마음에 쏙 드는 음악을 발견했을 때의 뿌듯함과 설렘은 늘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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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은 음악들을 발굴해냈다면 아마 질릴 때까지 듣고 음미하고 느껴볼 것이다. 그러다 어느 시점이 되면 또 새로운 음악을 원하게 된다. 이 때 아예 새로운 것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흥미롭게 즐겨보고 싶다면 같은 뮤지션의 다른 앨범을 찾아 비교하며 들어볼 수 있다. 순차적으로 듣다 보면 모든 앨범이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가는지 아니면 유난히 한 앨범의 스타일이 확연히 다른지 등을 비교 가능하고 그를 통해 나의 음악적 성향 또한 알아가게 된다.

또 다른 방법은 비슷한 장르의 다른 뮤지션의 음반을 들어보는 것이다. 그렇게 찾다 보면 다양한 뮤지션들을 알게 되고 특정 장르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게 된다. 내가 어떤 장르를 유난히 좋아하는지, 소위 ‘믿고 듣는’ 뮤지션은 누구인지, 반대로 어떤 음악을 들어도 마음에 들지 않는 뮤지션은 누구인지 등 나조차 몰랐던 나의 취향에 대해 알아나간다.



3. 느끼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것들은 제쳐두고라도 음악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음악을 듣는 이유기도 하다. 신나고 싶을 때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감정을 온전히 느껴보기 위해,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위로 받고 싶어서, 머리 속을 비우고 싶을 때 혹은 더욱 파고들고 싶을 때, 아니면 그저 좋아서.

나는 지금 내 감정을 이겨내기 위해서 혹은 더욱 파고들기 위해서 음악을 듣곤 한다. 그렇게 음악을 듣다 보면 그 곳이 어디든 나만의 세계가 만들어지고 스스로가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느껴진다. 내가 원하는 음악으로 내 삶의 배경음악을 넣을 수 있다.

난 주로 가사를 통해 노래를 느끼는데, 가장 지금 나의 상황에 유사한 노래를 고르는 기준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공감 가는 가사의 노래를 듣다 보면 모르는 누군가가 나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내가 이야기를 건네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때때로는 그런 가사들이 이미 어지러운 머릿속을 더욱 헤집어 놓기도 한다. 이미 많은 말들로 혼란스러울 때 가사까지 들으며 더욱 심란해지고 싶지 않다. 그럴 때 나는 주로 엠비언트(Ambient)를 듣는다. 엠비언트란 전자음악의 한 종류인데, 일반적으로 ‘전자’라고 하면 떠오르는 시끄러운 음악과는 거리가 멀다. 따로 특징적인 멜로디 등이 존재하지 않고 어떠한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한 음악이다. 가사도, 멜로디도 없는 이 음악은 오직 공간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진 느낌을 준다. 그렇기에 머릿속 생각을 비워내기엔 이만한 음악이 없다. 애초에 분위기를 형성하는 음악이기에 사실 일상생활에서 듣기보단 주로 영화 속에서 접할 수 있다.

이처럼 가사를 느껴보고 멜로디를 느껴보다가 모든 게 귀찮은 날에는 엠비언트 음악을 틀어놓고 공간감만을 느껴볼 수도 있다.


앰비언트 음악



4. 만들기


제목만 보고 설마 음악을 만들라는 것일까 생각했을 수도 있다. 물론 취미로 즐기던 음악을 직접 만들 수도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내가 말하려는 만들기는 음악이 아니라 ‘셋 리스트’이다.

앞서 말했던 ‘느끼기’와도 연결되는 부분인데, 시간이 넘쳐나서 지금의 느낌과 부합하는 음악을 하나하나 골라서 재생할 수 있다면 크게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늘 그런 여유를 가지지는 않는다. 사실 촉박할 때가 더 많을 것이다. 갑작스런 상황에 대비하고 그때 마다 필요 없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언제든 틀 수 있는 나만의 음악 리스트를 미리 만들어 놓는다. 유튜브 영상 목록을 만들 수도 있고 만약 음원 정기권 등을 이용하고 있다면 더욱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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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정하고 그에 맞는 음악들로 하나 둘 채워나간다. 나도 이렇게 만들어 놓은 리스트가 몇 가지 있는데, 예시를 들어보자면 ‘비 오는 날’, ‘가볍게 듣기 좋은’, ‘집에서 분위기 있게’, ‘드라이브 할 때’, ‘감성적이고 싶을 때’ 등이 있다.

이런 셋 리스트의 좋은 점은 나 스스로 만들었기에 그 누구의 취향도 아닌 오직 나만을 위한 노래들로 채울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누군가가 ‘이 노래는 드라이브 할 때 안 어울리는데’ 라고 생각해도 상관없다. 내가 만든 것이니까 말이다. 약간은 웃긴 리스트여도 상관없다. 내가 ‘아침에 빨리 준비하게 만들어주는 속도감 있는 음악’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리스트를 채운다 해도 아무도 비웃지 않는다. 혼자 들을 테니까! 만약 내 리스트가 다른 이의 취향에 부합한다면, 조금은 더 뿌듯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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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위에서 소개한 것들 이외에도 많다. 각자가 각자만의 방식을 가지고 새로운 방식으로 즐기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저 ‘듣는’ 방식이 아닌 다른 길이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이 소소한 길잡이가 되었으면 바란다. 음악이 삶의 일부가 된다면 인생의 색깔이 더욱 다채로워지고 감정이 풍부해짐을 느낀다. 많은 이들이 그러한 영향력을 느껴보았으면 한다.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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