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열정은 어느 쪽일까. 맥도날드의 진짜 설립자에 대한 이야기, "파운더" [영화]

장인정신과 비즈니스 그 사이 어딘가 타협이란
글 입력 2019.09.19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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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영화 평론가가 추천한, 영화 <파운더>를 봤다. 영화를 보기 전에 알고 있었던 것은 단지 이 영화가 맥도날드 창립에 관한 이야기이며, 실화 기반의 영화라는 것 정도였다. 과연 맥도날드의 설립 이야기가 재미있긴 할지 반신반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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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별다를게 없는 패스트푸드 브랜드의 이야기를 조명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와 같은 생각에도 이 영화를 보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포스터에 있는 맥도날드 씨의 표정과 그의 분위기가 엄청난 성공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 거라고 말하는 듯해 조금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이젠 너무나도 흔해진 패스트푸드점이 전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는 포스터에 있던 성공한 사업가 모습을 하던 인물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어 독백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는 시원하고 맛있는 밀크셰이크를 지금보다 더 많이 팔 수 있다고 확언하면서 결국은, 자신이 파는 6중 믹서기를 팔기 위해 거울 앞에서 연습한다. 그렇다. 포스터에 있던 인물은 맥도날드가 아닌, 한물간 외판원이자 투자자인 ‘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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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트로


레이는 안팔리는 6중 믹서기를 팔러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서 8대나 주문한 이들의 전화에 의문을 품고 직접 만나러 간다. 그런데 그들이 말한 장소로 간 레이는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된다. 평소 자동차 안에서 음식을 주문하며 캣콜링이나 느린 시스템으로 오랜 기다림과 쓰레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기존 음식점들과 달리, 체계적인 시스템과 단일화되어 한 메뉴에 주력해 효율성과 신속함, 일정한 맛을 동시에 잡은 맥도날드 형제의 햄버거 가게의 사업장을 둘러보게 된 레이는, 말할 수 없는 경이로움에 맥도날드 형제의 가게에 완전히 매료된다.

감자튀김을 2분 50초와 3분 사이에서 고민하는 두 형제를 보며 레이는, 문득 자기도 모르는 사이 맥도날드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 과정에서 맥도날드 형제들의 사업 일대기를 듣게 된다. 망했구나 싶을 만큼 실패했던 이들이 이렇게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를 만들고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그간 망한 실패를 통해 3개의 잘나가는 단일 메뉴만 고수하고, 또 가게에 필요 없는 요소들, 주크박스나 접시, 서빙 직원을 모조리 없애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그리고 맥도날드 형제만의 아이디어로 진짜 혁신, 즉 손님의 기나긴 음식 ‘기다림’을 없앤 가게의 효율적인 심포니를 만들어 결국 혁신에 성공하고, 수익성까지 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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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장에 직접 가게의 도면을 그리며
시스템을 연습한 맥도날드형제와 가게 직원들


이런 매력적인 아이템을 발견한 레이는 그때부터, 맥도날드 형제와 계약 후 위험할 정도의 속도로 체인점을 낸다. 이 과정에서 레이의 역할은 단순히 사업 확장뿐만이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이들의 사업이 확장할 수 있도록, 맥도날드 형제에겐 부족했던 ‘맥도날드’라는 컨셉을 단단히 한다.

그 과정에서 맥도날드 형제 중 ‘딕’이 초기 사업 컨셉 이미지로만 남겨두었던 ‘황금 아치’ (현재의 맥도날드 로고)를 전면으로 내세우며 고객들에게 맥도날드를 ‘황금 아치의 가족 외식점’으로 각인시키고, 맥도날드를 하나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정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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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아치의 컨셉 이미지 초안


하지만 맥도날드 형제의 만류에도 계약을 어겨가며 독단적으로 사업을 확장해가던 레이는 결국 자신의 모든 결정을 만류하던 맥도날드 형제가 성가신 나머지, 이들의 브랜드를 맥도날드 형제가 모르는 사이 상표권 확보 등의 아주 치밀하고 뒤통수치는 방법으로 사들인다.

결국 맥도날드의 모든 결정권과 소유권이 레이에게로 가, 맥도날드의 ‘진짜’ 설립자인 맥도날드 형제들은 로열티도 못 받고 적은 돈으로 사업에 완전히 손을 뗄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에 부닥친다. 그렇게 언제 레이가 당하나 싶은 순간만 기다린 나에게 영화는 이게 현실이라고 말하는 듯, 끝까지 레이의 성공을 보여주며 잘 먹고 잘 살다가 세상을 마무리한 레이로 영화는 끝이 난다. (앞서 언급했지만, 이 영화는 실화이다)

이런 게 바로 먹고 먹히는 생태계의 현실인가 싶고, 부당한 방법으로든 기회를 잡아 성공하는 게 최종적인 가치인가 싶지만,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레이의 시선으로 시작해 레이의 시선으로 끝난다. 그래서 나는 이 ‘레이’라는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영화 <로리타>의 그것과 비슷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결국 세계적인 브랜드 <맥도날드>는 레이라는 인물이 없었다면 이만큼 성공하지 못했을 거라고 말하며 그의 업적을 기록하고 남기기 위함이 아니라, 결국엔 이렇게 남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부당한 방법으로 성공하고 돈을 모은 자가 있고, 그것이 바로 맥도날드의 창립자로 알려진 레이 크록이다,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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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크록, 실제 사진


그리고 그의 행보에 대한 가치판단은 온전히 관객의 몫이다.


오직 인내심과 투지만이 힘이다. 무엇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함을 보여라. 매일 꾸준히 노력한다면 확실한 결과가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이것은 허황한 개념이 아니라 당신 내면에 잠재된 새로운 발견이다. 인간은 마음가짐을 통해 인생을 바꿀 수 있다.

- 레이가 자기 전, 외출하기 전 턴테이블에서 기도문처럼 듣던 말
“The Power of Positive”


어쨌든 영화의 인물들이 그렇듯 어떤 방법으로든 끝을 봐서 성공을 이뤄낸 사업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서인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무엇이든 끈기있게 해나가는 게 중요한 거라고 말이다. 최근 몇몇 친구들과 만나 일상을 듣다가 자신의 바쁘고 지친 하루에 회의감이 든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일을 하고 상사와 트러블이 생겨 마음고생을 할 때도, SNS와 카톡으로 다른 사람들이 여행을 가고 힐링하는 행복한 광경을 볼 때면 공허해지기도 한다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YOLO’ 문화나 순간을 즐기며 대충 살자, 혹은 지금 서점에도 베스트 셀러를 차지하는 책임감 없는 위로들이 오히려 행복이 오기 직전의 조금은 많이 외롭고 힘들 그 단계들을 가려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놓쳐버린 기회에 나중에 더 큰 후회를 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 요즘이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말한다. 순간의 욕구를 참고 혼자서 묵묵히 꿈을 좇는 것이 정말 쉽지않은 만큼,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잘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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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윤호, 대충 사는 걸 싫어하는 그의 열정


유노윤호를 오버스러운 열정맨으로 취급하고, 노오력이라 말하며 모든 이들의 숨겨진 노력을 우습게 취급하는 요즘, 영화를 보고도 꽤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영화에 나오는 인물 ‘레이’의 시도들이 성공에 눈이 멀어 남의 노력과 결과를 모조리 빼앗는 잘못된 길로 가긴 했기에 그 끈기와 의지가 가치가 있었던가 고민해보기도 했지만, 우리는 두 입장 중 그 어떤 입장도 맹목적으로 지지하거나 비난할 수 없다.

레이의 맥도날드 부흥과정에서 레이가 무엇하나 확실하지 않은 시기에 맥도날드의 가능성만으로 모든 일을 밀어붙이고, 집까지 은행담보로 내놓고, 부인까지 저버리며 끝까지 포기 않고 사업을 확장해갔기 때문에 맥도날드가 전 세계적으로 체인점을 내고, 확장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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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사업에서 '신속함'이라는
혁신을 이뤄낸 맥도날드 형제


맥도날드라는 훌륭한 시스템과 콘텐츠, 즉 맥도날드 음식들과 체계, 그리고 황금 아치를 만든 것은 맥도날드 형제들이지만 그 맥도날드를 고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인식시키고, 황금 아치라는 컨셉을 부여해 새로운 가치를 만든 레이. 그래서 우린 영화가 끝나고도 이 실화의 두 주인공의 역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맥도날드 형제였다면 어떤 관점으로 레이를 대해야했을까. 혹은 내가 레이였다면 눈앞에 있는 맥도날드를 어떻게 했을까. 나는 맥도날드 형제인가? 레이인가?

그래서 이 영화가 끝나고 나면 우리가 먹고 있는 이 맥도날드 햄버거는 맥도날드 형제 시절에 만들었던 장인정신 느껴지는 버거의 맛일지, 돈의 수단이 되 버린 맥도날드 부산품의 맛일지 궁금해진다. 아니면 이미 입 안에 감자튀김을 넣고 있는 본인을 발견할지도.


[고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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