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인생은 '고개'일까? [문화 전반]

글 입력 2019.09.1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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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고개와 같은 것일까?


나는 지금까지 인생이 ‘고개’와 같다고 생각해왔다. 삶의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순간순간들이 고개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것들을 모두 안하고, ‘대학만 가면 모든 게 잘 될거야. 그전까지는 참아야만 해’라는 모토로 살아온 초,중,고등학교 시절이었다. 수험생 생활에 이르러 나의 한계까지 끊임 없이 나의 능력치를 끌어올리고, 화를 참고, 졸음을 참고, 슬픔을 참아온 나날이었다.


죽을듯이 노력해서 나는 원하는 대학교에 한 번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토록 바라던 것이 이뤄진 것에 대한 기쁨과 환희도 잠시, 허망함을 느끼게 되었고, 소위 말하는 ‘번아웃 증후군’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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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증후군을 느낄 새도 없이, 다시 나는 학점과 대외활동에 목 매는 생활을 시작하였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고, 주변에서 다 그러는 것도 아니었다. 스스로 일해서 학비를 부양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재수 또는 반수를 하고 싶은 것도 아닌데, 그냥 모든 분야에서 챙길 수 있는 건 다, 완벽하게 챙기고 싶었다.


또다시 고등학교때처럼 욕심이 턱까지 차오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챙길 건 고등학교 때보다 훨씬 많아졌고, 통제해 주는 사람도 없고, 아직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데 맹목적으로 노력을 하려니 고등학교 때보다 훨씬 심적으로 버거움을 느꼈다.


문제는 내가 이 짐들을 벗어던질 줄 모른다는 것이다. ‘대학에 가면 진짜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아야지’라고 외치던 19살의 안경잡이 소녀는 어디 가고, 현실을 직시하고 무서울 정도로 계획하고, 정보를 찾고, 조언을 구하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쉴 틈 없는 두뇌 회전으로 만들어낸 ‘지금은 무엇을 준비해야 이것을 발판/징검다리 삼아 내년에 무엇을 하고, 그 다음에는 다시 그것을 징검다리 삼아 무엇에 도전하고,, 최종적으로는 이것을 할 테다’라는 똑소리나는 진로 계획은 내가 나의 청춘을 흠뻑 즐기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피곤에 절은 몸을 이끌고 본 글을 쓰면서도 나는 안다. 지금의 이렇게 힘든 내가 미래의 누구보다 당당하게 웃는 나와 가족의 모습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것을. 힘들지만 스스로를 다그치고 발전하고자 하는 현재의 성향이 나의 미래에 아주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자꾸 ‘내가 청춘을 못 즐기고 있지는 않나’, ‘인생은 왜 이렇게 고개와 같을까. 남들은 굴곡 없는 평지에서 춤추면서 살아가라고 말을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며 안그래도 힘든 스스로의 내면을 잡아뜯고 있는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해 나는 대학 입학 후 1년 반동안 진득하게 고민을 해왔다. 현재까지 내린 중간 결론은 다음과 같다. 바로 나는 ‘욕심 많은 천성’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천성적으로 남에게 지는 것을 싫어하고 욕심이 많다. 그게 뭐든 간에. 옛날에는 그게 물건에 대한 소유욕으로 발현이 되었는데 (필기구에 대한 집착이라던가, 식탐이라던가-) 크면 클수록 자기 계발에 대한 욕구로 발현되는 것을 느끼고 있다. 학점, 연애, 동아리, 대외활동, 운동-독서를 포함한 자기 계발, 과외(아르바이트)등 챙길 수 있는 것은 모두 챙길려고 하는 말도 안되는 욕심의 소유자인 동시에, 그 중 하나가 소홀해지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객관적으로 당연한 결과임을 알면서도 인정하기 싫은 듯 하다. 공부를 지금처럼 잘하고 싶으면 노는 것에 좀 소홀해지던가, 과외를 줄이던가, 해야 하는데 공부를 지금처럼 유지하면서 노는 시간이 감소한 것에 대해 ‘청춘을 못 즐기는 것이 아닌가’라는 흑백 논리를 대며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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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파악한 나의 이러한 천성을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무리 봐도 이것은 내가 후천적으로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멀리 봤을 때 딱히 고치고 싶지 않기 때문인 것도 있다. 이 글의 제목인 ‘인생은 고개일까?’라는 물음에 나는 스스로 ‘그렇다’라고 대답하고, 그 고개를 넘어가는, 산을 타는 힘든 과정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고 고생하는 스스로에 대한 보상을 철저하게 챙기기로 했다.


먼 미래에, 내가 위의 명제에 ‘그렇다’라고

스스로 대답한 것을 후회하지 않길 바라며.





[황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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