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노동하는 모던걸 - 연극 "모던걸 타임즈"

글 입력 2019.09.1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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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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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시작 15분 전, 입장이 가능했다. 직원의 말에 따라 자리에 앉았고 극장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소극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작은 규모에 더 놀랐었다. 공연을 기다리는 설렘과 함께 1930년대에 발표한 것 같은 (정확한 발매 시기는 알 수 없다.) 곡은 극이 시작되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언제 나온 곡인지, 이것이 당시에 나왔던 곡인지 혹은 현재에 다시 녹음한 곡인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1930년대 디즈니의 음악 단편 시리즈인 ‘실리 심포니’에 나오는 풍의 곡은 경쾌하면서 당시 레코드 특징인 약간 지직거리는 소리가 함께 들려 운치를 더했다. 여자와 남자가 번갈아 가며 ’00 씨도 굿모닝, 뻐드렁니도 굿모닝’(가사도 확실하지 않다.)을 하는 노래는 낙관적이었고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노래가 점점 페이드 아웃되었고 극은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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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극장은 매우 작았다. 작은 만큼 배우들을 더 가까이 볼 수 있었고 그들이 연기한 인생이 실제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했다. 특히 <모던걸 타임즈>는 실제 사료를 바탕으로 한 3명의 여성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실제 사료를 바탕으로 한 <모던걸 타임즈>는 타 연극과 달리 드라마틱하지 않았다. 물론 에피소드마다 개인의 위기, 극복 등은 있었지만 커다란 서사가 없는 한시간 내외의 짧은극이었다. 처음에 연극을 보기 전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이 세 명의 여성들이 만나 어떠한 허구적인 다른 세계를 보여주리라 생각했다.


실제 사료를 바탕으로 한 캐릭터들이 모여 어떠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극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들은 서로가 전혀 알지 못하는 철저한 남이었으며 각자의 세계는 같은 시대였음에도 사뭇 달랐다.



 

노동하는 모던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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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모던 걸을 떠올리면 화려한 옷을 입은 여성이나 나혜석 등 부유하고 엘리트층을 떠올린다. 약 2년 동안 세계 일주를 할 수 있었던 나혜석과 달리 유학의 기회를 앞두고 가족이 눈에 밟혀 차마 떠나지 못했던 삶, 화려한 옷을 입은 여성이 아닌 그들의 화려함을 돋보이게 하는 삶, 회사에서 자신의 일을 책임지며 야근을 하는 타이피스트의 삶. 그들의 직장 이야기는 현대의 여성과 다를 바 없었다. 직장에서 하는 일이 현재와 다르지만, 그들이 겪는 고충, 능력을 더 키우기 위해 했던 일들, 일상 등을 보면 사람 사는 것은 다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용사는 당시에 어떻게 미용을 했을지, 당시 의상 디자이너는 어떻게 옷을 디자인했고 인기를 얻었는지, 타이피스트는 어떤 문서를 타이핑했을지 생생하게 볼 수 있었던 역사 다큐멘터리 같았다. 예를 들어, 미용사였던 형선은 당시에 웨이브를 넣는 기구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어떤 헤어 스타일을 유행시켰는지, 타 미용실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파마약에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 극을 통해 보여준다. 직함 뒤에 일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그저 여성의 노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여성이 어떻게 노동했는지를 극대화했다.

 

이렇듯 <모던걸 타임즈> 속 세 인물 모두 흔히 스테레오 타입의 모던걸, 즉 일류의 삶이 아니다. 오히려 일류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삶이다. 그러나 그들이 있었기에 모던걸이라는 단어가 형성되었고 현재의 여성들에게 어떤 삶을 사는 것이 좋은지 용기가 되어주기도 한다.



 

마무리하며


 

돌이켜 생각해보면 <모던걸 타임즈>는 앞서 언급되었던 정체 모를 ‘굿모닝’ 곡과 굉장히 맞닿아있었던 것 같다. 극에 나오는 세 명의 여성들의 인생이 매번 즐겁거나 행복하지 않다. 오히려 한 노동자로서 일을 더 잘 해내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는지, 전쟁통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으려고 노력했는지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그런데도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 ‘굿모닝’!

 

오늘이 힘들더라도 어떻게든 살아나가는 힘이 어디에 있던 것일까? 묵묵하게 삶을 살아간 그들은 진정한 모던 걸이었다.



[연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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