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감성 멜로 영화 “유열의 음악 앨범”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영화]

반복되는 우연은 인연인가, 인연으로 포장된 억지인가?
글 입력 2019.09.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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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삶의 중요한 일부로 자리 잡게 된 후에는 영화관에 자주 가지 않게 되었다. 집에서 노트북만 켜도 보고 싶은 영화가 한둘이 아닌데,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영화관을 찾을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들은 넷플릭스에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영화관에 가서 보고는 하는데, 최근에는 두 배우 김고은과 정해인에 홀려 <유열의 음악앨범>를 보러 영화관을 방문했다.


라디오 방송 ‘유열의 음악앨범’이 시작하던 1994년, 현우(정해인)는 우연히 미수(김고은)가 언니와 함께 일하고 있는 빵집에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우연한 사고로 인해 현우는 그 빵집에 다시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


빵집을 그만두고 대학생으로 공부를 시작한 미수와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던 현우는 둘이 처음 만났던 빵집 앞에서 우연히 만나고, 또 우연한 이유로 연락을 지속하지 못하게 되며 헤어짐을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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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열의 음악앨범 스틸컷



“기적, 참 별거 아니야. 그치?”라는 영화의 대사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첫 만남 이후 미수와 현우는 2005년까지 네 번의 기적과도 같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그리고 이렇게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둘의 관계는 ‘인연’으로 포장된다. 운명의 고리로 묶여있어 살아가다 보면 우연으로라도 계속 마주칠 수밖에 없는 인연으로.

 

우리 사회에는 언젠가 우연히 마주치고 싶은 사람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운명적인 인연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도 많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이렇게 사람들이 마음 한편에 간직하고 있는 낭만을 자극하며 공감을 끌어내고, 그 공감으로 영화의 부족한 설득력과 개연성을 채우고자 한다.


이성적으로만 생각했을 때 인과관계가 딱 들어맞지 않는 사건들도, 인연과 운명, 낭만이라는 감정적인 요소들이 개입되었을 때는 수긍이 가는 경우가 우리 현실 속에도 여럿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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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열의 음악앨범 스틸컷


처음 한두 번 미수와 현우가 우연히 만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느낀 낭만과 설렘의 감정은 <유열의 음악앨범>의 의도가 완전히 실패하지는 않았음을 보여준다. 배우 김고은과 정해인은 미수와 현우 사이에 흐르는 어색하면서도 오묘하게 설레는 분위기를 표현해내고, 관람객들은 그 간질간질한 분위기에 취해 두 남녀의 관계가 ‘인연’이길 응원하게 된다.

 

이렇게 처음 한두 번의 만남과 헤어짐을 보며 관람객은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인연'이라는 낭만에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유열의 음악앨범>에 기적에 가까운 우연들이 한두 번이 아닌, 영화 전체에 걸쳐 반복된다는 점에 있다.


영화 중 대부분의 사건이 우연히 발생하는 것을 지켜보며 관람객들은 영화가 사건 간의 부족한 개연성을 포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연’을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된다. 김고은과 정해인의 설렘 가득한 연기와 함께 낭만에 젖어 들기 시작한 관람객조차도 억지스러운 우연들이 반복됨에 따라 “저 상황이 현실에서 가능한 상황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의심과 생각이라는 이성적인 판단이 시작될 때 사건들 간의 감성적이며 추상적인 연결고리인 ‘인연’은 그 힘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사건들 간의 중요한 연결고리를 잃은 영화는 관람객들에게 설득력과 개연성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받을 수밖에 없다.


*


감성 멜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설득력과 개연성 있는 스토리가 뒷받침되었더라면 그 감성에 공감하는 관람객이 더 많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김태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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