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안녕, 하지만 진짜 안녕은 아니다. - 안녕, 푸 展

글 입력 2019.09.0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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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이게 아름다운 하늘과 적당한 햇빛과 바람이 조화를 이루는 어느 주말, 나는 엄마와 함께 안녕, 푸 전시회를 보러 갔다.


우리 모녀는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새로 태어난 모습의 곰돌이 푸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오리지널 드로잉의 모습대로 표현된 실사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속 푸와 친구들을 만난 이후로 다른 어떤 유명한 캐릭터보다도 곰돌이 푸를 사랑하게 되었다.

 

곰돌이 푸와 헌드레드 에이커 숲속 친구들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하고 있는 우리 모녀였기에 이번 전시회를 가는 길마저 모험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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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권을 받고 전시장에 들어가는 입구에 bump, bump, bump (쿵, 쿵, 쿵) 이 크게 쓰여 있었다. 크리스토퍼 로빈이 아빠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곰돌이 푸를 손에 쥔 채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를 표현한 것이다. 저 의성음을 읽는 것만으로도 전시 관람객이 아니라 함께 이야기를 들으러 떠나는 주인공이 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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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코너를 돌자 곰돌이 푸가 세상에 태어난 이후로 아주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어 소비된 모습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각국의 문화를 반영한 채 털색과 목소리가 바뀌기도 하고, 책과 보드게임, 옷감의 무늬로 사용되기도 했다.


전시장에는 오리지널 드로잉뿐만 아니라 원작의 모습대로 재현된 곰돌이 푸와 헌드레드 에이커 숲 친구들 인형도 있었다. 나는 이미 그 모습에 익숙한 채로 간 것이기 때문에 놀랍지 않았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모습을 상상하고 온 관람객들은 적잖이 놀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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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부분은 책 속 ‘푸스틱(Poohstick)’ 놀이 장면을 체험해 볼 수 있게 만들어진 곳이었다. 책 속에 나오는 다리 설치물과 빔 프로젝터를 이용해 연못을 바닥에 쏘았고 포토존을 이루어 놓아서 푸와 크리스토퍼 로빈처럼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다. 연못에 물체가 떨어지는 소리까지 나오게 해놓은 덕분에 현장감이 더해졌다.



 

곰돌이 푸와 친구들이 숨겨 놓은 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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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 협동심, 창의력, 공동체... 전시장 곳곳에 푸와 친구들의 일화와 함께 적힌 키워드다. 나는 하나씩 새로이 발견할 때마다 마치 보물을 찾는 기분이었다. 셰퍼드와 밀른이 곰돌이 푸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지혜 그리고 더 풍성한 인생을 살게 해줄 선물을 준비해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이 사용한 방법이 억지로 그리고 강요하며 가르치는 듯한 것이 아니라 엉뚱해 보이지만 사실은 엄청난 배려심을 지닌 곰돌이 푸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하는 방법이어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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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순수함이 주는 감동



크리스토퍼 로빈과 곰돌이 푸가 작별 인사를 하는 장면의 대사는 이러하다.

 

“푸,

 

나를 절대 잊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내가 백 살이 됐을 때도.”

 

푸는 잠깐 생각했지.

 

“그러면 난 몇 살이 되는데?”

 

“아흔아홉 살”

 

푸는 고개를 끄덕였어.

 

“약속할게”

 

영상 전시관에서 이 대사와 일러스트를 보며 그 엉뚱하고 맑은 순수함에 풋! 웃음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눈물이 흘렀다. 아마 그것은, 때 묻지 않은 어린아이의 천진함을 볼 때의 반응과 같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곰돌이 푸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여전한 사랑을 받는 것은 이처럼 시대를 초월하는 따스함과 3D 영상이 따라올 수 없는 오리지널 드로잉으로 살린 글의 분위기 때문일 것이라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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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우중충한 날씨로 마음이 울적하다면, 안녕, 푸 전시회에서 곰돌이 푸와 헌드레드 에이커 친구들과 함께 모험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김예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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