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으로 '연결'된 우리,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도서]

글 입력 2019.09.0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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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겨울서점을 알게 된 건 행운이었다. 겨울서점의 구독자 수가 만 명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우연히 SBS 「8시 뉴스」에서 북튜버 김겨울의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되었다. 책읽찌라와 겨울서점과 같은 북튜브 신생 채널을 소개하는 인터뷰였고, 책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유튜브 검색창에 겨울서점을 검색해보게 되었다. 이제는 채널 구독자가 11만에 이르렀지만, 문을 연 2017년까지만 해도 북튜브를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때 이 채널을 알게 된 건 너무나도 감사한 우연이었다.

저자 김겨울은 다재다능한 사람이었다. 그는 북튜브이기 전에 곡을 쓰고 연주하는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했다. 깔끔하고 귀에 박히는 문장과 더불어 매력적인 목소리에 빠져 한동안 그룹 ‘겨울소리’의 노래를 찾아 듣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틈틈이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작은 방송국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구글X 대표와 저녁식사를 하다’에서 구사했던 유창한 영어 실력과 ‘어린왕자 Le Petit Prince 불어 낭독 도전’에서 보여준 유연한 불어 발음에 다시 한번 김겨울이라는 사람에게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영상을 정주행하면서 자연스럽게 겨울서점의 애독자가 되어갔다.


잠시 '겨울서점'의 매력에 빠져보도록 하자


채널의 성장을 지켜보고 기쁨을 공유해왔던 한 사람으로서 신간 소식이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첫 번째 책 『독서의 기쁨』의 표지를 구독자들과 함께 골랐던 게 엊그제 같은데, 두 번째 책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를 지나 어느덧 세 번째 책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이 출판되었다.

이전 책에서는 책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냈다면, 이번에는 본업인 유튜버로서의 삶을 낱낱이 기록했다. 어쩌면 유튜브를 시작하려는 누군가에게는 실질적인 비법서가 될지도 모르고, 겨울서점의 비구독자와 구독자에게는 궁금증을 해결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유유출판사 도서 특유의 깔끔한 책 표지와 가벼운 무게, 그리고 148페이지 분량의 책이라는 점은 누구든 부담 없이 펼칠 수 있도록 만드리라.

한편, 이 책은 ‘물어볼 선배’가 없어서 모든 것을 독학하고 혼자 결정하며 일해 왔다는 북튜버 김겨울의 값진 경험과 노하우가 빠짐없이 담겨있다. 그 속에는 영상의 기획, 촬영, 편집부터 시작해서 어떤 장비를 사야 하는지, 영상 편집 프로그램은 무엇이 좋은지, 편집하는 과정은 어떤지를 디테일하게 나열하고 있다. 실질적인 팁으로 가득한 실용서의 역할을 제대로 함으로써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성공의 이면에는 고충이 따랐다. 생각보다 이 직업이 훨씬 고되고 치열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단순히 책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할 수는 있어도 지속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달리 말해 진입장벽이 낮은 동시에 진입장벽이 높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기획, 촬영, 편집이라는 업무를 매주 성실하게 혼자 소화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 사이에 프리랜서로서의 일주일이 함께 돌아갔다. 유튜브 자체 수익만으로는 돈을 버는 데 한계가 있어서 주로 강연료와 고료로 생활이 가능하다고 하니, 주어진 일주일의 시간은 전쟁같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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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서점의 고민이 묻어나는 문장 앞에서 자주 멈추게 되었다. 가령 책을 즐기는 독자와 책에 관심이 비교적 적은 비독자 모두를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을지,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 나갈지, 북튜브의 특성상 ‘보여줄 것이 없다’는 결정적인 약점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또 질문했다. 그는 끈질긴 질문을 통해 채널의 정체성을 견고하게 만들어나갔다.


프리랜서의 이면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콘텐츠로 기복 없이 매주 구독자들을 찾아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단 한 가지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책에 대한 사랑’이다. 겨울서점은 책을 보지 않아도 되게 도와주는 영상을 만들지 않는다. 그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책을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책을 읽는 일에 대하여, 책이라는 물건을 만지는 일에 대하여 말한다.


이처럼 책을 사랑하는 진심이 랜선을 통해 전달된 것일까. 겨울서점이 책에 관련된 행사에 다니고, 구독자와 함께 책을 사고, 새로 산 책을 기쁘게 뜯고, 책장 투어를 하고, ‘영화관 옆 책방’ 코너 진행 등 일련의 과정을 지켜 보면서 나 또한 애서가의 삶에 한 걸음 가까워지게 되었다.



“저로 인해 누군가는 책을 다시 읽고, 누군가는 유학을 떠나고, 누군가는 검정고시를 보고, 누군가는 전공을 결정하고, 누군가는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소식을 접하는 것은 경이로운 일입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 그것도 랜선으로 연결된 누군가에게 힘과 위로를 전할 수 있다는 것에 매번 놀라며, 이 놀라움에 합당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가령 테드 창이나 보르헤스 같은 위대한 작가들을 알게 되었고,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 편독 습관을 고치기 위해 추천하는 과학 잡지나 철학 서적을 골고루 읽게 되었고, 나만의 독서 루틴을 형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문학에 대한 애정으로 복수전공을 결정하게 되었다. 누군가를 정면교사로 삼아 삶을 한층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다. 랜선으로 연결된 누군가를 통해 힘을 얻고 하루를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것에 놀라며, 나 또한 이 놀라움에 합당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책을 덮었다.


방에서 편안히 책을 읽는 모습, 친구와 몇 권의 책을 두고 수다를 떠는 모습, 좋아하는 작가의 북콘서트에 간 일, 서점에 숨어 있는 좋은 책을 발견하는 순간을 모두 촬영해 영상을 만들었고, 영상이 업로드되는 유튜브 속 겨울서점으로 조금씩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책을 궁금해하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다가왔고, 책에 대한 흥미가 전염되기 시작했다. '보는 사람'이 많은 영상 문화의 한복판에서 '읽는 사람'으로 변화하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책으로 이루어진 연결이 가능한 한 오래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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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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