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푸, 나는 네가 좋아 - 안녕, 푸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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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lo, 한국어로는 안녕.
전시장 입구부터 귀여운 환영 인사를 받았다. 색색의 풍선과 뒤집어진 우산으로 가득한 입구를 보고는 자연스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따뜻해진 마음을 안고 전시장에 들어갔다. <안녕, 푸> 전시의 시작이었다.
1. 인기쟁이 곰
첫 번째 전시실에서는 크리스토퍼 로빈의 방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나타났다.
계단 반대편의 진열장에는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곰돌이 푸>가 전시되어 있었다. 전 세계의 언어로 번역된 책, 보드게임, 사탕 봉지, 운동화, 인형 등. 전시품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곰돌이 푸>의 패러디였다.
마치 사람과 같은 <곰돌이 푸> 속 등장인물들의 특징을 이용한 정치인 풍자, <곰돌이 푸>의 첫 번째 이야기인 ‘우리가 아직 어렸을 때’를 패러디한 ‘우리가 조금 더 나이를 먹었을 때’, ‘곰돌이 푸, 자본주의의 종’이라는 글씨가 쓰인 작품까지. 인기쟁이 <곰돌이 푸>의 이야기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에게도 사랑받아왔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2. 우리가 소개되고
이어지는 두 번째 전시실에서는 <곰돌이 푸>의 실제 모델이 된 인형 복제품을 만날 수 있었다.
<곰돌이 푸>는 작가 알란 알렉산더 밀른의 아들인 크리스토퍼 로빈이 갖고 놀던 인형에서 영감을 받았다. 비록 전시된 인형은 복제품이었지만 다소 투박하면서도 옛 감성이 가득한 <곰돌이 푸>의 모티프가 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크리스토퍼 로빈 장난감 복제품또한 <곰돌이 푸>와 떼어놓을 수 없는 어니스트 쉐퍼드의 삽화도 이번 전시에서 중요히 다뤄졌다.
특히 두 번째 전시실에서는 크리스토퍼 로빈의 인형에서 출발한 <곰돌이 푸> 속 캐릭터가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친근한 캐릭터로 재탄생했는지 쉐퍼드의 캐릭터 디자인 과정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막 태어나는 푸, 이요르, 피글렛 (1926), E.H.쉐퍼드3. 어떤 이야기일까?
세 번째 전시실 ‘어떤 이야기일까?’는 특히 어린 관람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곰돌이 푸> 이야기 속 장소들을 재현한 공간은 직접 건너고, 들어가고, 놀 수 있었다.
전시된 나무 둥치 안에 들어가 보니 숲의 소리가 들리고, 포근하기까지 했다. 관람객이 직접 참여해볼 수 있도록 한 공간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북돋아주었다.
4. 묘사의 기술
이어지는 네 번째 전시실에서는 어니스트 쉐퍼드의 삽화를 잔뜩 만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곰돌이 푸> 이야기에서 좋아하는 이요르의 꼬리가 사라지는 에피소드 삽화를 이 전시실에서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생일에 귀와 꼬리가 축 늘어진 이요르의 모습, 꼬리가 사라졌다는 푸의 말을 듣고 확인해보기 위해 이요르가 몸을 이리저리 돌리는 장면, 아울의 집에 달려있는 설렁줄이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아 곰곰이 생각해보는 푸의 모습은 너무나도 사랑하는 장면이다.
이요르가 꼬리를 찾는데 (1926), E.H.쉐퍼드설렁줄을 보면 볼수록, 얼마 전엔가 그 비슷한 어떤 것을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926), E.H.쉐퍼드5. 푸 세상에 나오다
마지막 다섯 번째 전시실에서는 밀른의 글, 쉐퍼드의 그림이 실제 단행본으로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접할 수 있었다.
이전 전시실에서는 주로 연필로 그린 스케치가 전시되어 있었다면 5전시실에는 블록판 인쇄 교정본, 컬러 교정지, 단행본, 특별 소장판까지 차례대로 소개되어 있다.
특히 아날로그 감성이 살아있는 색색의 교정지는 정말 아름다웠다. 삽화 속 푸의 모습은 <곰돌이 푸>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빨간 티셔츠를 입은 노란 곰’ 푸의 이미지는 바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거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푸의 세상> 교정지특별 소장판<안녕, 푸> 전시는 어린이를 위한 체험형 전시와 성인들을 위한 전시 그 중간 어딘가에 있다. 따라서 이곳에서 관람객은 저마다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다.어떤 이에게는 <곰돌이 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실제 장소들을 간략하게나마 체험할 수 있는 곳, 어떤 이들에게는 <곰돌이 푸>가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장이었다.하지만 무엇보다도 <안녕, 푸> 전시에서는 푸에 대한 마음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공유하는 감정이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홍진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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