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락방 미술관 – 명화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

글 입력 2019.09.0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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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가서 만난 명화들을 볼 때면 항상 궁금했었고 지금도 그렇다. 화가들은 무슨 생각을 이런 그림을 그린걸까. 의미 부여하는 것 또한 보는 이의 몫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현대미술에서 좀 더 걸맞는 관람 방식인 듯하다고 생각한다.


갈수록 국가 간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으며 이제는 아무리 먼 나라의 작품일지라도 수준 높은 전시회, 특별전들을 통해 다른 나라의 명화들을 충분히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혹은 개인이 여행을 통해 충분히 한 국가의 명화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나 또한 이전에 교환학생의 신분으로 유럽의 한 국가에서 생활한 적이 있었다. 덕분에 유럽 내의 유명한 명화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현대미술전을 제외하고는 명화들이 전시된 미술관에 가기 전에 책이나 인터넷 자료를 한번씩 찾아보고 방문했었다. 분명 화가가 한 작품을 그리기 전에 겪었던 경험들, 말, 지니고 있던 가치관들이 그 작품에 녹아 있을 테니 알고 보는 게 훨씬 좋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사전에 알아보지 않았다면 별 감흥 없이 지나쳤을 명화들이 더 깊은 울림이 있게 와 닿았다.


그 때의 기억 때문일까, 한국에 와서도 꾸준히 고대, 중세 미술, 현대미술을 포함해 관련된 책들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기 보다는, 아는 만큼 작품을 볼 때 느낄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감흥의 폭이 다채로워지는 기분이라 할 수 있다. 덕분에 교양 수업을 현대미술과 관련된 강의를 신청하기도 했었다.


그러던 와중에, ‘다락방 미술관’이라는 책의 리뷰를 쓸 좋은 기회가 찾아왔었다. 현 시대에 계속해서 회자되는 유명 화가들의 개인적인 경험, 가치관 등을 엿볼 수 있었다. 이전의 수업과 서적들을 통해서는 한 작품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그 이후에 그 작품을 기준으로 작가들의 일생을 훑어 보았었다.


그렇지만 이번 책은 작품의 설명을 위해 화가들의 에피소드를 조명했다기 보다는, 화가들의 삶에 조명을 더 맞추고 그로 인해 탄생하게 된 작품들의 탄생 계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한 흐름이었다. 그래서 시대별로, 화풍 별로 분류된 작가들을 만나보며 좀 더 인간적으로 그들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최근 관심이 많이 갔던 작가인 에드워드 호퍼 또한 이 책에서 상세히 다루는데, 그에 대한 설명이 나온 섹션을 다 읽자마자 당장이라도 시카고 미술관에 달려가고 싶었다. 그의 대표적 작품인 ‘밤을 새우는 사람들’을 포함한 많은 작품들이 각종 유명한 영화들에 차용되면서 관심이 더 커졌던 걸로 기억한다.


나 또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사용되었다는 ‘밤을 새우는 사람들’을 처음 보고 한눈에 반했었는데, 차갑고 시린 겨울 분위기에 따뜻하게 그려진 사람들의 모습이 괜히 찡했고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군중 속의 고독’이 아니라 ‘고독 속의 군중’이라 해야 할까? 그러한 분위기가 나타나는 작품들에 늘 애정이 간다. 외롭고 쓸쓸한 것 같지만 따뜻한 온기 같은 무언가가 남아있는 분위기.


이번 ‘다락방 미술관’이라는 책을 통해 그러한 분위기를 지닌 에드워드 호퍼의 일대기를 깔끔한 설명으로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또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작가들의 일생과 가치관 덕분에 그 작가의 작품이 좋아지기도 했다. 그 중 한 작가가 바로 샤갈인데, 책에서는 그가 이렇게 말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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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환상과 상징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우리의 모든 정신세계는 곧 현실이다. 그것은 아마 겉으로 보이는 세계보다 훨씬 진실할 것이다.’



가끔 주위를 둘러보다 보면 비정한 척, 현실주의자인 척하며 누군가의 생각 혹은 노력을 짧은 생각인냥 짓뭉개는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마치 그런 사람들을 비웃는 듯한 말이어서 좋았다. 그가 한 말이 오히려 정말로 현실주의자 (그렇지만 따뜻한 온기를 지닌) 같았다. 덕분에 샤갈의 작품들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샤갈의 말을 통해 작품들이 새롭게 보이는 경험도 했다.


그 외에도 마리 로랑생, 에곤 쉴레, 나혜석 등 좋아하는 화가들의 인생을 깔끔하고 이해하기 쉬운 설명들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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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의 범위가 넓어지고 다채로워지는 기분을 다시 느꼈다. 덕분에 읽는 시간 동안만큼은 최근 개강과 취업준비로 힘 빠지는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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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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