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우리는 미국에 산다, '페들러스 타운의 동양 상점' [도서]

글 입력 2019.09.0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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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하는 궁금증은 사실 오래된 것이었다. 지금의 세상은 역사상 가장 좁아졌기 때문인지 주변을 보아도 고국에서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인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탈조(선)’, ‘탈한국’이라는 표현을 써 가며 자신의 미래는 오히려 이 나라 안에 있을 때 가장 불투명하고 답답할 것이라 말하는 친구들도 많다. 필자는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어디선가 애국심이 나타나 ‘나는 우리나라가 좋으니 여기서 살겠지!’라고 속으로 외쳐보기도 했지만, 이 역시 어떤 절대적인 신념에 의한 외침이나 결정은 아니었다.


이는 예전보다 애국심이나 자국민으로서의 긍지가 더 이상 강조되지 않는 시대의 흐름이 영향을 미친 탓도 있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자국민과 외국인에 대한 구분이 점차 흐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이야기가 더 나아가면 교포, 난민, 이중국적자 등에 대해서까지 뻗어나가겠으나, ‘페들러스 타운의 동양 상점’에서는 지금과는 조금 달랐던 2-30년 전의 한국인 이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 이쯤에서 멈추고 그들의 이야기에 조금 더 집중해보기로 한다.




Sweet dream, American dream



‘미국’이라고 하면 지금도 ‘잘 사는 나라, 부유한 나라’라는 의식이 반대의 경우보다 지배적으로 자리하고 있다. 경제적인 수치로 보아도 그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와 정치 역사 경제적으로 얽히고 설키면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꽤 있다. 그러나 소설 속 배경으로 예상되는 90년대는 미국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가 훨씬 강한 때였다.



아메리칸-드림[명사]


1. 미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미국적인 이상 사회를 이룩하려는 꿈. 다수 미국인의 공통된 소망으로 무계급 사회와 경제적 번영의 재현, 압제가 없는 자유로운 정치 체제의 영속 따위이다.


2. 미국에 가면 무슨 일을 하든 행복하게 잘살 수 있으리라는 생각.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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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의 금광을 찾아 떠난 이들의 Gold Lush는 수많은 이민자들의 스윗한 아메리칸 드림으로 이어졌고, 주인공 대준이네 가족처럼 미국에 가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의 꿈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저마다 모양도 크기도 달랐으나, 일단 미국은 잘 사는 나라이니까 무엇이든 한국에서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장 먼저 빗나가면서 그들에 삶에서는 점차 쓴맛이 나기 시작했다.


대준이네 가족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버지인 김씨가 5년 먼저 미국으로 떠나 자리를 잡는 동안 아버지를 제외한 대준이네는 한국에서 그럭저럭 잘 살아가고 있었다. 적어도 12살 대준이의 눈에는 그렇게 비쳤고, 엄마와 누나도 떠나려는 마음이 간절하지는 않았다.


그들을 움직인 것은 가족이 언젠가는 뭉쳐 함께 살아야 한다는 생각, 미국에서의 삶이 팍팍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이긴 했으나-한국이 싫은 것도 아니었다.




우리는 미국에 산다



어찌됐든 대준이네 가족은 한국을 떠나와 미국 뉴저지에서 동양 상점을 운영하며 새로운 삶의 터전에 적응해간다. 두고 온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언어 장벽에서 느껴지는 소외감, 이방인이라는 이질감과 부적응에서 오는 두려움 등이 몇 달간 그들의 기분을 좌지우지했다.


그럼에도 한국과는 달라진 생활 방식을 마주하며 그들은 힘들고 어렵게 변화해야만 했다. 물건을 판매할 때 필요한 몇 가지 표현과 기본적인 인사말 등을 제외하면 의사소통도 수월하지 않았다. 아버지처럼 가게를 운영하는 한국인 홍씨가 아니었다면 상점을 꾸려가는 것이 몇 배는 더 어려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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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쓰는 다른 사람들과는 대화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그럴수록 이 가족은 더 단단히 뭉치게 된다. 동양 상점은 대준이네의 삶이자 생계수단이었고 제2의 집이었으며 안식처였다. 또, 페들러스 타운의 사람들과 물건을 사러 오는 미국인들을 만나는 장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누나 인숙은 격동의 사춘기를 겪어냈고 대준이는 새롭지만 그들 가족에게 친절하지만은 않은 세상을 마주했다. 아버지 김씨와 어머니 인영의 심리는 가끔 묘사되기는 하나, 대준이의 눈에는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불안함을 애써 감추고 가족을 유지하려는 헌신적인 인물로 표현된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활이 순탄하게 이어지지만은 않았다. 대준이네 가족은 한국에서 온 이민자, 이등시민이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미국인의 탄생



이방인에 머무르지 않고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이 미국인에게 동화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누나는 자살 시도를 할 만큼 극도의 외로움과 불안함을 겪으며 성장해야 했고, 대준이는 또래의 저능아 취급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영어를 공부했다. 어머니 인영은 남편의 외도를 가족을 위해 눈감아 주었으며, 아버지 김씨는 부족한 장사 수완이었지만 생계유지를 위해 거의 매일 가게에 나가 일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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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反이민 정책 반대 시위 모습

 


사람들과 인사하는 방식, 한국보다 자유로운 사람들과 사회의 모습, 생활 환경은 분명 매력적이었지만 때로 생경했다. 환상에 대한 대가를 치른다기에는 감내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았지만 소설에서는 이 감정선이 슬프고 우울하게만 묘사되지는 않았다.


일상의 작은 즐거움들을 어린 아이의 눈을 통해 귀엽게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이 가족의 삶을 응원하게 한 작가의 위트가 돋보여 좋았다. 책에 담긴 것은 대준이네 가족이 미국에 온 첫 1년간의 일이라 그 뒤에 어떻게 살아갔을지는 모르겠으나, 불편함에 익숙해지고 무뎌지면서 이들 모두 점차 미국인이 되어갔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굳이 타국에서의 고생스러운 삶을 살아야했을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다소 모험적이었던 이 가족의 선택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이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이방인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것, 그리고 어디를 가든 힘든 삶일 테지만, 누구나 노력해야 행복해질 수 있으니 결국 선택은 각자의 몫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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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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