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소리와 몸짓을 함께 공유할 때, 내 속에 체험으로 머무르게 된다 : 장애인국제무용제 [공연예술]

2019 대한민국 국제 장애인 무용제
글 입력 2019.09.05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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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장애인 국제무용제. 사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용어 자체에서 우리는 그들에 대한 날이 선 고정관념을 드러내고 있지는 않은가.


이전에 한 미술관의 전시에서, 장애 Disability에 대한 작품을 본 기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다리 없이 높은 의자에 앉아 있는 분, 손이 굽어 불편해 보이시는 분. 도슨트 선생님이 설명해주시는 말이 인상 깊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애인을 보고 활동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여겨 연민을 느끼지만, 이분들은 자신의 신체를 불편하다거나, 절대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분들이다.’


사회에서 ‘정상’이라고 말하는 범주 안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들의 한계점마저 우리가 섣불리 그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1. U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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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O

아르헨티나-독일


롤랜드 월트(경련성 마비), 도미니크 멜헴


우리의 작품은 결속이라는 깊은 열망에서 탄생한다. 다른 사람과 하나가 되는 것. 감정 이입의 행위를 하는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마음이 흐른다. 숨이 흐르고, 웃음이 흐르고, 표정이 흐르고, 감정이 흐른다. 말과 언어는 어쩌면 우리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말이 없는 그들의 대화는 더욱 유머러스하고, 더욱 친근하다. 아무런 음악도 없는 무대에서, 그들의 소리는 무언가 편안함과 안락함을 준다.


그들의 즉흥적인 행위에 완전히 매료된다. 도대체 어디까지를 ‘언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전혀 새로운 방식의 언어를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누구나 이유 모를 따뜻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들만의 언어를 글이라는 매체로 다시 묘사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안락함은 오로지 그들의 소리와 몸짓을 함께 공유할 때, 내 속에 체험으로 머무르게 된다.




2. 가능한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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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춤 2019

한국


강봉두, 김조영, 김창경, 박상현, 원효, 유영천, 이종혁, 이진우, 조봉석, 조용덕(지적장애)


매년, 매회 장소의 특성에 따라 변화하고 진화해나가고 있는 작품이다. 지금 현재 우리의 움직임과 표현을 즐기고 느껴보시길 바란다.



이 무용, 너무 경쾌하고 발랄하다. 보는 내내 내 마음은 그들의 몸짓을 따라 뛰어다닌다. 그들이 이끌어 나가는 스토리는 동화 속에 있는 것처럼 달콤하다. 누군가의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다. 신랑과 신부의 밝은 표정을 따라 내 입꼬리도 내려올 생각을 않는다.


다음으로 축하 공연이 있다. 열심히 준비한 축하 공연에 신랑, 신부도 만족한듯하다. 특히 내 마음이 울렁 울렁 했던 순간은, 결혼식에 괴물이 등장했을 때가 아니었을까. 괴물을 물리치는 용사의 몸짓은 부드러우면서 단단하고, 절도 있으면서도 유연하다.


내 마음은 작은 용사를 열심히 응원한다. 괴물을 물리친 후에 파티를 벌이는 친구들의 모습에 미소를 띠고 몸을 들썩이지 않은 이들은 없었으리라.



 

3. 엇갈린 투



홍보이미지-댄스컴퍼니.jpg
 


엇갈린 투

한국


이광석(청각장애), 허은찬(언어장애), 강현민(지체장애), 엄태준


일그러진 외모 탓에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뇌성마비 동생과 소통하는 방법을 상실한 청각장애 형을 통해 서로 완전히 단절된 현대의 가족 문제를 다룬다.



일어서려고 다리를 꼿꼿하게 세우지만 몸은 금세 쓰러진다. 무언가 계속해서 다리를 넘어트리고, 몸을 묶고 있는 줄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퍽 하고 쓰러지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들의 몸에 생기는 상처처럼 내 마음도 부어오른다.


형과 동생을 비추는 두 개의 조명은 그들을 동그란 틀 안에 가둔다. 울타리 속에서 단절된 이들은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아니, 나가지 않는다. 스스로 경계 밖으로 발을 내디뎠을 때, 비로소 그들은 만날 수 있다. 그들의 포옹은 서로를 일으켜 세워준다.


*

티브이에서 '장애를 극복하지는 않았습니다만'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적이 있다. 장애를 '극복'한다는 개념은 비장애인들이 바라볼 때만 성립한다는 것이라는, 그들의 인터뷰가 나에게 꽤 충격적이었다.

우리는 얼마나 우리가 세워둔 기준을 당연하게 생각했었던가. 매년 가장 뜨거운 여름에 진행되는 장애인국제무용제. 이 글을 읽고 내년에 그들의 몸짓에 귀 기울여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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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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