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노란색을 더하면 내 것이 될까요?" - B.D. GRAFT [시각예술]

글 입력 2019.09.0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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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 성수동에서 열린 한 전시가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시장은 온통 노란색으로 가득하다. 전시실의 벽은 물론이거니와 전시 팜플렛 또한 노란색으로 제작되었고, 전시실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노란색 의자가 놓여 있다.


관람객 체험 공간에도 노란색 펜과 노란색 스티커가 가득 채워져 있다. 전시장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굿즈 상품도 전부 노란색으로 색칠되어 있고, 전시장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테마 음악은 노란색 벽에 부딪히며 흑색과 노란색이 교차하는 작품들과 자연스레 어울린다.


해당 전시는 패션 브랜드 뮤트뮤즈와 작가 B.D. Graft의 협업 전시인 <The Art of Yellow>이다. <The Art of Yellow>는 아시아 최초로 열린 B.D. Graft의 개인전으로, 노란색 종이를 주로 활용한 그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이다.


전시가 종료된 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생동감 있는 그의 작품 세계가 기억에 남아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본 글을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B.D. Graft라는 작가에 대해 궁금해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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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5, 2019



B.D. Graft라는 인물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그는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술 작가이다. 경쾌한 형태로 오려낸 노란 종이를 여러 소스 위에 붙인 콜라주 작품으로 유명하며, 그의 감각적인 작품은 인스타그램이라는 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영화와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우연히 시작하게 된 콜라주 작업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특정한 색깔을 활용한 그의 작품은 뮤트뮤즈와 같은 패션 브랜드들과의 콜라보레이션에 여러 차례 동원되었다.


그가 노란색을 작품의 주된 색채로 사용하게 된 이유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그는 노란색이 빨간색이나 검은색과 같은, 이미 사회적 의미를 획득한 색깔에 비해 상징성이 덜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란색은 B.D. Graft의 세계를 담아내는 그만의 색깔이 되었다. 그는 앞서 언급했듯 노란색 종이를 오려 책의 낱장이나 엽서에 오려 붙이기도 하고, 노란색 배경에 어두운 색깔의 그림을 그려 노란색 자체를 빛의 색채로 사용하기도 한다.


다수의 사람들이 찍힌 사진에서 사람들의 얼굴을 전부 오려낸 뒤 사진 뒷면에 노란색 종이를 덧댄 작품도 있다. B.D. Graft가 독특한 콜라주 작업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그가 콜라주 기법을 활용하여 만든 작품에만 노란색을 얹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작품 세계를 표현할 수 있다면 어떤 기법이든 사용하는 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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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wd, 2019
 


그가 노란색을 활용한 작품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B.D. Graft는 리포스팅과 패러디, 큐레이팅과 리믹스가 빈번히 일어나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작가로서 작품의 소유권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노란색을 더하면 내 것이 될까요?”라는 그의 캐치프레이즈는 그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그는 기존의 것에 자신의 색깔인 노란색을 더하면, 그 결과물이 진정 자신의 소유물이 되는지 묻고 있다. 그가 피카소의 작품에 노란색 종이를 오려 붙이면, 이 새로운 작품의 주인은 누가 되는 것일까? 아니, 인터넷이 집어삼킨 이 사회에서 소유자를 가려내는 것이 유의미한 일이긴 한 걸까? 익숙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그의 질문은 그의 작품 위를 계속해서 떠돈다.


소유라는 개념에 대해 질문하는 그에게는 저작권과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어떤 회사가 그의 ‘노란색 더하기’ 기법을 거의 베끼다시피 했는데, 그것이야말로 B.D. Graft의 의도에 딱 들어맞는 해프닝이었다는 것이다. 그 회사가 B.D. Graft의 기법을 무단 도용해 그 회사만의 결과물을 창출해냈다면, 그것은 누구의 소유물일까? ‘무단 도용’이라는 말이 성립하기는 하는 걸까? B.D. Graft 자신의 말처럼, 결과물의 소유권을 따지는 일에 의미라는 게 있기는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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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ts, 2019



B.D. Graft의 또 한 가지 매력은 바로 그의 취향에 있다. 그의 작품에는 그가 좋아하는 예술가들의 흔적이 묻어 있다. 예를 들어 그가 오려낸 노란색 종이 조각들은 날카로움과 부드러운 무게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 노란색 덩어리들의 형태를 결정짓는 잘린 선이 그러한 시각적 인상을 유도한다. 마티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그답다. 또 그의 드로잉에는 피카소의 질감이 묻어 있기도 하다. 식물을 그린 그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머릿속에 자연스레 피카소가 떠오른다.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가들의 얼굴이 비치는 듯한 B.D. Graft의 작품에는 그의 애정이 가감없이 드러난다.


B.D. Graft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방문하면, 최근까지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B.D. Graft의 유쾌함이 궁금한 분들은 그의 SNS 계정을 한 번쯤 방문해 보시길 바란다. 자신의 작품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어떤 날들을 좀 환하게 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B.D. Graft의 앞으로의 작품 활동이 기대된다.



[이승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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