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학, 다음으로 가는 길 [도서]

아르코 & EBS 공개라디오“SNS 작가에게 묻다”
글 입력 2019.09.0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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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다음으로 가는 길

아르코 2019 문학주간 EBS 공개라디오 “SNS 작가에게 묻다”


Opinion 민현




#1 활자 시대는 이미 끝 났을까




“책 읽는 거 좋아해?”


요즘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당연하다는 듯 나는 활자가 인쇄된 책을 상상하며 얘기한다. 물론 좋아하지. 그리고 뒤이어 어떤 장르의 책을 좋아하는지, 어떤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지 묻는 게 ‘독서’라는 주제로 대화할 때 나오는 일반적인 상황이다. 나도 인쇄된 글자가 익숙한 활자 세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독서’에서 가장 ‘트렌디’한 질문은 ‘어떤 책을 읽어?’보다는 ‘어떻게 읽어?’가 되었다. 궁금했다, 활자 시대는 정말 끝이 난걸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에서 주최한 2019 문학주간 프로, ‘EBS 공개라디오 SNS작가에게 묻다’에 다녀왔다. 가수, 싱어송라이터, 작가, 배우, 영화감독, 책방주인 등 어떤 수식어로도 전부 설명할 수 없는 요조가 사회를 맡아 SNS 작가라는 새로운 직업과 생태계를 만들어 낸 ‘시팔이 하상욱’, 그리고 독립 연재라는 새로운 작가-독자 연결 플랫폼을 만들어낸 ‘일간 이슬아의 이슬아’를 초청해 출판과 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중간에는 싱어송라이터 이아립 씨의 무대까지, 함께 이 자리를 빛내주었다.




#2 하상욱, SNS 작가의 시조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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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인스타그램, 아니 인스타그램도 이제 한 물 간듯한 지금은 자기 생각을 펼치기 위해 SNS를 활용하는 건 필수가 되어버렸다. 5년 전쯤, 아직 페이스북이 SNS의 왕좌에 올라 있을 때 하상욱 시인은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으로 ‘시’를 썼다.


하상욱의 짧은 글은 열풍이었다. 공감이라는 구름을 타고 좋아요라는 인기를 얻어 하상욱은 단번에 SNS 작가가 되었고 지금은 하상욱을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의 롤모델이다. 스스로를 시팔이라고 소개하는 그는 요조, 10cm, 치즈, 새소년 등이 소속되어 있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에 합류해 음악 작업에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다재다능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하상욱이라는 사람에 대하여 라디오 중 인터뷰 내용 중 인상깊은 이야기들을 실었다.

 

Q: SNS 문학계의 변화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A: SNS 자체가 변해서 영향을 받는 느낌이다. 지금은 유튜브가 강세여서 그 소용돌이 속에서 갈피를 못잡는 중이다.


Q. 지금 SNS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A.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힘든 일. 다른 방향으로 진출, 요즘에는 글 뿐만 아니라 그림과 함께 그리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스타일과 캐릭터를 구축하는 게 중요해졌다.


Q. SNS작가에 대한 시선이 좋지만은 않았을텐데

A. SNS 글을 쓴다는 이유만으로 비난. 지금은 달라짐. 문학계의 비난이 오히려 언론의 주목을 받아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Q. 변화에 따른 고민은 어떤지?

A. 글만으로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가장 강력한 플랫폼 sns가 사라지는 중이다. 유튜브에 대해 물어보셨는데 SNS와 유튜브 인기는 다른 것 같다. 유튜브는 SNS에 글을 올리는 것에 비해 투자가 엄청나게 들어가는데, 그 시간을 견디기가 쉽지 않을 듯 하다. 하상욱의 소통 방식은 짧고 굵은데, 유튜브는 10분 이상으로 긴 호흡으로 가야 하는데 엄두가 안난다.


Q. 신간 <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를 쓴 이유는?

A. 하상욱이라는 사람에 갇혀 있으면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튜브에 업혀서 새로운 글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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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SNS를 통해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A. 여전히 유리하지만, 예전보다 SNS의 파급력이 떨어진 건 어쩔 수 없다. 가장 결정적으로 더이상 ‘하상욱류’는 신선하지 않다. SNS가 아직도 좋은 채널이고 플랫폼인건 분명하지만 환상을 깰 때가 되었다.


Q. 출판 생태계에 대해 한 마디 하자면?

A. SNS작가들에 대해 비난만 하지 말고 그 반대편 있는 기성작가들의 책도 함께 소비해주길 바란다. 인터넷 세상에서는 싫다가 더 즐겁지만, 현실에서는 좋아하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진 인터뷰는 즐거웠다. 하상욱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요조의 잔잔한 바다에서 파도 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누군가는 가볍다는 말로 하상욱과 그의 글을 비난하며 그의 세상인 SNS에 댓글을 달지도 모른다. 누구나 원하면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는 세상이다. 누가 쓴 글이 과연 더 가벼운 글일까. 하상욱 씨의 말처럼 비난은 좋다, 마음 속 어딘가에서 거부감이 들어 SNS 작가들이 싫다면 다른 책에라도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3 이슬아, 출판계의 트렌드세터




“매일 500원에 한 편의 글을

받아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것 같은 문구를 보고 이슬아라는 이름을 알게되었다. 얼굴은 몰랐지만 아르코 이음홀에 도착해 방청 신청을 하고 있을 때, 장난기와 우수가 뒤섞인 듯한 눈빛을 한 그 사람을 봤을 때 나는 그분이 이슬아씨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일간 이슬아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창조하고 지금은 헤엄 출판사의 편집장이 된 그녀는 그야말로 문학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블루칩이자 트렌드 세터였다. 사회를 보는 요조 씨와 원래부터 절친한 사이였는지 인터뷰를 보는 내내 즐거웠고 새로운 자극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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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일간 이슬아 두 번째 시즌이 되었는데, 첫번째 시즌과 다른점은?

A. 2년째나 됐지만 아직 쉽지 않아요. 하지만 일간 이슬아 이후에는 하기 싫은 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프리랜서에게 고정 수입이 주어진다는 것의 의미는 하기 싫은 일을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니까요.


Q. 셀프 연재 플랫폼 선구자로서 셀프 연재와 경쟁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셀프 연재, 매일 마감이 있다는 건 항상 창작할 시간 부족하다는 뜻이에요. 선구자?라는 이름보다는 그만큼 힘든 것 같고, 함께 셀프 연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위기의식보다는 배움과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


Q. 일간 이슬아는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A. 사실 더 이상은 못할 것 같다는 걸 매일 느껴요. 글쓰기에 드는 노고도 있지만, 수많은 피드백도 받아야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매일 글을 쓰면 얻는 느낌, 강함같은 것들이 나를 새롭게 만드는 것 같아서 계속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셀프 연재처럼 글쓰기나 출판의 메인시스템이 변화한다면, 아니면 이제 더 이상 내 글이 독자들을 이끌지 못해 독자들이 떠나간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Q. 이슬아가 갖고 있는 글쓰기 철칙은?

A. “다시” 처음하는 것보다 다시할 때가 더 좋아요. ‘다시’라는 말에 있는 그 재생력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것들때문에 저는 계속해서 다시 합니다. (그리고 아침과 낮에는 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 마감에 닥쳐서 써요.)


Q. 이슬아에게 글은?

A. 모르는 걸 알게되는, 고백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나를 부지런하게 만드는 일이에요. 쓰고싶으면 유심히 보게 되고, 듣게 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Q. 작가 이슬아이자 헤엄 출판사 대표 이슬아로서 목표?

A. 일단 신간을 내는 게 목표고, 10년 후에는 헤엄 출판사에 좋은 책들 출간 리스트를 꾸미는 게 제 목표입니다.


*


농수산물 직거래 시스템과 비슷하다고 해야할까. 이슬아의 독립 연재 시스템은 그만큼 특별해서 달리 표현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시작했다는 그녀의 당찬 첫 발걸음은 생각보다도 너무 큰 족적을 남겼다. 궁금했다. 사람들은 왜 ‘일간 이슬아’에 열광할까? 물음에 답이라도 하듯 그녀가 인터뷰 중 짧게 읽어준 ‘밤산책’이라는 수필은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녀의 에세이는 그녀 그자체였다. 짧은 글 안에 나는 그녀가 밤을 걸을 때 느꼈던 생각, 따뜻함, 대화들을 상상할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정말 잘썼다. 나는 밤을 걸을 때마다 그녀의 글이 떠오를 것 같았다. 결국 그녀의 글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새로운 방식을 그녀가 발견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글이 그저 좋은 글이기 때문이었다.




#4 그래도 글은 영원할거야



글은 영원할 것이다. 언어가 있는 한,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걸 알리고싶은 욕구가 있는 한 글은 인간이 존재하지 않을 때까지 함께 존재할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 작가도 마찬가지로 계속 존재할 것이다. “플랫폼”은 작가들에게는 두번째 고민이어야 한다. 아무리 플랫폼이 작가에게 편리하고 유용한 도구여도 좋은 이야기에 대한 고민이 첫 번째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플랫폼이 작가들에게 필요한 건 분명하다. 서두에도 나왔듯 요즘은 책을 읽는 방법도 중요해졌으니 작가들은 자신의 글을 전달할 방법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사회 모든 영역에 걸쳐 돌풍을 불러일으킨 유튜브는 책과 출판계에서 만큼은 조용하다. 물론 책을 읽어주는 유튜브, 도서 리뷰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그 돌풍을 활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작가들은 유튜브에 대해 어딘가 모를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그렇다면 문학, 다음으로 가는 길은 과연 어디일까.


혹시라도 지금의 문학과 문학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모색하는 예비 작가, 독자라면 아르코 문학주간에 참여해봐도 좋을 것 같다. 물론 그곳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글쟁이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 수도 있고 좋은 글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방청을 끝내고 나오는 길에 마로니에 공원 행사장에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있어서 놀랐다. 이곳 저곳에 앉아 함께 책을 읽는 모습에 나는 또 생각했다. 문학, 다음으로 가는 길은 저 아이들에게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 아이들이 다음으로 가는 길을 닦아주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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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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