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행] 세상이 잠든 시간 : '새벽'과 음악

글 입력 2019.09.04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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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4시간. 우리는 매일 반복되는 24시간을 살아간다. 어떤 이는 24시간이 모자라다 말할 정도로 바쁘게 살아가고, 어떤 이는 지겹고도 힘겨운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을 것이다. 같은 듯 다르게 계속해서 반복되는 24시간이 모여, 누군가의 삶이 된다.


하루가 24시간이라는 사실은 언제까지나 변함이 없다. 다만 매 순간은 끊임없이 변주된다. 우리는 시시때때로 변하고 마는 감정의 기복을 느끼며,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매 순간에 집중하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모든 이가 스스럼없이 흘려보내는 24시간은 짧고도 긴 시간이다.


음악과 함께 사랑의 다양한 형태에 다뤘던 지난 ‘사랑’ 시리즈에 이은 덕행의 두 번째 시리즈는 우리의 삶을 이루고 있는 ‘24시간’이다. 이번 글에서 다룰 첫 번째 테마는 하루의 시작이자 끝인 ‘새벽’이다. 수만 가지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새벽감성을 담은 음악 5곡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1. OLNL(오르내림) - ERROR (Prod. Cosmic Boy)



▲OLNL(오르내림) - ERROR (Prod. Cosmic Boy)  [출처-STONESHIP]



하루 종일 다른 일들로 뒷전에 밀려 있던 상념들이 모습을 비추기 시작하는 새벽은 우리를 감성의 동굴로 데려가고는 한다. 깊고 더 깊은 생각들로 안내하는 이상한 마술이 발동하는 시간. 잠시 이성을 미뤄두고 감성을 앞세우는 걸 허락하는 시간. 사람들은 이것들을 통틀어 ‘새벽 감성’이라고 부른다.


새벽 감성으로부터 피어난 생각들은 다양한 감정들을 비춘다. 만족감과 후회가 같이 찾아오는 아이러니한 경우도 생기며, 괜한 걱정, 고민들이 순식간에 몰려 들기도 한다. 가득한 상념들로 과부하 상태를 앞둔 머릿속 덕에 우리는 잠자리를 뒤척이며 쉬이 잠에 들지 못한다.



오래 쓴 컴퓨터 같은 요즘 내 머릿속은

갑자기 떠버린 후에 멈춰 있는 BLUE SCREEN

갑자기 떠버린 난 ERROR

포맷을 하고 다시 백업



‘Error’에서 우리의 머리는 적어도 20년 즈음은 사용한 오래된 컴퓨터와 다를 것 없다. 한계치를 넘는 순간 잔뜩 떠버린 에러창에 파란색이 화면을 가득 메우면 컴퓨터의 모든 프로그램은 정지해버린다. 여러가지 감정을 담은 생각들이 물밀 듯 찾아오는 새벽 속의 머리도 그렇다.


이토록 수많은 생각들에 과부하가 걸린 머릿속으로 새벽 한창을 보내고 있지만 우리는 이내 백업을 하고, 다시 전원을 키며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 ‘Error’는 이처럼 복잡한 머릿속으로 인해 화자가 고민한 흔적이 그대로 보이는 곡이며, 사이버틱한 사운드로 새벽의 공기와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냈다.




2. 빛과 소금 -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빛과 소금 -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출처-mainround music]



제발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그대 없는 밤은 너무 싫어
돌이킬 수 없는 그대 마음
이제 와서 다시 어쩌려나
슬픈 마음도 이제 소용없네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새벽은 하루 중 어느 때보다도 그에 대한 감정이 깊어지는 시간이다. 그것이 온전한 사랑이든 한 쪽만을 향하고 있든 그 형태에 관계없이, 오롯이 감정과 상념만이 남은 고요한 새벽은 그 사랑에 대한 애틋함과 애절함의 깊이를 더해준다.


애타는 마음에 더해 지나간 것에 대한 그리움 또한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바쁜 하루에 자취를 감추고 있던 그를 향한 간절한 마음과, 끊어져버린 인연에 대한 기억, 못 다한 말들과 지키지 못한 약속들에 대한 후회는 모든 것이 잠든 새벽에 소리도 없이 찾아오곤 한다. 그리움만이 남은 새벽은 더욱 길게만 느껴진다.


그의 부재는 애달프게 느껴지지만, 그 무엇도 되돌릴 수 없는 나약한 내 모습은 그저 권태와 무기력증을 남길 뿐이다. 이 사실은 여전히 길고 긴 새벽을 더욱 슬픔에 잠식되게 한다. 아침이 되면 또다시 자취를 감추겠지만, 그리운 마음은 새벽이 되면 불현 듯 찾아와 되풀이되곤 할 테다. 1991년 발매된 빛과 소금의 '내 곁에서 떠나지 말아요'는 이러한 새벽의 어지러운 마음을 꾸밈 없는 단어들로 표현해내고 있다.




3. 2xxx! - Dawn (Feat. Rad Museum, punchnello)



▲2xxx! - Dawn (feat. Rad Museum & punchnello) [출처-Dan Nguyen]



I’m alone in the dawn
새들은 말해 아침이 왔네
그래도 나는 여기 새벽이야
I’m alone in your heart
남들은 걷지 밤 속의 거릴
그래도 나는 여기 새벽이야



생기를 잃은 채 모든 것이 잠든 새벽의 적막함은 마치 홀로 남겨진 듯한 외로움을 안겨준다. 홀로 깨어 있는 이 시간, 오롯이 혼자서 떠안아야 하는 갖은 상념들은 마치 세상과 동떨어진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모든 것을 그저 혼자 버텨내고 감내하며 의미 없는 해답을 내려야하는 시간이기에, 외로움은 새벽이라는 시간으로 대변되곤 한다.


2xxx!의 ‘Dawn’은 외로움을 새벽에 빗대어 노래하고 있다. 잔잔한 비트에 더해지는 라드뮤지엄의 몽환적인 보컬과 펀치넬로의 차분한 랩은 마치 술 한 잔에 오르는 취기에도 잠이 오지 않는 새벽의 나른함과 몽롱한 분위기를 담아내고 있다. 품에 안겨 잠드는 척 해봤자 아침은 오지도 않고 난 이유를 찾아. 새벽의 상념이 선사하는 끊임없는 물음과 불면, 고독한 적막감은 인생의 매 순간 찾아오는 외로움을 닮아있다.




4. 기리보이(Giriboy) - 술자리 (Jiwoo Cover)



▲기리보이 (Giriboy) - 술자리 (Jiwoo Cover) [출처-Jeff Hwang]



I’ll be fine 걱정 마 웃는 내가 보이잖아

아침이 밝기 전 마시자

눈물을 섭취해 상처는 전부 씻겨가겠지

I’ll be fine 괜찮아 걱정 마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수한 일들이 우리를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어느새 스트레스나 피로, 마음의 상처와 같은 잔여물이 축적되어 있다. 그것들을 더 이상 참아낼 공간조차 없어졌을 때, 우리는 자정이 지난 시간까지 쌓여있던 마음 속 잔여물들을 술 한잔 한잔에 모두 내려놓은 채 해소하고는 한다.

웃음꽃에 물을 왕창 주어 애써 지어 보일 수 있는 웃음, 손사래 치며 괜찮다며 말하는 사람의 표정에는 아마 하루의 노곤함이 잔뜩 내려앉아 있을 것이다. 그에게 필요한 건 괜한 위로나 걱정인지, 연민인지 구분할 수 없는 표정 따위가 아니다. 그저 얼음판 같은 세상을 녹여줄 수 있는 국물과, 상처가 씻겨 내려갈 수 있는 눈물 담긴 술잔 정도에 겨우 다음 날을 맞이할 수 있는 기력을 얻는다.

아무렇지 않은 듯 무심한 기리보이의 목소리와 다소 밝은 분위기의 비트가 엉킨 원곡과는 조금 달리 이번 커버 곡은 몽환, 몽롱함을 그대로 옮겨온 멜로디에 새벽 공기를 담은 지우의 목소리가 더해졌다. 잠과 취기, 그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을 새벽의 술자리가 어떤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지 느껴져 무기력한 슬픔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5. 유라(youra) - 깜빡 (Feat. 카더가든)



▲유라(YOURA) - 깜빡(Feat.카더가든) [출처-온스테이지ONSTAGE]



내 방 속에 작은 침대 위
한참동안 키스를 해요
밤새 너로 가득 채운 몸이
겁이 나서 너를 벗어요



빛이 잠식해버린 이 시간은 어쩌면 24시간 중 가장 비밀스럽다. 다른 것들에 방해받지 않은 채 서로에게만 집중하게끔 그만의 공기와 적막을 가져다 주는 새벽이기에, 분명 누군가에게는 조용하면서도 뜨거운 시간이다. 눈빛이 오고 갔지만 아직 정의 내리지 못한 두 남녀의 관계에 있어서라면 더욱이나.

 
깜빡 거리는 가로등 불빛에 겨우 의지하는 어둠은 현실까지 감추어 버린다. 정말 너의 마음을 훔쳐낸 건지 혹은 그것이 단지 착각 뿐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새벽 속 두 사람의 그림자는 새벽 공기에 취한 채 그저 이 시간에만 충실할 것이다.

‘깜빡’은 잔잔한 기타 선율의 멜로디가 전부인 곡이지만, 목소리 자체로 새벽과 다름없는 유라와 카더가든의 음색이 짙게 배어 있어 새벽을 은밀하게 그려낸다. 하루 중 새벽만이 가질 수 있는 설레임과 끈적임이 보컬로 완벽히 형상화되어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인 채 두 사람의 은근한 새벽에 초대되는, 그런 곡이다.





하루를 견뎌내 비로소 맞이한 새벽은 위의 다섯 곡처럼 상념이 집어 삼킨 혼자만의 시간이 되기도, 적막 속 뜨거움만 남은 두 사람의 대담한 시간이 되기도, 서로의 피곤함을 덜어내는 친구들과의 시간이 되기도 하며 그 모습을 달리한다. 어떤 새벽일지는 누구에게나 매일 다르기 마련이지만, 하루 중 유일하게 느낄 수 있는 차가운 공기와 적막은 새벽에 머물러 매번 특유의 감성을 가져다 준다.


새벽은 하루를 마무리하면서도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이기에 결국 떠오르는 해를 못 이겨 다시 모습을 감추고 만다. 동시에 잠으로 가라앉은 눈꺼풀, 감성으로 잔뜩 차버린 머릿속도 잠시 내일의 새벽으로 미뤄둔다. 심연 같았던 하늘의 색이 점차 해로 인해 걷혀질 때, 우리는 이내 아침을 맞이하며 또다시 새로운 하루를 준비해야 한다.






intro. 2. 3. 김수민

1. 4. 5. outro. 맹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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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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