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엄마가 나를 그렸다 [사람]

엄마는 나를 그리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글 입력 2019.08.3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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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특히나 미술에 조예가 깊다. 이렇게 엄마에게 이야기하면 분명 아니라며 손사래 치겠지만, 우리 엄마의 책꽂이에는 각종 미술사와 본인이 그린 그림들이 빼곡하다. 엄마의 직업은 유치원 선생님이지만, 미술을 놓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우리 집 벽면에는 엄마가 그동안 그린 그림들이 몇 가지 걸려있다.


엄마는 일주일에 한 번씩 미술 수업을 듣고 있다. 그래서 난 나를 그려달라며 엄마를 졸라댔다. 그땐 정말 아무 생각 없었는데, 그냥 그림으로 태어난 나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뿐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결과물에는 그림뿐만 아니라 엄마의 손길이 가득 묻어있었다. 기분이 참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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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난 엄마가 엄하다고 생각했다. 항상 4시 반에 기상하여 아이들을 위한 아침을 준비하고, 5시 반에 딸과 아들을 깨워 영어공부를 시키셨다.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부터 그렇게 자라왔으니, 내 키가 작은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많이 혼났고, 지겹게 싸웠고, 서럽게도 울었다. 차라리 내가 그냥 엄마 말을 따르는 착한 딸이었다면, 우리 엄마도 나도, 그렇게 힘들진 않았을 텐데. 그때의 나는, 엄마의 최선이 참 버거웠나 보다.


이제 와서야, 엄마는 말했다. 너희를 잘 키우고 싶었을 뿐이라고. 하지만, 그랬으면 안 됐던 것 같다고. 엄마는 후회가 많은가 보다. 더 잘 키운다는 것,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아직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엄마가 그렇게 이야기할 때마다 내가 정말 부족한 사람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다. 엄마가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적어도 나는 보면서 자라왔으니. 엄마의 최선이, 그 모습이 날 이렇게 성장시켰다. 그런 후회를 거친 손길이 한 스푼.


엄마는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다. 하나를 물고 늘어지면 자신이 그것을 즐길 수 있을 때까지 물고 놓지 않는다. 가끔은 생각한다. ‘내가 그런 점을 쏙 빼닮았으면 난 완전 하버드 감인데!’ 엄마는 물 공포증이 있었다. 물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잘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엄마는 수영을 배우고 싶다고 선언하고 수영을 시작했다. 초반에는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해 머리가 아프다며 병원을 다니면서 수영을 계속했다.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병원까지 다녀가며 무서움에 떨어야 하나. 그런데, 지금은 어느새 2년 차로 접어들어 접영을 배우고 있다. 수영이 그토록 재미있다며 새벽 수영과 주말 수영을 즐긴다.


엄마는 말했다. “너는 외국에서, 아들은 군대에서 참고 견디고 있는데, 엄마가 되어서는 수영하나 못 견뎌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거잖아.” 결국, 엄마의 버팀목은 자식이었다. 버팀목이라고 해야 할까, 걸림돌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엄마는 버티고 또 버텼다. 끊기와 인내심, 거기다 자존심까지 강한 사람이라 성실함은 기본 옵션으로 따라온다. 그런 열정이 몇 스푼.



‘우리 보미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날 씨앗을 영혼 속에 간직하고 있다.’



엄마에게 미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쩔 때는 조금 꺼려진다. 나의 엄마는 이유 없이 무작정 딸을 응원해주는 그런 엄마는 아니다. 엄마는 스스로도 이야기한다. 본인은 아주 객관적으로 말해주는 사람이라고. 항상 객관적인 시선에서, 너무나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런 점이 어쩔 땐 너무 차가워서, 날 외롭게 하기도 한다. 내가 열정에 차 무엇을 이야기할 때, 엄마의 표정은 시큰둥하거나 반응이 없을 때가 많으니까. 그 표정이 자꾸만 나를 작아지게 하고, 서운함으로 번져가게 한다.


그런데, 커가면서 엄마의 속마음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엄마는 누구보다 날 응원하지만, 겉으로는 걱정스러운 점들을 늘어뜨린다. 그럼 이건 어쩌고? 저건? 진짜 하고 싶은 건 맞고? 엄마가 처음에 반응이 없는 건, 그저 순간에 들떠있는 나에게 본인이 아는 모든 현실을 보여주기 위함임을, 그에 대해 생각하느라 시간이 필요함을, 난 이제야 깨닫는다. 엄마는 그래서 객관적인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걸까. 그림 한 귀퉁이의 글귀를 보고 깨달았다. 엄마는 나를 응원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한 구절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엄마는,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한 딸에게 본인의 방식으로 위로를 건넸다. 그런 위로가 몇 스푼.


마지막으로, 서로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진부하지만, 그게 또 굉장히 어렵다. 엄마와 딸 사이에는 왜 이렇게 어려운 것들이 많은가. 특히나 우리 모녀는 친하긴 하지만 다정한 사이는 아닌지라, 자잘한 싸움들은 많이 해도 애정표현은 드물다.


그런데, 그림은 왜 이렇게 따뜻하게 다가올까. 숨김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사랑한다고 적어 둔 것은 아니지만, 엄마의 손길이 닿은 그 스케치에서 그 감정은 되살아난다. 역시, 예술은 참 아름답다. 감정을 담는 폭이 끝이 없으니. 아, 엄마는 나를 사랑하는구나. 그 감정이 성큼 다가오며 마음이 알싸해졌다.


그렇게, 엄마가 나를 그렸다. 엄마는 나를 그리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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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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