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저 자유로운 곳,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2019

글 입력 2019.08.27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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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축기지로 향하다


지난 월요일 프린지 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해 버스를 타고 ‘문화비축기지’역에 내렸다. 월드컵 경기장이 훤히 보이고, 조금 걸으니 큰 공터같이 생긴 곳에 프린지 페스티벌을 알리는 현수막들이 나를 반겼다.


서울에 살면서도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전에는 마포구에 이렇게 넓은 공간이 문화 예술을 위해 마련되어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도착하고는 이런 곳에 이런 공간이! 하며 속으로 내심 놀라기도 했다.


문화비축기지는 과거 석유가 비축되어있던 탱크와 그 터전을 개조하여 문화공간으로 탈바꿈된 곳이다. 그리고 올해는 프린지 페스티벌의 터전이 되었다. 공장처럼 황폐한 구조물에 불과했던 석유 탱크와 그 대지가 이제 자유로운 예술을 담아내는 장소가 된 것이다.




프린지 페스티벌, 자유를 담아낸 22년의 역사



프린지 페스티벌은 1998년부터 2019년까지 22년을 이어온 독립 예술을 위한 축제다.


아래의 사진과 같이 프린지 페스티벌의 역사와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매년 달라지는 포스터와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으로 대학로, 홍대를 거쳐 문화비축기지로 온 흐름까지 읽을 수 있었다.

 

페스티벌을 몸소 경험하며 기억에 남는 것은, 참가자의 표현의 자유를 온전히 지켜준다는 확고한 신념이다. 그래서 지금껏 내가 즐기던 상업 예술이나 공연과는 확연히 달랐다. 조금 더 다양한 예술 공연들이 문화비축기지 곳곳에서 펼쳐졌고, 그 방식이 때로는 내게 낯설고 새롭기도 했다.


형식의 자유까지 예술가의 몫으로 지켜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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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웠다. 이들은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무대에 선 걸까? 프린지 페스티벌을 둘러보며 각자의 목소리를 몸으로, 영상으로, 연극으로 표현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신기했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각자의 예술 작품을 이곳에서 펼쳐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연유로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사실 독립 예술이라 하면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웃고 즐기거나 잔잔하게 마음속에 넣어두면 되는 상업 예술 작품들과 달리, 독립 예술은 무엇을 표현하는 것인지조차도 가늠하기 힘들 때가 많았고 즐기기에는 그 길이가 너무 짧거나 길기도 했다. 이게 과연 예술인가? 싶을 때도 많았으니 일상 속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랬던 내가 프린지 페스티벌에 대해 알아가며 그 취지에 한 번 반했고, 자유라는 신념을 지속해온 지난 시간들에 또 한 번 반하고 왔다. 그래서 내가 축제 동안 즐겼던 작품들 역시 무엇을 표현하려는지 캐내어 해석하거나 추궁하지 않았다. 그저 그들이 말하고 있는 것을 담담히 받아들일 뿐. 내 또래부터 할머니까지 앉아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것을 보니 예술이란 이렇게 자유롭고 경계가 없는 것이 본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상했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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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 - 창작집단 지친 사람들


첫 번째로 내가 즐긴 작품은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이라는 연극이었다. 연극이라는 소개 문구를 보고 들어선 한 강의실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공간이었다. 무대도 없고 오직 책받침 스탠드만이 우두커니 있었는데 이곳에서 과연 연극이 펼쳐질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연극의 표현 방식이 독특했다. 목소리 연기를 통해서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이다.


단지 목소리뿐임에도 불구하고 몹시 생생했던 공연이었다. 단원들이 얼마나 생생하게 목소리 연기를 하는지, 보고 있는 내가 깜짝 놀라고 그 역할에 몰입되어 푹 빠질 정도였다. 큰 동작의 변화나 표정 연기 없이 목소리로만 전달되어 표현하기 힘들기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극을 구성하는 네 가지 이야기 모두 뛰어난 연기력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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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게임 – 친구의 친구


그들은 정말 친구의 친구였다. 눈치게임은 친구의 친구를 통해 만난 5명의 댄서들이 즉흥적인 선택과 대화들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공연이다. 야외의 무대를 활용해 자유롭게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흥미진진했고, 관객 참여형 공연인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관객들이 단어를 외치고 공연자의 행동을 유발해 하나의 공연을 함께 만든 것이다. 무엇보다 나의 또래처럼 보이는 친구들이 하나로 뭉쳐 이런 독특한 공연을 해냈다는 점이 참 인상 깊었다. 그들의 공연 표현법에 한 번 놀라고, 참여를 하면서 신나게 즐기고 웃었던 작품이다.




예술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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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축기지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각 팀마다 독특한 표현법이 있었다는 것, 그것이 가장 놀랍고 기억에 남는 점이다.


프린지 페스티벌을 경험하며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본다. 표현의 자유를 온전히 지켜주는 프린지 페스티벌은 이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예술이란 어려운 것도,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닌 그저 내 마음속의 이야기를 세상에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그곳에 자신을 펼치고 있는 아티스트를 보며 생각한다. 그리고 예술이란 마음껏 상상하고, 마음껏 세상에 펼쳐 보이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세상도 있구나, 또 한 번 나의 틀을 깬 소중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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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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