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유롭게, 사람과 예술을 만나다 -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글 입력 2019.08.2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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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지도 어플에서 추천해 준 버스를 타고 프린지 페스티벌이 열리는 문화비축기지로 향했다. 버스는 강을 건너 주변에 이렇다 할 상가도 건물도 없는 외딴곳으로 향하더니, 6차선은 되어 보이는 넓은 도로 한편에 나를 내려주었다. 공기에서 여름 끝자락의 향기가 물씬 묻어나던 날이었다.


버스를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후덥지근한 공기에 한 번, 광활한 문화비축기지의 모습에 또 한 번 놀랐다. 놀람은 뒤로하고, 조금은 설레고 또 조금은 걱정되는 마음으로 프린지 페스티벌에 입장했다. 그리고 그곳엔 방금까지 내가 속해 있었던 일상의 세계와는 다른 또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01. 자유, 자유, 자유!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제일 처음 느낀 건 ‘자유롭다’는 것이었다. 보고 싶은 공연을 찾아 걸어 들어가는 중 저 멀리서 풍물패와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무심결에 품고 있던 긴장이 싹 사라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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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햇수로는 4년 동안 극단에서 안내원으로 일했다. 그동안 근무하는 극단에서 열린 양질의 연극들을 많이 접하며 연극을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관객들을 최우선으로 챙겨야 하는 안내원의 특성상, 한편으로 연극은 내게 긴장을 주는 존재가 되기도 했다.


연극이 시작하기 전엔 불은 전부 다 소등했는지, 착석은 못 한 관객은 없는지, 지연관객석으로 쓸 수 있는 좌석은 어디인지 항상 살펴야 했고, 공연 중간에도 중간중간 핸드폰을 쓰는 관객이나 큰 소리로 떠드는 관객을 제지해야 하는 등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행동이 습관이 되어, 내가 근무하는 곳이 아닌 다른 극장에 가서도 연극을 볼 때면 괜히 잔뜩 긴장해 공연 중간 중간에도 주위를 살피곤 했다.

 

그런 긴장은 ‘극장’이라는 공간적 제약이 있기 때문에 더욱더 강하게 느껴지곤 했다. 아무리 넓은 극장이라도 극이 시작되는 순간 극장 안은 무섭도록 조용해진다. 관객석에 내려앉는 깜깜한 어둠까지 합해지면 극장 안은 순식간에 내 행동도 조심해야 하는 곳이 된다. 구석에서 한 조그만 기침 소리 하나도 무대 위까지 들릴 수 있다.

 

그런데 프린지 페스티벌에서의 공연은 야외 공연이 많았다. 극장을 벗어난 연극은 많은 것으로 침범당했다. 잔디에 있는 풀벌레 소리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소리로, 저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극장에서 열리는 극 같았으면 이와 같은 침범은 극의 방해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야외 공연에서 이와 같은 침범은 극이 자유로워지는 하나의 요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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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유를 강하게 느꼈던 공연 중 하나는 우주마인드프로젝트의 ‘미래, 도시’라는 연극이었다. 울림이 가득한 원형의 공간에서 진행된 공연 중간중간 저 멀리서 들려오는 매미 소리와 사람들의 소리, 다른 공연의 노랫소리가 공연의 일부가 됐다. 미래의 도시를 상상하며 부르는 노랫말들과 현재의 소리가 합쳐 들려올 땐 내 몸만 현재에 있고 정신은 미래를 여행하는 듯,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곳에서는 큰 소리로 떠들어도, 갑자기 기침해도 공연의 일부가 될 것만 같았다. 고개를 들면 보이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하늘 역시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공연을 관람하고 있지만, 무대 위만 바라봐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공연 도중 자주 편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기도 했고, 내 옆의 친구를 보기도 했다.



 

02. 사람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두 번째로 느낀 건 사람들 간의 연결이었다. 보통의 연극에서는 극이 시작되는 순간 현실의 사람들은 그 존재가 흐릿해지기 마련이다. 관객은 무대에 몰입하는 순간 관객 그 자신보다는 극을 보는 하나의 시선으로 변하고, 무대에 서 있는 배우들은 일상에서의 자신을 지우고 연극 속 인물로 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린지 페스티벌 공연에서는 관객이 단지 관객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자유로운 분위기였을 뿐만 아니라 참여형 공연이 많았기 때문에 공연을 관람하는 도중 관객은 단지 시선으로 머물지 않고 자기 자신이 되어 극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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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봤던 공연, ‘일장일딴 컴퍼니’의 ‘줄로 하는 이야기 <점>’ 공연을 예로 들어보자. 지난주 일요일 문화 비축 기지에서는 무료 물놀이장도 운영되고 있어서, 간혹 수영복을 입은 아이들이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공연 <점>은 공연자가 별도의 대사 없이 줄과 제스처만으로 진행하는 공연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아이들이 많았다. 아이들은 대사 없는 공연 중간중간 ‘어떡해!’ ‘망했다!’라고 소리를 지르며 끼어들었다.


공연자는 그런 아이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웃었다. 수동적인 관객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관객들이 극에 참여해 극을 완성한 상황이었다. 극의 후반에는 관객에게 실을 건네 관객들이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물론 공연자의 의도에 따라 진행된 퍼포먼스였지만 관객이 퍼포먼스를 ‘행한다’라는 자체도 유의미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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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킹의 ‘마녀의 인형 놀이’ 에서 역시 공연자가 인형 놀이를 하는 중간중간 관객 사이로 들어와 관객을 연극 자체에 포함했을 뿐만 아니라 공연의 마무리를 관객들의 프리허그로 진행하는 등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관객이 단지 관객으로만 머물지 않고 하나의 온전한 존재로 연극에 참여할 때, 공연자와 관객은 보여지고-보는 관계에서 벗어나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게 된다. 함께 공연에 참여한 사람들 역시 일종의 유대감을 느끼게 된다. 덕분에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나왔을 뿐인데, 아주 많은 친구를 사귄 것 같았다.



 

03.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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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만나니 자연스럽게 예술이 꽃을 피웠다. 사실 프린지 페스티벌의 공연들은 심사나 선정을 거쳐 진행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공연을 관람하기 전에는 이런저런 걱정들이 많았다. 공연의 퀄리티나 주제, 전달 방식에 대한 우려들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연은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배우 편안한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하면서도, 자신들의 철학을 잃지 않고 있었다. 아직 거칠어 보이는 공연도 존재했지만, 관객들과 가깝게 만나는 과정에서 다듬어지고 발전될 가능성 역시 보였다.

 

이처럼 늦여름,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보낸 일요일은 자유로운 분위기와 좋은 사람들, 그 사이에서 향유한 예술들로 가득 찬,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축제였다.


 



[권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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