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터키인과 함께 터키 여행을 [여행]

2019년 3월, 터키 이즈미르
글 입력 2019.08.2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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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생활했을 당시, 가장 친했던 친구는 터키인이었다. 타지에서 만나 좋은 친구가, 버팀목이 되어주었고, 서로의 다른 문화를 함께 융화시켰다.


다만, 그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그 친구가 나보다 먼저 귀국해야 했기 때문이다. 섣불리 아쉽다고 이야기할 수 없었다. 어쩌면 평생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저 막막해져왔다. 그렇게 이별의 날이 찾아왔고, 펑펑 울며 그날을 맞았다.


그렇게 난 그대로 외국에서, 그 친구는 터키에 귀국한 채로 몇 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문득, 그 친구가 보고 싶어져 영상통화를 걸었다. 그 반가움은 지금까지도 잊지 못할 반가움이었다. 서로의 근황을 묻고, 소식을 전했다. 난 그 자리에서 바로 터키행 티켓을 구매해버렸다.


그냥,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그렇게, 터키인과 함께하는 터키 여행이 시작되었다.




이즈미르 (Izmir)



터키 하면 떠오르는 이스탄불을 갔던 것은 아니다. 그 친구가 사는 곳은 ‘이즈미르’라는 아주 아름다운 도시였다. 화려한 열기구 체험을 할 수는 없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 터키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설레는 기분을 마음껏 즐겼다.


그 친구는 이미 공항에 마중 나와 있었고, 그렇게 우리는 요란스럽게 재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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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마을버스를 타고, 그 친구 집으로 이동했다. 터키의 첫인상은, ‘따뜻하다’였다.


유럽에서 오랜 시간 지냈던 나로서는 조금은 어색한 시선과, 가끔의 무례한 시선들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데, 터키의 눈빛은 달랐다. 물론 터키인과 함께 있어서 그랬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신기하다거나 이상하다는 눈빛보다는 따뜻한 기운이 많이 느껴졌다.


심지어, 내 친구에게 외국인 친구 가이드를 잘 부탁한다며 이야기하는 현지인도 있었다. 아, 그렇다고 터키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내 친구조차도 나에게 터키는 외국인 여자 혼자 숙소를 쓰게 하기에는 위험하다며, 자신의 집에서 지내도록 했다. 무조건 조심, 조심. 안전이 최고라는 것을 언제나 잊지 않아야 한다.




터키의 음식들



나는 음식에 예민하다. 친구가 데려간 터키 음식점들은 요구르트를 많이 사용했다. 특히, 요구르트 음료를 팔지 않는 곳이 없었다. 본인은 요구르트의 냄새를, 맛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터키에서 터키 음식을 거부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친구가 권하는 모든 음식을 도전했다. 물론, 안타깝게도 입맛에 맞는 음식은 많이 없었다. 그래도, 터키인과 함께하는 터키라서 마음이 놓이고, 속도 편했다. 속이 편한 이유가 그 친구 덕분인 건지, 음식 덕분인 건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음식들이 주를 이뤘다.


외국에서 함께 밥을 먹으러 가면, 꼭 건강한 음식인지를 확인했던 그 친구의 행동이 드디어 이해가 됐다. 터키의 음식들은 정말 건강해서, 유럽의 기름진 피자나 햄버거는 정말 부담스러웠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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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터키의 디저트는 정말 최고였다. 그 유명한 터키시 딜라이트 (turkish delight)를 터키에서 직접 먹었더니, 다른 나라의 터키시 딜라이트는 다 거짓이 섞여있다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디저트들도 대부분 과일과 치즈로 만들어져 온몸을 달콤하게 했다.




살짝 엿본 이슬람 문화



8일간 친구의 가정집에서 함께하며 이슬람 문화를 아주 조금이나마 체험했다.


4일째 되는 날은 그 친구 부모님, 삼촌과 이모들이 나를 보러 친구의 집으로 찾아오셨다. 정말 색다른 경험이라 기분이 묘했던 것 같다. 그 친구는 서둘러 집에 있던 담배, 술병 등을 모조리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웠다. 이슬람문화 속에서의 세대 차이를 보여주는 듯했다.


어머니, 이모들은 히잡을 두르고 오셨다. 그리고 나에게도 히잡을 선물하셨다. 히잡뿐만이 아니라 스카프, 터키 특유의 양말 등을 직접 만들어 선물해주셨다. 너무나도 따뜻해서 타지에 있다는 사실이 외롭지 않은 순간이었다. 아버지는 무뚝뚝하지만 정이 많으신 분 같았다.


영어를 하지 못하셔서,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아 친구가 통역을 해주어야 했지만, 분명히 내 친구를 한국으로 보내주시겠다 약속하셨다. 아, 그리고 한국의 전형적인 팔 하트를 굉장히 좋아하셨다. 지금도 가끔 그 친구와 연락을 할 때면, 어머니나 아버지가 팔 하트를 하고 계신 사진을 보내준다. 정말 마음에 드셨나 보다.


모두 떠나신 후, 수많은 술병들과 담배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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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를 걷다 보면, 정각에 이슬람 기도를 위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마치 교회에서 종을 치는 것처럼, 그곳에서는 사람의 목소리로 노래한다. 가사가 있는 노래는 아니고, '아-'로만 노래하는데, 처음에는 정말 이색적이고 낯설어서 걸음을 멈췄다. 기도를 위함이라는 친구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걸음을 마저 뗄 수 있었다.



모래커피



6일째 되는 날은 내 생일이었다. 사실, 생일에 혼자 지내기가 싫어 일정을 그렇게 맞췄다. 난 터키인들과, 터키의 가정집에서 조촐한 깜짝파티와 함께 생일을 맞았다. 오랜만에 참 외롭지 않은 생일이었다.


친구와 함께 모래 커피를 마셨다. 정말, 말 그대로 모래가 밑에 깔린 커피였다! 맛이 이상하지 않았다. 그저 건강하고, 진한 맛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현지인들은 그 커피를 다 마신 후 밑에 남은 모래로 상대방의 미래를 본다. 우리나라의 타로카드 같은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커피 잔을 아래로 향하도록 그릇에 엎어두고 모래가 흐를 때까지 기다린다. 그 후 모래가 만들어낸 길을 따라 상대방의 미래를 예견하는 방식이다. 그 친구가 본 내 미래는 꽤 행복해 보였는데, 모래 커피 예언을 믿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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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 터키



떠나기 전날, 친구는 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나를 데려갔다. ‘울라’라는 곳인데, 평화롭고 아름다운 해변 마을이었다. 그 친구는 나중에 늙으면 반드시 그곳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정말이지, 아름답고 아름다워서 내 마음이 더 넓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아름다움을 내 마음에 더 많이 담고 싶어서.


물론, 현지인과 함께하니 거리낌이 없어 제한 없이 마음껏 누렸던 것 같다. 혼자 왔다면, 조심하고 겁내느라 느끼지 못할 감정들을 정말 많이 얻었다. 버거운 그 마음을 함께 한 우리에게, 또다시 찾아온 이별은 그보다 더 버거워서, 또다시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야속하게도 금방 찾아온 이별은, 그 아름다운 곳에서 우리를 빠져나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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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는, 이즈미르는, 나에게 정말 특별한 곳이 되었다. 터키에서 먹었던 터키시 딜라이트, 파란 해변, 한국과 비슷했던 가정집 (집 안에서는 신발을 벗는다!), 따뜻한 시선들, 현지 친구의 부모님, 그리고 한국에 관심이 많던 내 친구의 친구들까지 (터키에 다녀온 후 내 인스타그램 팔로워에 터키인들이 많이 늘었다). 하나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현지인과 함께하는 여행은, 다른 여행들과 사뭇 다르다. 다른 여행들에서 얻을 수 없는 폭넓은 감정을 끝없이 누릴 수 있다. 그래서 이 여행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넓어진다.





[임보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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