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독도를 향한 아름다운 선율, 라메르에릴 제14회 정기연주회

2019.08.15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
글 입력 2019.08.18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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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설레는 마음으로 연주회를 찾다.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은 입구부터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세상엔 문화생활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라메르에릴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고, 나도 그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새삼 뿌듯함을 느꼈다. 예술고를 다닐 시절, 음악과 친구들의 연주회를 들으러 갈 때는 느끼지 못했던 설렘과 함께 매표소로 이동했다.


항상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즐겨오던 문화 초대이지만, 이 날 만큼은 "아트인사이트에서 왔어요."라는 첫마디가 더 뿌듯하게 느껴졌다. 나름 광복절을 맞이하는 자세라고 생각하며 평소보다 더 진지한 마음으로 연주회장을 찾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태임, Dokdo 독도, 91x116.8 cm, Acrylic on Canvas, 2017.JPG
 



02 독도에 관한 음악, 그리고 광복절



며칠 전 정기연주회의 프리뷰를 작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주회 자체가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 아마도 항상 전시회, 연극만 보러 다니다가 연주회를 들으러 온 내가 어색해서였을 것이다. '인터미션에 나가지 않기!!'를 되새기며 얼른 연주회가 시작하길 기다렸다.


하나둘 불이 꺼지고, 원영애 씨의 멘트와 함께 연주회가 시작되었다. 누구에겐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음악회기에, 해설자는 연주가 시작되기 전 곡에 얽힌 일화를 들려준다. 곡이 시작하기 앞서 간단한 해설도 굉장히 설득력 있고 힘 있게 다가왔는데, 온 영애 씨가 극단 독립극장에서 독립운동가의 삶을 표현하는 극을 몇 년째 맡아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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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설이 있다고 모든 곡이 친근하게 느껴졌던 것은 아니다. 원곡 '목포의 눈물'에 대해서 처음 소개할 때, 나 빼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것 같아서 살짝 소외감이 들었다. 하지만 라메르에릴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진 목포의 눈물은 모든 사람이 새로이 향유할 것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감상했다.


독도 미학 전에 전시되었던 갈매기 그림이 무대 위 스크린에 띄워져서 반가웠다. 아마 <독도지킴이>란 곡을 연주할 때였던 것 같은데, 제목과 어울리게 갈매기가 든든해 보이기도 하고 외로워 보이기도 했다.

해금과 대금의 소리는 정말 멋졌다. 조용하고 잔잔한 바이올린 소리를 가로지르며, 해금의 소리가 들렸을 때 '이것이 바로 동양의 악기 소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운이 쉽사리 가시지 않아서, 집에 와서 해금 협회의 음악을 찾아보곤 했다.


독도에 관한 연주회이지만, 광복절이니 만큼 3.1운동을 다시금 되새겨보는 시간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아니나 다를까, (정확하진 않지만) 12명의 여학생들이 (유관순 열사의 복을 떠올리게 하는) 흰 저고리와 검정치마를 입고 순서에 맞춰 일어서는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학생들의 참여 태도에 관해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지만, 좋은 의도로 기획된 퍼포먼스인 만큼, 나도 좋은 의미로 기억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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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후 인터미션

이때 모르고 나가면 안된다!



03 라메르에릴 예술가들의 소통



라메르에릴의 예술가들은 소통을 한다. 정말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라메르에릴의 연주회 프리뷰를 SNS에 남겼을 때, 공감을 표한 예술가들이 있었다. 그들의 이름을 태그 한 것도 아닌데, 라메르에릴이라는 태그를 통해 내 SNS를 방문한 것이다.


라메르에릴의 예술가들은 좋은 음악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관객과 소통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나도 그들의 소통에 부응해서, 그들의 행보와 독도를 향한 예술 활동의 행보가 더욱 다채로울 수 있게 적극적으로 응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04 아쉬웠던 교통편, 그리고 노파심



너무나도 멋진 연주회였지만,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우선 예술의전당은 교통 편이 좋지 않아서,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으면  많은 시간을 걷는데 쏟아야 한다. 남부터미널 역에서 10분 이상 걸어야 하고, 음악당까지 가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많은 사람들이 자가용을 이용하긴 하지만, 버스 노선을 개편하는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관객들에 대한 배려도 조금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음악회가 끝나고 저녁 10시가 가까운 늦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나가지 않고 로비에 대기하고 있었다. '아니, 왜 이렇게 안 가고 서있지?'라는 생각을 하며 나도 모르게 우왕좌왕하다 보니, 연주회장의 문이 열리고 연주자들이 나왔다. 그리곤 끝없이 지인들과 악수, 포옹을 하는 것이 보였다.


연주회에 연주자의 지인들이 연주회에 참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연주를 무사히 마쳤으니, 격려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나는 대기하는 수많은 인파를 보며, 순간 어쩌면 이 좋은 의도가 담긴 연주회가 상당히 제한적으로 향유되고 있진 않은가?라는 노파심이 들었다. '지인의 연주회'보다, '독도의 연주회'라는 단어를 더 입에 많이 담아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라메르에릴의 정기연주회는 광복절, 3.1운동, 독도, 앞으로 내가 문화에 대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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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부터는 함께 연주회를 향유했던
언니의 리뷰를 첨부합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막연히 미술이 좋았다. 교과목 중 미술시간이 가장 즐거웠고 수학 공부 1시간보다 미술 숙제 10시간을 하는 게 행복했다.


그로 인해 예술고→미대→미대 석사과정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예술을 '교육'받게 되었고, 현재는 도자기를 만드는 직업을 갖고 있다. 좁은 의미로는 공예가 혹은 도예가로서, 넓게는 예술인이라는 직업인으로서의 창작활동에 의한 여러 가지 결과물을 생산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예술을 다양하게 소비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점이 늘 내 마음의 어느 한구석을 찔리게 했다. 전시회나 박람회는 종종 작가로서 참여함으로써 동시에 생기는 향유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지만, 뮤지컬이나 오페라, 클래식 공연 등 타분야의 예술을 소비하는 것은 왠지 모르게 쉽지가 않았다.


그런 내가 이번 라메르에릴 연주회를 참석할 수 있던 것은 일정 부분 같은 분야(예술 분야)의 교육을 받은 동생의 도움을 받아서였다. 거의 10여 년 만에 감상하는 연주회는 자꾸만 내가 오롯이 이 시간 속에 집중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게 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진행자 역할을 했던 뮤지컬 배우의 프로다운 당당함에, 초반부터 강한 몰입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연주를 듣는 동안에는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각자의 인생에서 묵묵히 내공을 쌓았을 화려한 경력의 연주자들의 삶을 상상해보았다. 그러는 동안 마음에 드는 선율이 들려오면 마음 깊이 감동하기도 했다.

광복절이라는 의미 있는 날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한 특별한 예술 활동을 공모하고 기획, 생산하는 예술인들이라니. 이거 정말 멋진 삶이 아닌가? 이런 생각들과 함께 귀 호강을 하다 보니 어느새 나의 걱정스러울 정도로 오랜만인 연주회 감상은 오롯이 잘 마무리되어 있었다.


​이 시간이 아니었다면 여느 날과 다름없이 지나갔을 하루였겠지만 이 공연으로 인해 광복절이라는 날의 의미를 한 번이라도 생각하고 곱씹는 하루가 될 수 있었다. 그러한 점에서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해준 아트인사이트에 감사드린다.


전예연 에디터에게도 사랑과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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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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