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집에 대해 말하다 - 뉴필로소퍼 7호 [도서]

글 입력 2019.08.1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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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는 구독을 계속해 고민할 정도로 관심을 두고 있던 잡지였다. “일상을 철학하다”라는 문구가 참 좋았다. 생각 없이 지나칠 일상의 여러 요소에 대해 사색할 기회를 가진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뉴필로소퍼 7호: 부동산이 삶을 지배하는 사회>는 점점 심각해지는 이슈인 부동산 소유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잡지를 읽는 동안, 사실 처음이었다. 부동산에 대해 생각하기엔 어린 나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그저 관심과 눈길의 문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잡지는 부동산 소유와 매매 등 현실적인 부분도 많이 다루고 있었지만, “집”에 대해 사색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었다.

집. 나에게 집은 어떤 의미일까? 사람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잡지를 읽으며 집의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집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에 따라 그 소유의 가치와 기준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입니까?



1. 저에게 집은 돌아갈 곳입니다. -목적으로서의 집


친구: 집에 가고 싶다.

나: 아직 밖이야?

친구: 아니. 집인데 집에 가고 싶어. ㅠㅠ

나: 집인데 집에 가고 싶다고? ㅋㅋㅋㅋㅋ


한창 과제로 바쁠 때 친구와 나누었던 메시지다.

집인데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이 그 친구의 마음을 잘 표현해준 것 같아서 한참 웃었다. “집에 가다.”라는 말이 주는 안도감과 편안함이 있다. 집에만 가면 쉴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마음.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우리에게 “돌아갈 곳”을 의미한다.

우리는 모두 돌아갈 곳이 필요하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자체에서 위안을 얻고, 안정감을 느낀다. 힘든 시간을 보내도 결국 돌아갈 공간, 나를 위한 공간이 있다고 생각하며 버티는 것이다.


*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정희는 자신의 술집 “정희네” 위층의 작은 방에서 생활한다. 정희가 귀국한 후, 친구들의 귀가 시간이 부러워 자신도 집을 샀다고 거짓말을 한 후 다 같이 집으로 가는 장면이 있다. 그녀는 일 끝나고 나 같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너무 좋다며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정희네”로 돌아간다. 그녀에게도 온전한 집, 즉 “돌아갈 곳”이 필요한 것이다.

나를 위한, 나만의 공간이 있는 것과 진짜 나의 “집”이 있는 것은 다르다. 정희도 자신의 방, 공간은 있지만 일이 끝나고 돌아갈 집이 필요하고, 나 역시 기숙사 방이 분명 편한 공간임에도 집을 찾게 된다. 그만큼 “나의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느낌과 정서적 안정감은 집의 사전적 의미보다 훨씬 큰 것이다.



집을 소유한다는 것이 단지 건물 열쇠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소유란 때로 몹시 감정적이다. 집은 나만의 장소라는 안정감과 연속성을 상징한다. 집이 없다는 것은 세상에서 길을 잃고 표류하는 것을 의미했다. 집은 안전을 보장하고, 머물 곳과 궁극적으로 돌아갈 곳이 되어준다.

- p.47 <집에 값을 매길 수 있을까> 中




2. 저에게 집은 명예입니다. -수단으로서의 집



“너희 집은 몇 평이니?”


초등학생, 심한 경우 유치원생들이 주고받는 질문이다. 왜 저런 질문을 하는가의 문제도 있지만, 우선 저 말에서 볼 수 있듯 집은 재력을 상징한다. 어느 위치에 있는지, 얼마나 넓은 집인지, 어떤 브랜드의 아파트인지, 또 어떤 가능성을 가졌는지 등등 집을 부의 척도로 활용할 기준은 수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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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명품 가방이나 옷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큰 명예를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무리해서 비싼 집에 사느라 대출금에 허덕이는 사람들도 많다. 그만큼 집이 부여하는 명예의 가치가 높은 것이다.

영화 <기생충>은 집이 나타내는 재력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하, 반지하, 저택으로 나누어진 사실상 계급 차이. 영화 내에서는 극적인 연출을 위해 더욱 자극적으로 보여줬다지만, 현실과 먼 이야기가 아니다.

“엄마가 ㅇㅇ아파트 애들이랑 놀지 말래.”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현실이었다. 주워들은 이야기들이긴 하지만, 가치가 차이 나는 아파트 브랜드가 근접해 있거나, 아파트와 빌라가 같이 있는 등 빈부 격차가 작은 지역에서 크게 있는 경우 저런 말들은 흔히 오고 간다고 한다.


*

여기에서 집의 의미는 집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감정적 의미보다는, 집이 가져다주는 자신의 이미지, 즉 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문제는, 날이 갈수록 명예로서의 집의 의미가 더욱 부각되고, 그로 인해 집을 구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집의 두 가지 의미가 서로 너무 다르기 때문에, 두 가지가 동시에 충족되기는 쉽지 않다. 자꾸만 수단으로서의 집의 의미가 확대되고, 목적으로서의 집의 의미는 축소된다. 마음속 “귀가”에 대한 열망은 점점 더 해소될 수 없는 갈증으로 바뀌고 있다.



0. 목적이고 수단이고, 집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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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우리 나중엔 만나면 무슨 얘기 하려나? 직장 상사 욕하고 그러겠지?
친구: 내집마련 그런 얘기 하겠지.
나: 너무 먼 미래 같은데 금방 닥칠 것 같아서 무섭다.
친구: 그러게. 그런 걱정 없이 살고 싶다.

사실 알고 있다. 집이 수단으로 인식되는 현실보다 더 끔찍한 일은, 나의 집을 갖지 못 하는 일이다.



누구나 머리 위에 지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p. 16 <은행이 지배하는 나라> 中


서울을 돌고 도는 시내버스를 타고 바깥을 보면, 빼곡히 아파트들로 둘러싸여 있다. 정말 많기도 하다. 저렇게 많은 집 중 내 집 하나를 갖지 못한다는 일은 참 슬픈 일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돌아갈 곳이 있어도 대출금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 않고, 나를 드러내기에도 턱없이 소박한 집. 그런 집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현대인의 걱정 핵심 키워드에 집에 관련한 요소는 빠짐없이 들어간다.


*

삶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집은, 자꾸만 더 닿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가는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내게 집은 참 당연했지만, 그 이면에는 분명 다양한 고뇌와 이야기들이 있었을 것이다. 처음으로 생각해봤다. 내가 사는 이 집은 당연하지 않은 공간일지 모른다.

나에게 집은, 어떤 의미일까? 편안한 곳. 돌아가고 싶은 곳.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곳 등등. 하지만, 내가 여유있게 집에 앉아서 집의 의미를 생각한다는 것도, 지금이라서 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나에게도 이 지붕이 영원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필로소퍼 7호>를 읽는 동안, 짧지 않은 분량의 잡지였기 때문에, 꽤 오래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사색해볼 수 있었다. “부동산”에서 시작되어 게임, 역사, 정치, 교육, 사회 등 수많은 주제까지 공부하고 생각했던 시간이었다. 세상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가지를 깊게 이해한다는 것은 끝내 넓은 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일이다.

<뉴필로소퍼>는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보람차고 효율적인 시간을 제공해주었다. 나는 평소라면 생각하지 않았을 많은 것들을 돌아보고,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뉴필로소퍼>의 다음 호가 매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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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는
1월, 4월, 7월, 10월
연 4회 발행되는 계간지이며
광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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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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