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회생활의 첫 걸음, 나는 바보인가요? [사람]

글 입력 2019.08.1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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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턴에 합격했다. 단 이틀 만에 면접 통보, 면접, 합격 통보가 이어졌고 나는 하루아침에 직장인이 되었다.

직장인이 된다는 것은 사회인이 된다는 것이고, 나와는 너무나 다른 사람들과 매일을 마주하고 함께 밥을 먹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프로이며 나는 초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햇병아리다. 이 잔인한 간극 사이에서 나는 ‘내가 어디까지 어리버리해져도 되는지’ 감을 잡기가 어렵다.

물론 꿈에 그리던 인턴 경험이고, 중요한 커리어의 한 단계다. 행복해야 마땅하겠지만, 문제는 인턴이라는 나의 직위다. 인턴에게 권한은 어디까지 부여된 것이고 내가 스스로 판단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어느 정도일까? 실수를 저지를 바에는 물어보는 게 낫다지만 질문이 잦아지면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그리고 초보자가 ‘알아서’ 한 일의 대부분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바보 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유독 민감한 사람들이 있다. 내가 그렇다. 모든 면에서 창피하지 않을 만큼은 해내고 싶은 인간인데, 지금 같은 왕초보의 입장에서는 맞닥뜨리는 상황이 전부 ‘망신살 뻗치지 않기’ 대작전에 가깝다. 하다 못해 전화 받는 것 하나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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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눈치가 빨라야 한다. 눈치를 기르고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말하기의 디테일>이라는 책을 구입했다.

‘눈치는 빠르지만 눈치보지는 않는 사람’이 되자는 구절에 밑줄을 쳤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의 모습은 정확히 그 반대인 ‘눈치는 열심히 보는데 눈치가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안타깝다.

매일 출근하면서 매 순간이 지날 때마다 후회를 한다. 점심시간에 상사분들에게 좀 더 말을 붙여볼 걸 그랬나, 너무 딱딱하게 보인 건 아닐까, 반대로 또 아까는 너무 실없이 웃기만 한 건 아닌가, 너무 바보같은 애처럼 보인 건 아닐까. 그리고 이런 끝없는 자기검열 속에서 나는 진짜 내 모습을 잃는 건 아닐까?

견디다 못해 오후 근무를 하다 말고, 인턴 경험이 있는 친구에게 연락했다. 직장인이 (현)비직장인에게 회사생활 한탄을 늘어놓는 것만큼 꼴불견이 없다는 걸 알지만 도저히 털어놓을 사람이 없었다. 친구에게 그간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형체 없이 모호하게 끌어안고 있던 걱정거리들을 문자화해서 토해내다 보니 그것만으로도 속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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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친구는 나에게 딱 맞는 조언들을 아끼지 않았고, 가장 필요한 말도 해 주었다. 사실, 이미 나는 알고 있었다. 이런 순간에 사실 필요한 건 ‘그 때는 원래 그렇다, 잘 하고 있다’라는 위로 한 마디라는 걸.

처음에는 다 그렇다는 것, 누구도 안다. 하지만 꼭 확인을 받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라고 하던가. 누군가에게 꼭 직접 공감의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 항상 내 잘난 맛에 살고, 외로움 따윈 느끼지 않는다던 내가 꼴랑 몇 주만에 공감과 이해를 갈구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이렇게 보면 사람들은 참, 다 똑같다.

내가 쓴 글을 읽고도 누군가 위로를 받아간다면 좋겠다. 누구나 처음에는 바보 같고 어리버리하다고. 아마 본인도 알고 있을 말이지만, 다시 한번 말해본다.


[한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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