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일상을 지배하는 친구, 스마트폰 [문화 전반]

글 입력 2019.08.09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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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없는 하루 동안의 시간은 갑작스러웠다. 잠결에 잠금 화면 패턴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최대 횟수가 초과한 것이다.


화면 위에는 잠금을 해제시키려면 고객센터에 전화해보라고 무심하게 알림을 띄워 놨다.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이 문제를 도와줄 상담원은 없었다. 영업시간이 지난 늦은 저녁이었다.

 

핸드폰을 쓰지 못하니 쉬엄쉬엄하고 있던 일들이 머릿속에서 물밀 듯이 떠오른다. 지금 글을 쓰는 순간에도 필자는 강제적으로 일일 반(半) 아날로그 인간으로 생활하는 중이다. 타자를 칠 수 있는 노트북이 있어서 다행이다.


그동안 찍어놓은 사진을 적절하게 골라 사용하지는 못해도 마감만큼은 지켜냈다. 새삼 스마트폰 없이는 생활 속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져서 나 자신이 무능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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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중에도 핸드폰을 만지는 건

이제는 너무 당연시 되었다.

@Toa Heftiba, Unsplash

  


디지털 인간으로 변화하기는 매우 쉽다. 단지 원래 상태로 다시 돌아가기가 어려울 뿐이다. 공부한다고 짧으면 일주일, 길면 한 달까지 스마트폰을 반납하고 학교 PC실 컴퓨터로만 바깥세상 소식을 접하던 때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친구들과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을 때 누구 하나 전자기기를 들고 다니거나 화면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상황이 생기면 당사자는 일행들에게 대화 흐름을 방해한다고 미안해했다. 아마 그때가 살면서 가장 아날로그 감성이 짙었던 순간인 것 같다. 학교 방침에 불만을 품을 수도 있었지만, 그것 자체의 의의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고마움이나 미안함을 전달하고 싶을 때 카카오톡 대신에 편지지에 빼곡하게 글을 쓰고 편지를 어떻게 보기 좋게 접을지 전전긍긍하던 때는 감성적으로 가장 풍족한 시기였다. SNS 감성과는 다른 햇빛을 손바닥으로 가렸을 때 느껴지는 찰나의 따뜻함과 같았다.

 

스마트폰은 이제 단순한 기기가 아닌 집사이자 친구의 역할을 한다. 지갑을 두고 나왔을 때 모바일로 찍으면 계산이 끝나고 심심할 때는 탑재된 AI와 대화를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편리한 존재는 없다. ‘동반자’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사람보다도 말을 잘 들어주고 원하는 정보를 척척 알려주니 더 인간적으로 느낄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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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이센테니얼 맨> 중 한 장면

  


문득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에 나오는 로봇 앤드류가 떠올랐다.


한 가족의 생활 속에 녹아든 가전제품 앤드류가 인간이 되고 싶다는 소망이 비현실적인 꿈은 아니라고 본다. 그만큼 사람들은 전자기기에 점점 의존하고 있다. 나의 모든 일상과 기억은 핸드폰이 알고 있다. 마치 신체 일부를 기계에 옮겨 심은 것처럼 말이다.

 

다음 날이면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전화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나사 빠진 컨베이어 벨트는 돌아가고 기계와 함께하는 생활에 다시 편승한다. 언젠가 다시 스마트폰이 없었던 몇 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갈 수 있을까.


그때의 감성을 되살리지는 못하더라도 디지털의 심연 속에서 나를 찾는 시도는 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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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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