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상상력으로 가득했던 에릭 요한슨 사진展 [전시]
필름으로 만난 상상 속 세계
글 입력 2019.08.06 00:35
-
*** REVIEW ***상상을 찍는 사진작가에릭 요한슨 사진展: Impossible is Possible
장대비가 쏟아지던 토요일 아침, 부지런히 도착했다고 자부하며 전시 시작 시간에 맞춰 한가람미술관으로 향했다. 굳은 날씨 때문에 한산할거라고 생각했지만 웬걸, 전시장 앞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고 입장은 대기 번호를 받아 이루어지고 있었다. 새삼 이번 사진전의 인기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이번 전시는 한국과 스웨덴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전시로 스웨덴을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의 아시아 최초 순회전이자 전 세계 최초로 열리는 대규모 전시이기도 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내 입장 번호가 돌아왔고,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은 채로 전시회장에 들어갔다.우리를 제한시키는 유일한 것은우리의 상상력입니다.The only thing that limit us,is our imagination- Erik Johansson에릭 요한슨의 말처럼 그의 사진에 한계란 없었다. 어린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던 말도 안되는 상상들이 그의 사진에서는 재현되었기 때문이다. 사진은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풍선을 들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면 두둥실 떠오르지 않을까?' 어릴적 한번쯤 꿈꿔본 말도 안되는 상상이지만 에릭 요한슨의 사진 속에서는 가능하다. 전시 초반에 눈에 띈 'leap of faith'는 풍선을 들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어떤 이의 모습을 담았다.어느 절벽 끝의 다 무너져가는 한 건물위에서 사진 속 주인공은 오로지 풍선 하나에 의지해 막 뛰어내리려 하고 있다. 절벽 아래에 구름이 잔뜩 낀 것을 보아 건물은 상당히 높은 곳에 있어보인다. 누가 봐도 위험천만한 상황이지만 풍선에 의지해 뛰어내리는 주인공은 이 사진의 제목처럼 두둥실 떠오를 것 같다. 에릭 요한슨의 사진 속에서 불가능한 것은 없다. 상상한 모든 것이 재현되고 이루어질 수 있다.에릭 요한슨은 일상에서 불가능한 것들 뿐만 아니라 당연하게 생각했던 현상들에도 의문을 품었다. 하늘 위 둥둥 떠다니는 구름, 특정 주기를 두고 변하는 달의 모양과 같은 자연현상은 나에겐 의심을 품을 수 없는 지극히 당연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에릭 요한슨은 그 현상들에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에릭 요한슨이 자신의 의문들에 내린 답변은 상상력이었다. 그의 상상력 속에서 하늘 위 구름은 누군가가 깎은 양털들의 일부였고, 매달 모양이 바뀌는 달은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달 모양 변경 서비스 직원들 덕분이었다.에릭 요한슨의 사진은 그의 상상력으로 현상이 변화하는 순간을 포착해 마치 지구 어딘가에서는 누군가 양털을 깎아 구름을 만들고, 매일 밤 내가 잠들었을 때 달의 모양을 변경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는 착각도 들게 했다.에릭 요한슨의 사진은 쉽사리 지나칠 수 없는 사진들이었다. 조작된 이미지들을 담은 사진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정교하고 사실적이어서 한 작품, 한 작품 유심히 들여다 볼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조작된 풍경들을 담은 섹션에서 가장 오랫동안 발걸음이 머물렀던 것 같다.마치 가위로 종이를 자른 것처럼 잘라진 도로, 연못에서 시작된 깨진 거울 조각과 같이 조작된 사진들에서는 기발한 상상력들이 느껴졌다. 특히 왜곡된 공간들을 다룬 사진에서는 살바도르 달리나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도 생각났다. 실제로 에릭 요한슨은 사진작가보다 화가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고 하니 아마 그는 사진과 그림의 경계에서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는 아티스트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에릭 요한슨의 대형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었는데 대형 작품들 앞에서는 마치 압도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상상으로 담아낸 세계인데도 마치 실제처럼 느껴지게 하는 에릭 요한슨의 훌륭한 시잔 편집 덕분인 것 같다.관람을 마치고 전시장을 나오니 마치 새로운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에릭 요한슨의 사진들은 현실과 시공간을 초월하는 세계이지만 모든 요소를 직접 촬영한 세심한 표현들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마치 지구 반대편에 존재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에 대한 새로운 개념과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준 에릭 요한슨 전시회. 전시의 막이 내리기 전 한번 더 방문하게 될 것 같다.
에릭 요한슨 사진전- Impossible is Possible -일자 : 2019.06.05 ~ 2019.09.15시간오전 11시 ~ 오후 8시(입장마감: 오후 7시 20분)*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휴관장소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티켓가격성인 12,000원청소년(만13세-18세) 10,000원어린이(36개월 이상-만 13세) 8,000원주최/주관씨씨오씨
후원주한스웨덴대사관관람연령전체관람가
[정선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