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수 미술관, "수변산책" (2014 2. 25 ~ 8. 17)

글 입력 2014.07.31 09:3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박노수 미술관, 수변산책


 

서촌 구석 아기자기한 골목길에 자리잡고 있는 박노수 미술관에 다녀왔다. 많은 전시에서 한국화가들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요즘, 박노수 미술관은 수변산책展을 통해 남정 박노수 화백의 산수대작을 비롯하여 드로잉까지 총 30여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더운 여름, 작가가 만들어 낸 아름다운 산수세계 속에서 자연을 거닐며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남정 박노수 화백은 한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작가로, 그의 한국화는 전통적인 소재를 박노수 화백만의 새롭고 독특한 화법으로 새롭게 풀어내어 한국색()이 짙은 우리 자연의 모습을 담고 있다. 물가에 서서 저 먼 곳 어딘가를 응시하는 여린 소년의 모습과 소년의 주위로 고요하게 펼쳐져 있는 자연의 모습.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헤아릴 수 없는 깊이감을 가진 자연 속에 끝없이 빠져드는 듯하여 자연스레 사색에 잠기게 된다.

고사(高士)’강변과 같이 종종 동양화가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주제들을 박노수 화백은 그만의 목소리로 풀어내고 있다. 그의 산수대작들에서는 노란색, 초록색, 그리고 눈이 시린 쪽빛까지 채도가 높아 거의 원색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색채가 두드러진다. 테두리만 그려내어 그 강인함을 간결하게 표현한 나무는 화면 정가운데를 가로지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작품에 안정감을 준다. 흔히들 남정식 신()화풍에 대해 남종문인화와 북종화적인 성격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그의 작품이 선비의 고요하고 깊은 정신세계를 대변함과 동시에 화려한 색채를 통해 그러한 세계를 꾸며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담한 생략을 통해 담백하게 구성된 화면은 여백이 주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물이나 하늘을 채우지 않고 비어둠으로써 그는 오히려 무한한 자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박노수 화백의 작품 활동 자체가 하나의 선비의 삶과 같은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불필요한 욕심을 버린 최소한의 표현으로써 자연의 본질을 온전히 담아 내었기 때문이다.

많은 동양화가들에게도 그러하듯, 박노수 화백에게 있어서 산수화란 자연 풍경을 보이는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이 아니라, 작가 자신의 자연관을 통해 새롭게 재구성하여 만들어 낸 본질적인 자연의 모습이다. 이로써 보여지는 그 만의 독특한 화풍은 머릿속에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며칠이고 눈에 아른거렸다.

 

미술관 자체가 박노수 화백이 생전에 40여년간 거주했던 자택인 만큼, 미술관 건물과 정원, 동산을 둘러보는 것도 도심 속에서는 좀처럼 얻기 힘든 경험이다. 한식, 일식, 양식의 모습이 모두 보여 이국적이면서도 한국적인 고택과 그 속에서 향기를 품고 있는 박노수 화백의 산수작품들은 일상에 지친 우리들의 마음을 달래주기에 충분한 듯 보였다. 화백이 그의 한 평생 수집한 소장품들과 정성스레 가꾸어 낸 정원 또한 꼭 둘러보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여름 속 우거진 박노수 미술관의 모습이 눈이 오는 겨울에는 또 얼마나 예쁘게 변할지, 꽃이 피는 봄과 단풍이 지는 가을에는 또 어떤 정취를 선사할지 너무나 기대가 되었다.



[최다미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