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일자 눈썹 트렌드 지났대요. 조심하세요. 연극 "메이크업 투 웨이크업 2"

글 입력 2019.08.04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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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일자 눈썹 트렌드 지났대요. 조심하세요.
메이크업 투 웨이크업 2


"여자가 된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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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종료 후 무대 사진



NEW BEAUTY, NEW BALANCE, NEW BORN

가상의 도시, '하이드비하인드' 사건의 범인이 트렌드를 놓치고 꾸미지 못하는 여성들을 노린다는 도시괴담이 기정사실화된다. 가상의 도시라고 설정된 무대 위 공간에서, 나는 우리의 도시를 보았다. 옷장 앞을 서성거리며, 밖을 나서기 전에 수없이 거울 앞에 머뭇거리고, 어디에 살이 붙었는지 확인해야 밖을 나서는 여성들.

그렇게 나온 거리에서 우리에게 들리는 노래들은 굉장히 익숙하다. '보여줄게 완전히 예뻐진 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다 10점 만점에 10점, 넌 좋겠다 예쁘니까'라는 가사들을 가진 신나는 노래들, 정말 그 노래들을 많이 들었고 노래방에서 불렀을 때, 그 노래 속에서 문제점을 나는 찾았던가에 대한 생각을 했다. 무대 위에서 혹여나 '하이드비하인드'에게 실종될까 떨던 여성들이 듣기엔 무서운 음악이었을 것이다.

그 노래들이 가득한 거리를 지나며 지나치는 여성들은 서로의 의상과 몸매를 스캔한다. 처음엔 견제의 눈빛이었다가, 나중엔 걱정의 눈빛으로 변하는 그들의 눈빛, 서로를 걱정하며 말한다. "지금 눈썹 일자 눈썹 같아요. 일자 눈썹 트렌드 지났대요. 조심하세요.", 그렇게 그들은 서로의 외적인 부분을 코칭 해주며 '조심하세요.'라는 말을 덧붙인다. 참으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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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가림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 여성들을 실종되지 않기 위해 새로운 뷰티 운동에 참여한다. 'NEW BEAUTY, NEW BALANCE, NEW BORN', 그들이 외치는 구호에 덧붙이는 말들, 자신감을 갖기 위해 도와드립니다와 같은 말들이다. 자신감과 자존감, 이 두 감정들이 모두 외적인 면의 변화에서 비롯된다는 말은 굉장히 맞는 말 같다.

자기관리를 통해 미웠던, 만족하지 못했던 과거의 나를 변화시키는 일이 자존감을 높여준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꽤나 슬픈 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과거가 쌓여서, 변화하고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미워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해서 그 과거의 모습이 내가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나를 지워내는 일, 이것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일까.

못난 나든, 잘난 나든, 그저 '나'라는 존재임을 아는 일, 그것이 나를 사랑하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외적인 모습만으로 자기 자신을 인정하는 일은 자존감을 만들지 못한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은 무엇일까? 절대적인 미의 기준, 트렌드는 참으로 빠르게 흘러가며 그것을 바라보고 쫓아가기엔 언젠가는 뒤처질 것이 뻔하다. 우리는 우리 그 자체로 아름다울 자격이 있다.

그렇게 불안에 떨던 사람들이 새 뷰티 운동을 겪으며, 좋아진 자신의 모습을 인터뷰하는 장면이 있다. 살을 빼고, 청순가련한 옷차림에, 긴 머리를 휘날리며 앉아있는데, 그때 "여자가 된 것 같았어요."라는 대사를 친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만족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여러 매체를 통해 이러한 모습의 여성이 사랑받는 여성이라는 생각을 해왔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자체로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 사랑받을 만하다. 자격뿐만이 아니라 우리는 이미 아름답고, 사랑받고 있음을 놓지 않아야 한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길은 꽤 어렵다. 그렇지만 정말 나 자체를 인정하고 사랑하게 되어, 누군가의 평가가 아니라 나만을 보게 된다면 본 무대의 마지막에서 두 팔과 두 다리를 마구 흔들던, 자유로운 모습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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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가림



블랙 코미디로 풀어내는 우리들의 모습

본 극의 장르는 블랙코미디다. 키치한 무대 구성이 눈에 확 들어온다. 무대 뒤편 스크린을 통해 유튜브 영상을 활용하거나, 새 뷰티 운동의 캠페인 영상이 재생되는 등 연극이 갖고 있는 틀을 조금씩 부수고 새로운 것들을 무대 위로 가져왔다.

공연장으로 들어갈 때, 그저 늘어뜨린 발로 알았던 것이 공연장에서 나올 때는 줄자임을 확인했다. 그런 사소한 설정들을 찾아갈 때의 재미가 있다. 웃음을 자아내는 과장된 표현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웃다가도 멈칫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초코파이 하나를 먹을까 말까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웃기다가도 순간, 이것은 누군가의 이야기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프리뷰에서 언급한 올해 초 새해 소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살 빼기'라는 9살의 여자아이의 대답을 떠올렸다. 왜 아이들이 벌써 그렇게 생각하게 됐을까 싶다.

단 2명의 배우가 무대 위에 있지만 여러 사건들이 얽혀지면서 그 2명의 배우는 1인 다역을 한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그 다양한 인물들의 고민이 '아름다움' 하나로 귀결된다는 점이 안타까운 지점이다. 그들의 과장되고 어딘가 어설프면서 절실한 모습에 웃음이 났다가도 어딘가 씁쓸한 좋은 '블랙 코미디' 연극이었다.

무엇이 해결책일까라는 지점에서 나는 쉽사리 답을 내리지 못하겠다. 다만, 만약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먼저 손을 내밀어 주리라. 본 극의 마지막, 스포트라이트에 갇혀 있던 김정 배우님께 황은후 배우님이 손을 내민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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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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